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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노인이 쓴 산상수훈
내 굼뜬 발걸음과
떨리는 손을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오늘 내 귀가 얼마나 긴장해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 눈이 흐릿하고
무엇을 물어도 대답이 느리다는 걸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오늘 내가 물컵을 엎질렀을 때 그것을
별 일 아닌 걸로 여겨 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기분 좋은 얼굴로 찾아와
잠시나마 잡담을 나눠 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나더러 그 얘긴
오늘만도 두 번이나 하는 것이라고
핀잔주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사랑받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찾아갈 기력이 없을 때
내 집을 방문해 준 의사에게 복이 있나니,
사랑으로 내 황혼녘의 인생을 채워 주는
모든 이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도록
나를 보살펴 주는
내 가족들 모두에게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
그랙 맥도널드
출처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엮음
열림원
그랙 맥도널드의 시를 읽어보니, 노인이 바라는 것들에 대해 알게 됩니다. 노인이 되면 모든 것이 느리고, 힘이 듭니다. 잘하던 것을 못하게 됩니다. 일상의 아주 사소한 일을 말입니다. 요양원에 가시게 된 시아버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이런 노인을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작은 친절이라도 베풀어야겠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눠주는 것도 노인에게 얼마나 즐거운 시간인지요. 저물어 가는 인생길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울까요?
우리가 젊어서는 천년만년 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인생의 황혼이 다가옵니다. 내가 노인에게 친절을 베풀면,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누군가 친절을 베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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