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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를 다시 읽다.

 

안네의 일기를 다시 읽었다. 아마 학생 때 읽고 몇십 년이 지나 다시 읽은셈이다. 오랜만에 왜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네의 일기는 실존했던 한 개인의 진실된 기록이다. 어떤 사람의 일기를 본다는 것은 진실과 마주하는 것이다. 소설이나 여타 다른 책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쓰는 글이지만, 일기는 그저 한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안네의 일기를 읽고 새롭게 느낀 것을 써보고자 한다.

안네의 일기 줄거리

안네 프랑크(Anne Frank 1929-1945)

1942년 6월 13세 생일에 안네는 일기장을 선물받았다. 많은 선물 중에 일기장 선물을 제일 좋아한다. 이 일기장을 키티(Kitty)라고 이름 짓고 키티에게 글을 쓴다. 이렇게 안네의 일기가 시작된다.

일기장
일기장


평범한 일상이었다. 생일파티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친구들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소녀의 일상이다. 하지만, 이런 일상이 은신처로 이주해야 하는 삶으로 바뀐다. 독일 나치가 유대인을 핍박해서 마구잡이로 수용소로 끌고 가기 때문에 안네의 가족은 은신처로 피신해 살게 된다. 7월부터 은신처의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안네의 가족은 독일의 유대인 핍박으로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은신처에서 2년 정도를 숨어 지낸다. 이 은신처는 식재료 공장 사무실이 있는 건물인데, 좀 큰 건물이었던 것 같다. 은신처로 들어가는 문을 책장으로 위장하고, 3층, 4층을 개조해서 8명이 살았다.

안네와 부모님, 안네 언니 마르코,판단 부부와 아들 페터, 치과의사 뒤셀 이렇게 8명이 2년여 동안 좁은 은신처에서 살았다.

유대인은 많은 차별을 받았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가슴에 노란 별을 달고 살아야 했고, 통행금지, 대중교통 금지, 식료품 사는 것도 제한을 받았다. 나치가 점점 더 유대인 압박을 극렬하게 하면서, 모든 유대인을 잡아서 나치 수용소에 가두고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2년을 한 공간에서 밖을 나가지 못하고 산다는 것을 상상해보자. 아마 일주일만 아파트에서 못 나가면 우리는 미칠 것 같은 정신이 될 것이다. 이들은 사느냐, 죽느냐의 상황에서 2년을 이곳에서 버텼다.

어린 소녀 안네, 고작 13살이다. 13살 소녀가 그 작고 복작거리는 공간에서 어른들과 부대끼며 산 시간들을 글로 남겼다. 비슷한 또래는 3살위 언니 마르코와 판단 씨의 아들 폐터 이다. 그 외 5명은 다 어른들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녀가 어른들과 좁은 공간에서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공유하며 지내는 시간이었다. 그것도 전쟁의 공포와 언제 발각될지 모를 두려움 속에서 말이다.

안네는 엄마와 갈등이 많다. 보통의 사춘기 소녀도 부모와 갈등이 많다. 갈등은 당연한 것이다. 안네의 엄마는 예민한 성격인데다 걱정이 많다. 그곳의 생활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공포와 스트레스로 제정신은 아니었을 테니까. 아빠와는 갈등이 별로 없다. 아빠의 인격이 좋았다. 안나는 아빠를 사랑하고 마음으로 존경한다. 항상 아빠는 차분하고 겸손한 사람이라고 한다.

판단씨 부부와는 갈등이 더 많다. 판단 부인은 너무 이기적이고, 참을성이 없다. 사사건건 안네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잔소리를 퍼붓는다. 안네는 그런 판단 부인이 너무 싫어서 실컷 일기장에 뒷담화를 쓴다.

좀 나중에 합류한 치과의사 뒤셀....

