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읽기

목로주점 줄거리,에밀 졸라

건강한 하늘시내 2025. 1. 3. 12:29

목로주점은 에밀 졸라가 1877년에 발간한 소설이다. 그동안 서양 고전을 많이 읽었는데, 주로 귀족이나 상류층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 책은 특이하게도 하층 서민들의 삶이 주된 이야기다. 이 당시에 책을 발간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한다. 책에서조차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던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왔다는 것을 대부분의 기득권층에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프랑스 파리의 한 귀퉁이에서 살아가는 하층 서민들의 삶을 낱낱이 파헤친 목로주점의 줄거리와 감상에 대해 말해보겠다.

 

목로주점 줄거리

 

제르베즈는 세탁부 여인이다. 세탁을 하는 것이 그녀의 주업이다. 가난한 그녀는 매일 빨래를 해서 생계를 유지한다. 그녀의 남편 랑티에는 그녀가 어릴 때, 그녀를 꼬드겨 아이를 낳게 하고 그녀가 집을 나오게 해서 파리로 와서 작은 집에서 살면서 이젠 그녀에게 싫증을 느끼고 매일 술을 먹고 그녀를 막대하면서 살아가다 결국은 동네 다른 여자랑 바람이 나서 짐을 싸서 나가버린다. 힘들게 빨래를 하고 집에 돌아온 제르베즈는 남편이 트렁크를 들고 집을 나가버렸다는 사실을 듣고 망연자실한다. 그러다 아이 둘고 굶어 죽을 수 없어서 다시 세탁부 일을 하는데, 빨래터에서 남편이랑 달아난 여자의 언니 비르지니와 만나 사생결투 격렬한 싸움을 벌인다. 다리를 약간 저는 제르베즈는 자신의 신세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여자의 언니를 흠씬 두들겨 패며 싸움에서 승리한다.

 

남편도 없이 배움도 돈도 없는 가난한 제르베즈는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일을 하기 시작한다. 아들 둘을 그냥 굶어 죽일 순 없는 일이다. 그래서 다시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을 먹이며 돈을 조금이라도 모으려고 노력한다. 이젠 남자라면 지긋지긋하다. 어쩌면, 이렇게 성실히 일하면 나에게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녀가 원하는 삶은 대단한게 결코 아니다.

 

별 탈 없이 일하면서 빵을 배불리 먹고, 몸을 누일 방 한칸을 가지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남자한테 맞지 않고 살면서 마지막엔 자신의 침대에서 죽는 것이다.

 

이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삶의 완벽한 희망이다. 일할 수 있는 것과 작은 공간,  얻어맞지 않고 살다가 자기 침대에서 죽는 것... 그녀가 바라는 소망은 이렇게 소박하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그녀의 꿈이 얼마나 이루기 힘든 것인지 생생하게 그려진다. 몹쓸 남편 랑티에가 가버리자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노동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자립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일을 하자 살림은 나아지고 그녀는 다시 활기를 되찾는다. 남자라면 치가 떨리고 기댈만한 존재가 아니란 것을 깨닫고 스스로 일해서 제대로 살아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결심도 얼마 안가서 그녀 앞에 쿠포가 나타난다. 그는 말하자면 가난한 함석공이다. 제르베즈가 아직 미모와 건강을 가진 착한 여자란 것을 알고 그녀에게 구애한다. 제르베즈는 처음 아주 단호하게 그의 구애를 거절했지만, 끈질긴 그의 설득에 마음이 약해진다. 그리고 그와 결혼한다.

 

그들은 처음엔 아주 성실하게 살림을 꾸려나갔다. 둘이 열심히 일한 만큼 저축액도 불어났다. 제르베즈는 머지않아 자신의 세탁소를 낼 희망에 부풀어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함석공이 지붕 위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난다. 제르베즈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남편을 간호하는 데에 모든 돈을 써버린다. 차츰 남편이 회복을 하지만, 남편은 이제 일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동안 누워 지내도 세상은 돌아가고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병상에 있는 동안 그는 나태에 빠졌다; 그리고 일 대신 술을 마셨다.

 

제르베즈는 그런 남편을 불평하지 않고, 몸이 예전같지 않아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면서 자신이 모든 것을 감당하려고 한다. 그녀가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간호하는 것에 감동을 받은 옆집 청년 구제는 그녀에게 자신이 돈을 꾸어줄 테니 그녀의 꿈인 세탁소를 차리라고 설득한다. 마침내 그녀는 그의 도움으로 근사한 세탁소를 차리고 여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열심히 일하여 집안을 꾸려나간다.

