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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인이 쓴 첫 번째 영어소설이다. 나는 이 책을 오래전 딸아이의 책장에서 보았고, 그때 딸아이에게서 읽어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냥 아이들이 재밌어하는 그런 류의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0년이나 지난 지금 이 소설이 내 눈에 띄었고, 아이가 읽었던 책을 나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책을 읽고 있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지고, 가끔 눈물이 났다.

아프가니스탄

 

이 이야기의 배경은 아프가니스탄이다. 주인공 아미르가 미국으로 망명하기 전,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의 이야기이다.

 

아미르는 비교적 부유하고 성공한 아버지 바바로 말미암아 풍요롭고 안정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여기에서 아미르는 하산이라는 친구 같은 하인과 함께 했다. 젖을 함께 나눠먹은 사람은 평생 형제이다! 이런 아프가니스탄 정신이 있다. 하산은 아미르와 같은 유모에게서 젖을 함께 먹고 자랐다. 이렇게 그들은 아주 친한 형제 같은 사이이다.

 

연을 쫓는 아이
연을 쫓는 아이

 

하산은 바바의 집안 하인인 알리의 아들이다. 그런데 알리의 아내가 하산을 낳고 집을 나가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아미르의 엄마는 아미르를 낳고 죽었기 때문에, 그들은 같은 유모에게서 젖을 함께 먹으며 자랐다. 하산은 아미르를 마음을 다해 섬겼다. 비록, 또래의 같은 나이이지만, 아미르는 주인의 아들이고, 자신은 그 집에서 일하는 하인의 아들이다.

 

그래도 그 둘은 마치 친 형제처럼 지냈다. 항상 같이 놀고 함께 온 동네를 뛰어다녔다. 아미르도 하산을 마치 형제처럼 대해 주었다. 아버지 바바도 언제나 하산의 생일 선물을 챙길 정도로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이렇게 그들은 너무나 행복한 유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의 전통 놀이인 연날리기 대회날, 돌이킬 수 없는 아픈 실수를 하게 된다. 온 힘을 다해 주인 아들인 아미르가 1등을 하도록 하산은 손에 피가 나도록 최선을 다했다. 드디어 아미르는 최종 남은 연을 끊어내고 1등을 했다. 그리고, 떨어지는 연을 잡아오도록 하산에게 시켰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하산은 이렇게 말하면서 달려 나갔다. 그런 중에 동네에 질 나쁜 아이들에게 하산은 잡히고, 그곳에서 성폭행을 당한다. 그 모습을 아미르는 멀리서 지켜본다. 하산을 위해 앞으로 나서지 못한다. 그들을 상대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하산은 목숨을 걸고 새총으로 그들에게서 아미르를 구해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아미르는 하산을 구하지 못하고 비겁하게 멀찍이 숨어서 방관했다. 이 일은 아미르에게 심한 죄책감을 가져왔다. 하산이 불량배들에게 바지에 피를 흘리며 당하는 폭행을 눈감았다. 아미르는 이 일 후에 하산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하산을 일부러 피한다.

 

급기야 그의 죄책감은 하산을 안 보는 것으로 결정한다. 아미르는 일부러 돈과 장난감을 하산의 집 카펫 밑에다 몰래 넣고 하산을 도둑으로 몬다. 아버지 바바는 하산을 용서하지만, 알리는 하산을 데리고 바바의 집을 떠난다. 바바는 눈물로 호소하면서, 하인인 알리에게 떠나지 말아 달라고 하지만 그들은 비가 오는 날 그 집을 떠난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러시아군이 점령하면서, 카불은 아수라장이 되고 바바와 아미르는 그 넓고 아름다운 저택과 재산을 모두 버리고 미국으로 망명을 한다.

 

아메리카

 

카불에서 아미르 아버지 바바는 명망있는 사업가였다. 그는 항상 자비로운 마음으로 불쌍한 이웃을 도왔다. 심지어 마을에 자비로 큰 고아원을 만들었다. 카불에서 사람들은 모두 바바를 칭찬했다. 그는 사업에 큰 수완이 있어서 부자가 되었지만, 그 돈을 혼자 갖지 않고 늘 불쌍한 이웃과 나누었다. 아미르에게 바바는 큰 산과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메리카에서 바바는 망명자이며 가난한 노동자이다. 아들 하산을 돌보아야 하는 아버지이다. 그는 이런저런 노동을 하면서 아들 하산을 교육시키는 일어 헌신한다. 주중엔 주유소에서 일하고, 주말이면 프리마켓에서 물건을 판다. 