난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한 사람이라도 살리고자 자신의 공간을 내준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7명 이었는데, 한 사람이 더 있어도 될 것 같다며 뒤셀이 합류한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인간애가 느껴지는 장면이다. 정말이지 좁은 공간인데도,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자 한 것이다. 뒤셀이 와서 안네와 언니가 쓰는 방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사춘기 소녀들이 나이 든 아저씨와 함께 방을 쓴다는 것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전쟁은 계속되어서 폭격이 아무때나 벌어지고, 다락방에서 몰래 바라보는 세상은 정말 참혹하다. 유대인들이 나치 수용소로 끌려가는 것을 매일 바라보는 심정이 어땠을까? 안네는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일상을 열심히 살아간다.

안네의 평범한 일상, 공부와 사랑


안네는 공부를 열심히 한다. 인간을 성장시키는 것은 공부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어 한다. 그녀가 공부한 것은,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속기, 기하학, 역사, 지리, 예술사, 신화, 전기 문학, 대중소설 등이다.

은신처에서 생활하면서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머지않아 전쟁이 끝나면 학교를 다시 가게되고, 자기는 뒤처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녀는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한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으면서 보낸다. 아빠에게 여러 학문을 배우고, 모르는 것은 질문하면서 그녀의 지적세계를 넓힌다.

안네의 일기를 보면, 그녀가 얼마나 똑똑한지 놀라울 뿐이다. 14,15세 소녀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아니, 이런 단어를 쓴다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안네의 일기를 읽었다.

안네는 사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고 자신 나름대로의 생각을 표현한다. 아빠가 얼마나 겸손하고 괜찮은 사람인지.... 항상 식탁에서 남들이 더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자신은 나중에 선택하는지 보면서 마음으로 아빠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판단씨 부부는 이기적이고 남들을 배려하지 않는 성품이다. 판단 부인은 항상 가장 좋은 것을 먼저 가져가고 끊임없이 쓸데없는 잡담을 늘어놓는다. 그 아들 페터는 말이 없고 많이 먹는다. 언니는 아주 조금 야채만 먹고 조용하다. 뒤셀은 신경질적이고 말도 안 하고 먹기만 하고, 하루 종일 일만 한다.

이런 디테일이 일기에는 여과 없이 쓰여있다. 왜 그가 싫은지, 나는 마음이 어떤지...

안네의 성격은 언니와 달리 말이 많고 호기심이 많고 부당함을 참지 않고 뭐든 열심히 배운다. 말괄량이 기질이 있어서 어른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런 잔소리는 사춘기라면 모두 싫어할 것들이다. 한 공간에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들으며 사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

기질적으로 나대고, 참견하고, 말이 많으니 어른들의 잔소리를 들어야 할 일이 더 많다. 만약 평범한 삶이었으면 그리 자주 부딪치지 않기 때문에 잔소리를 많이 듣지 않았을 것이다. 사춘기 소녀에게는 그런 환경으로 더 힘들었을 것이다.

안네는 어른들의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소녀다. 계속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는 적극적인 성격이다. 참으로 당차다는 생각이 든다.

 

안네의 사랑


사춘기 소녀에게 사랑이 찾아온다. 예전 자기를 좋아했던 많은 남자애들을 생각한다. 안네는 인기가 많았던 소녀였다. 아마 은신처 생활이 아닌, 평범한 생활을 했다면 아주 인기 있는 즐거운 사춘기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아무나 만날 수 없는 곳이다. 그녀가 만날 수 있는 대상은 어른을 제외하고 판단 씨네 아들 페터뿐이다.

페터는 말수가 없고 소극적인 조용한 소년이다. 페터와는 그냥 은신처의 동거인으로 지내다가 어느 날 페터가 이성으로 느껴진다. 페터가 늘 가있는 다락방에서 속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다가 페터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게 은신처에도 사랑이 시작된다. 소녀의 사랑을 느끼는 세세한 감정이 일기장에 그대로 나와있다. 그리고 부모의 반대로 벌어지는 갈등까지. 사람 사는 곳에 사랑과 갈등은 항상 존재하는 법이니까.