 

그녀는 이제 그 동네에서 모두 부러워하는 가게 주인의 위치에 섰다. 깔끔하게 일하는 스타일로 세탁을 맡기려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는 바람에 일이 넘쳐났다. 열심히 일한 만큼 그녀는 풍족히 먹고 살았다. 그런 중에 그녀의 생일은 최고의 날이 된다. 지인들을 불러 모아 근사한 파티를 여는 것이다. 그날만큼은 제르베즈가 주인공이다. 풍족한 음식과 술을 장만하고, 동네가 모두 부러워할 정도로 함께 먹고 마셨다. 이제 그녀는 성공한 여자이다.

 

하지만, 그날 그녀의 전 남편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마음은 너무 심란했다. 혹시라도 질투심이 많은 현 남펴 쿠퍼가 전 남편 랑티에를 죽이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쿠퍼와 랑티에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맨날 노는 쿠퍼는 친구가 필요했나 보다. 그래도 자신의 마누라의 옛 남편과 친구가 되다니!!!

 

랑티에는 함께 도망친 여자와 얼마 살지 못하고 헤어졌단다. 그동안 모자제조업을 했다고 하면서, 온갖 멋을 부리고 그럴듯한 말솜씨로 그동네 사람들, 특히 여자들을 호리면서 인기를 누렸다. 언제나 상냥하고 단정하게 행동하는 그를 모두 칭찬했다. 그는 그 동네에서 사업을 한다고 하면서 방을 구하려고 하자, 쿠포는 자신의 집 뒤편을 개조해서 살라고 그를 집안으로 끌어들인다. 제르베즈는 처음 마음이 안 내켰지만, 아들의 아빠이기도 한 그에게 방을 하나 월세로 내준다.

 

랑티에는 그 집에 들어오자 집 월세도 내지 않고 그냥 그녀를 뜯어먹고 살기 시작한다. 돈이 수금되면 온갖 이유를 대면서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다. 또한 먹는 것도 그 집에서 함께 먹으면서 자신은 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쿠포와 랑티에, 현남편과 전남편은 전혀 일하지 않고, 그녀가 죽도록 일하는 것으로 날마다 술을 마시며 흥청망청 산다. 그녀는 두 남자를 먹여 살리느라 온 몸이 바삭이 안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그 일을 하면서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애쓴다.

 

그녀는 쿠포와 낳은 나나라는 딸이 있다. 나나는 아름답고 활발하다. 어린 소녀는 엄마 제르베즈가 랑티에의 꾀임에 빠져 그와 동침하는 것을 지켜본다. 사악한 랑티에는 그녀를 호시탐탐 덮치려고 애쓰다가 쿠포가 술에 고주망태가 된 날 그녀를 손아귀에 넣게 된다. 제르베즈는 저항하다 마침내 그에게 항복하고 그의 깨끗한 시트에 넘어간다. 쿠포가 쏟아놓은 온통 더러운 토사물에 잘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그녀는 마침내 랑티에에 넘어간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제 그의 방에서 자는 것이 당연하다고 자신을 합리화한다. 쿠포는 아는 듯 모르는 듯 반응이 없다. 다만, 그녀의 딸은 엄마의 타락을 바라본다.

 

이렇게 서서히 제르베즈는 무너진다. 그녀는 구제에게 꾼 돈으로 호기롭게 세탁소를 열고 열심히 살면서 성공을 꿈꾸었다. 하지만, 그녀의 두 남자, 랑티에와 쿠포에게 잠식당하면서 삶의 방향을 잃는다. 점점 세탁일을 등한시하고, 먹는 것을 탐하면서 세탁소는 망한다. 마침내 그녀의 세탁소는 그 옛날 랑티에와 달아난 여자의 언니 비르지니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랑티에는 다시 비르지니를 꼬득여서 그녀의 가게에서 지내며 여유롭게 지낸다.

 

베르지니의 아들들은 멀리 일을 하러 떠나고, 나나와 쿠포, 베르지니는 낡은 아파트로 이사와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녀는 예전처럼 일에 열중하지 않고, 남편처럼 독주를 마시고 삶을 포기한다. 그래서 집안에 있는 물건은 몽땅 전당포로 흘러 들어가고, 월세는 밀리고, 온기라곤 전혀 없는 방에서 배고픔과 추위에 떨면서 긴 긴 겨울을 견딘다. 술에 중독된 쿠포는 정신병원에서 죽고, 딸아이 나나는 거리의 창녀가 되어 집을 나가버렸다.

 

이제 그녀는 배고픔에 지쳐서 몸이라도 팔려고 거리에 나서지만, 지저분하고 망가진 그녀를 사갈 남자는 없다. 그녀를 그토록 괴롭힌 시누이 로리외 부인에게 가서 돈을 꾸려고 하지만, 평생 구두쇠로 산 그들 부부는 한 푼도 주지 않고 그녀를 쫓아낸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그녀는 정처 없이 다니다가, 우연히 그녀를 순수히 사랑했던 구제를 만난다. 그는 그녀를 데려다 먹을 것을 주면서 아직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녀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곳을 뛰쳐나오고 다시 추위 속에서 지내다가 자신의 집에서도 쫓겨나고, 아파트 아래층 구석에서 쓸쓸히 눈을 감는다.

