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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시어머니
아침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는 망설이다가 어디다 터놓고 얘기할 곳이 없어서 전화를 했다고 말을 시작했다.
사연인즉, 시어머니가 반찬에 대해 매번 뭐라 말하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참아지지 않아서 화가 난다는 것이다. 마음으로는 별일 아니니 그냥 참고 넘기자고 생각했는데 그냥 화가 치밀어서 도저히 그냥 있기가 힘들어서 어머니에게도 속상하다고 한마디 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밖으로 외출을 하시고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이런 일만 있는 것이 아니고 매번 시어머니는 친구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말씀을 하신다.
내 친구는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내려간 지가 4년 정도 된다. 남편의 이가 풍치로 다 빠지고 더 이상 도시에서 스트레스받으면서 살 수 없어서 남편의 고향으로 가게 되었다. 시어머니가 시골 당신 집으로 내려와 살라고 해서 시골행을 결심했다.
시어머니는 80이 넘으셨다. 오래전 남편이 돌아가시고 그 큰 농사를 혼자 지으면서 살림을 불리고 사셨다. 그래서 지금은 땅도 꽤 장만하시고, 기초노령연금을 탈 수 없을 정도로 재산이 많다고 한다.
시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친구
처음 시어머니 댁으로 가게 되었을 때, 친구는 걱정이 많았다. 시어머니가 워낙 자기주장이 강하고, 4명의 아들은 순해서 뭐든 순종형이기에 친구가 가서 시어머니와 조화롭게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고 시어머니도 늙어가시니 큰며느리인 본인이 내려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는 시어머니와 시골에서 살게 되었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사는 삶은 그리 고요하지 못했다. 시어머니와 친구의 성격이 너무 다른 데다, 한 세대의 세대차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친구 이야기만 들어서 친구의 사정이 더 맘에 들어온다. 친구는 나에게 구구절절 어떤 상황인지, 어떤 마음인지... 소상히 얘기하니까.
근데, 어머니의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해서 어머니의 심정이나 사정은 모르겠다. 하나 그들은 참으로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한 공간에서 산다는 것이 정말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고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잘 지내기가 힘들다. TV 드라마를 봐도 얼마나 둘의 관계가 힘든지,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젊은 여성들은 결혼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정부에서 아무리 결혼 정책과 출산정책을 펴도 이런 드라마가 계속되는 한 결혼율과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친구는 아침 내내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또 이런 일이 반복될 텐데 음식을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고 했다. 다른 일이면, 일회성이니 그냥 참고 지나가면 되는데, 음식은 매 끼니마다 해야 하는데 이렇게 잔소리를 들으면 정말 다음에도 화가 날 것 같다는 거였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무슨 대안이 없냐고 물었다.
나는 친구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을 한다. 친구가 시어머니와 살면서 답답하고,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 나이에 반찬 하나도 내 맘대로 못하는 처지가 속상하리라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모르는 시어머니 욕만 한다고 상황이 나아질 리가 없다. 시어머니가 보기 싫은 존재이니 따로 나가 살라고 할 수도 없다. 사실, 그 몇 년 사이에 따로 혼자라도 나가 살려고 몇 번이나 시도하다가 주저앉았다.
에휴.... 어찌할까....?
원래 함께하면 안 되는 존재가 한 공간에 지내게 된 것이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볼 때, 내 아들에게 못한다는 생각과 내 아들의 사랑을 빼앗아간 사람으로 생각하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볼 때, 언제나 부담스럽고 힘든 존재로 느낀다. 두 사이는 이미 설정 자체가 힘들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사랑과 배려보다는 힘듦을 전제로 한다.
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서로가 같이 있기 힘드니까 누군가 나가야 되지만, 이젠 그럴 수가 없다. 이미 시어머니는 늙었고, 친구도 여러 번 나가려고 시도하다가 주저앉은 거니까. 그러니 어찌 됐건 함께 살아내야 한다.
난 친구에게 대답을 해야 하는데 딱히 해줄 말이 없어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시어머니 작게 만들기
난 친구에게 대답을 해야 하는데 딱히 해줄 말이 없어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시어머니를 작게 만들어...."
이 말은 어머니를 마음속에서 작은 사람으로 만들라는 말이다. 아직 친구는 어머니가 큰 존재라서 어머니가 뭐라 말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그날의 행복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바꿀 수가 없으니, 네가 어머니를 작게 바꾸라는 말이다.
마음속으로 상상을 한다.
어머니는 아이처럼 작은 키에 힘없이 가만히 앉아 있다.
이렇게 어머니를 작게 만들어 수시로 상상을 하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영향을 덜 받으라는 의미이다. 어머니가 작고 연약한 존재라고 생각되면, 아무래도 어머니의 말이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을 것 같았다. 몇 년을 같이 살았는데, 친구의 시어머니는 아직 친구에게 크고 힘든 존재 같았다. 이제 친구도 나이가 들만큼 들었으니, 시어머니가 조금은 편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폭풍이 지나가고 얼마 안 있으면 시어머니가 또 내 친구를 흔들어 놓을 것이다. 그때, 친구가 시어머니를 작은 사람으로 인식해서 많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나가는 바람으로 느꼈으면 좋겠다. 그러면, 오늘처럼 힘든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한참을 아파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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