안네의 일기를 생각하면, 예전엔 나치 독일의 만행, 은둔생활의 고통, 참혹함, 견딤, 갈등.... 이런 것이 생각났다. 다시 읽어보니, 그런 것들보다 소녀의 일상이, 가족의 사랑이, 한 인간으로의 성장이,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의지가 가득했다.

우울과 명랑 사이를 오가는 삶이다. 절망과 소망을 번갈아가며 사는 인생이다. 미움과 사랑, 다툼과 화해.... 인간사의 축소판이다. 갇혀있지만, 자유가 있다. 아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 공포 속에서도 안돈의 시간이 있다. 8명의 삶을 일기장에 담았다.

 

안네의 일기 결말과 읽은 소감

 


은신처의 2년여 시간이 지나는 1944년 8월 4일. 어느 밀고자로 인해서 나치의 비밀경찰이 은신처를 급습한다. 8명은 모두 나치 강제 수용소로 끌려갔다. 안네의 엄마와 아빠는 다른 수용소로 가고, 언니와 안네는 독일의 베르겐 베르겐으로 가게 된다.

다음 해인 1945년 2월에 언니가 죽게 되자 안네는 모든 희망을 잃어 버린다. 엄마와 아빠도 분명 돌아가셨을 거라고 생각하며, 3월 초에 조용히 숨을 거둔다. 그녀는 영양실조와 장티푸스로 죽었다고 한다.

실제, 엄마는 죽고 아빠는 살아 돌아왔다. 나중에 그가 살았던 은신처를 찾아왔을 때, 그들을 도와주었던 미프와 엘리가 안네의 일기를 챙겨놨다가 안네의 아버지 프랑크에게 주었다. 그래서 이 일기를 우리가 보게 된 것이다.

안네의 일기는 13세에서 15세까지 안네가 쓴 일기다. 사춘기 소녀가 나치의 폭정으로 은신처에 살면서 쓴 일기다. 그녀는 그곳의 하루하루 일상을 일기장 키티에게 얘기하듯이 썼다.

그녀의 삶, 생각, 사람들과의 관계, 의식의 성장, 전쟁 중 밖의 소식,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들, 부족한 식량, 감정, 사랑 등. 사춘기 소녀가 바라본 전쟁 중 삶의 기록이다. 이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증언 문학이다. 참으로 한 사람의 일기가 가치 있는 참고가 된다.

안네의 일기를 읽고


안네의 일기에는 한 인간의 성장과정이 고스란히 날것으로 담겨있다. 그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여전히 희망을 부여잡고 있다. 다시 학교에 다닐 것을 생각하며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마지막 일기가 되어버린 1944년 8월 1일의 일기는 자아성찰의 일기이다.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을 더 멋지고 근사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명랑하고 경박한 안네에서 사려 깊고 진지한 안네가 되고픈 갈등이 있다.

그리고 안네의 일기에서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꿈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곳곳에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했는데,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 그녀의 필력으로 봐서 더 많이 살았다면 분명 엄청난 책을 많이 썼을 것이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녀가 죽고 남긴 단 하나의 책
안네의 일기로 그녀는 은신처에서 꾼 꿈을 이루었다.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 안네의 일기라고 한다. 이런 책을 남겼으니, 그녀가 못다 쓴 책에 대한 아쉬움보다 우리에게 주는 가치는 더 많다.

사춘기 소녀가 쓴 일기가 이렇게 후대에게 읽혀서 많은 감동을 주고 사랑을 받았으니, 그녀가 하늘에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조금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

다시 읽어 본 안네의 일기는 예전보다 감동이 더 컸다. 세월이 흘러서 본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는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어떤 상황에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

비록 은신처에서 발각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을지언정, 그때의 삶은 그래도 희망이 있는 삶의 순간이었으니까.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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