 

읽는 내내 안타까운 여자의 일생

 

제르베즈에게 남자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랑티에가 바람이 나서 떠난 후, 차라리 어떤 남자도 만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괜찮았을까? 그녀에게 남자는 온통 삶을 내맡기고 뜯어먹으려는 짐승이었다. 잠깐의 유혹에 견디지 못하고 남자를 인생에 들여놓은 다음 그녀는 예전 보다 몇 배나 고생하면서 지내야 했다. 함께하는 사람이 철면피로 양심이 없으면, 내치고 다시 독립적으로 살면 될텐데.... 지금의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된다. 그 시대의 여성에게 남자란 어떤 존재이길래 사람을 이토록 이용해 먹는단 말인가? 온 인생이 박살 나고, 재정이 파탄니고, 자신의 몸까지 버려가면서 왜 그녀는 그런 남자를 끊어내지 못할까? 정말 안타깝다. 

 

한 번 결혼에 실패하고, 남자에게 배신을 맞았으면 정신을 차려야 하지 않는가? 그녀는 옳고 그럼을 판단할 수 있는 주체적 사고를 하자 못했다. 그래도 쿠포가 처음 그녀를 구애했을 때는 건실한 그의 모습에 희망을 걸 수 있어서 넘어갔다고 치자. 하지만, 다시 돌아온 랑티에를 집안에 들이고 급기야 그와 다시 관계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이 안간다. 그러니, 그 두 남자가 그녀를 업신여기고 이용해 먹은 것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고 하는 것도 그녀의 실수다. 나가서 돈을 벌어오지 않는다고 해도, 세탁일을 도울 수 있도록 쿠포를 설득해야 했다. 날마다 술만 먹는 남편을 한 번도 제지하지 않는 모습은 그녀의 비참한 최우의 자업자득이다. 그리고 랑티에가 끝까지 거짓말을 하면서 그녀에게 어떤 것도 지불하지 않고 그녀의 집에서 먹고 마시는 것을 그대로 놔둔 것은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당장 그를 내쫓았으면, 그렇게 재정적으로 빨리 피폐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쿠포의 엄마인 시어머니를 집에 들인 것도 실책이다. 아무리 시어머니에게 잘해줘도 끊임없이 불평하면서 사람들에게 그녀를 비난하는 존재는 그렇게 친절을 베풀 필요가 없다. 

 

어떻게 보면, 그녀는 착한 심성을 가져서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는지 모르겠다. 자신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끊어내지 못해서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술만 먹고 나태에 빠져있는 현 남편 쿠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그녀는 마침내 그에게 두둘겨 맞으며 살게 되었다. 왜 그녀는 남자들에게 그런 대우를 받는가? 그렇게 뼈 빠지게 돈을 벌어서 그가 다쳤을 때 몇 년을 간호하고 먹인 사람에게 그런 대우를 받는가?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사람을 다시 거두어서 또다시 배신을 당하고 이용을 받는가? 인간의 연약함이란? 참....  그 시대의 여자가 다 그렇게 살지는 않았다. 그녀를 죽도록 괴롭힌 시누이 로리외 부인은 구두쇠로 살았지만, 그녀처럼 배고픔과 추위에 떨다가 죽지는 않았다. 남들에게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제대로 재정관리를 하지 않고, 구제에게 진 빚도 한 푼 안 갚은 그녀의 돈에 대한 관념은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착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착하게 대해야 할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그녀는 자신에게는 막 대하고, 쓸데없는 두 남자와 시어머니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토록 잘해주어도 한 번 고맙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녀의 온 인생을 바쳤다. 정말 어리석기 짝이없는 인생이다. 자신이 먼저 자립하고 떳떳해야 다른 사람이 얕잡아 보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먼저 단단해지고,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심지를 갖춰야 했다.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 

 

여러 번 그녀에게 제대로 살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때마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주저앉았다. 그래서 아들도 딸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똑같은 자신과 같은 삶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다. 어리석은 남자를 가까이 한 죄로 그녀는 하루도 쉬지 못했다. 

 

그녀가 원한건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일하면서 배부르게 먹고, 잠잘 수 있는 작은 공간, 그리고 맞지 않고 사는 것, 자기 침대에서 죽는 것이었다. 이런 소박한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그녀는 비참하게 굶어 죽었다. 어리석은 여자의 비참한 이야기가 목로주점이다. 주정뱅이 남자와 사는 여자의 끔찍한 이야기다. 정말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인데, 너무 안타깝다. 그녀는 열심히 일했는데.... 배가 고파 죽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