 

카불에서 아미르는 늘 바바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썼다. 바바는 아들에게 스포츠를 시켜가며 자신처럼 상남자가 되길 원했다. 하지만, 섬세한 아미르는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바바를 기쁘게 한 일은 하산과 함께 연날리기에서 1등을 한 일이다. 그날, 바바는 지붕에서 활짝 웃었다. 아들의 승리가 그의 승리였다. 

 

여기는 아메리카, 그들은 낡은 아파트에서 고군분투한다. 일하며 공부하는 아미르, 이 아들을 그래도 훌륭하게 키워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바바, 그 바바가 아미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자 죽는다. 이제 아미르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그리워하게 된다.

 

악몽

 

아미르는 자주 악몽을 꾼다. 연날리기 날에 하산을 외면하던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고 좋아하던 하산의 고통을 모른 체 보고만 있는 그 자신의 모습을 본다. 비겁한 영혼이 꿈속에 나타나 아미르를 괴롭힌다. 십 대에 저지른 실수가 성인이 되어서도 그를 괴롭힌다. 돌아갈 수도 없는 과거가 매일 밤, 그를 힘들게 한다.

 

진실

 

아빠의 절친 라힘 칸에게서 전화가 온다. 살날이 얼마 안남았으니, 이곳으로 한번 꼭 오라고 한다. 아미르가 라힘 칸을 찾아가자 뜻밖의 진실을 말해준다.

 

아미르가 외면한 하산이 바바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복동생인 것이다. 알리의 아내에게서 바바가 하산을 낳은 것이다. 알리는 불임이었단다. 그러면서 하산에게 아들이 한 명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그가 자신의 동생을 외면하고 집에서 도둑 누명을 씌우고 나가게 했는데 말이다. 아미르는 믿을 수 없다. 하지만, 바바의 친구 라힘 칸은 죽기 전에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단다.

 

그는 바바가 떠나고, 바바의 집을 관리하며 살았는데, 도저히 홀로 살 수 없어서 하산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하산을 다시 집으로 들이고 같이 살았는데, 그때, 하산에게 글을 가르쳐주었다. 하산은 아미르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그를 그리워하면서 그에게 편지를 남겼다. 아들과 찍은 사진과 함께.

 

"사랑하는 아미르 잔 도련님께...."

 

너무나 아름답고 정겨운 편지이다. 아직도 하산은 아미르를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그의 잘못을 기억하지 않고 그가 옛날에 보여준 친절과 사랑에 감사하며.

 

아미르는 하산의 편지를 읽는다. 여전히 아미르 도련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그의 마음이 구구절절이다. 이런 하산을 외면한 자신이 더 부끄러워진다.

 

하산은 어찌 되었을까? 하산은 라힘 칸이 잠시 집을 비운사이 러시아군에 의해서 죽었다. 그리고 그 아들 소랍은 고아원에 있단다.

 

라힘 칸은 아미르에게 하산의 아들, 소랍을 데려오길 권한다. 그는 아미르가 하산에게 저지른 그 옛날의 잘못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바로잡을 기회를 준 것이다.

 

다시 아프가니스탄

 

아미르는 마음의 결심을 한다. 자신의 동생 하산의 하나밖에 안 남은 혈육인 소랍을 찾기로 한다. 하지만,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소련이 점령한 무법천지 상태다. 그래도 그는 목숨을 걸고 아프가니스탄으로 간다. 그리고, 소랍이 고아원이 아닌 어떤 권력자에게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미르는 소랍을 찾으러 그에게 가지만, 그는 그 옛날 하산을 폭행한 아세프이다. 아세프는 러시아군에 붙어서 온갖 악행을 하고, 아직도, 소랍과 같은 어린 소년을 희롱하는 나쁜 놈이다. 

 

아미르는 아세프에게 온 몸의 구타를 당한다. 그와 싸움에서 이겨야만 소랍을 데리고 갈 수 있다. 아미르가 온통 피투성이가 되었을 때, 소랍은 그의 특기인 새총으로 아세프를 공격하여 그들은 무사히 그곳에서 빠져나온다. 하산에 이어 또다시, 아미르는 소랍에게 목숨을 빚진다. 이렇게 그들은 그곳에서 나와 파키스탄으로 오지만, 소랍을 미국으로 입양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 와중에 소랍은 자신이 미국으로 갈 수 없고, 당분간 고아원에 다시 가야 한다는 사실에 삶을 놓아버린다. 호텔 화장실에서 손목을 그은 것이다.

 

아미르는 소랍을 잃을 수 없다. 자신도 만신창이 된 몸으로 그를 살리기 위해 애쓴다. 신을 믿지 않던 아미르는 얼마나 다급하고 간절한지, 병원 복도에다 자리를 깔고 신께 간절히 빈다. 이제 경전을 외우고 금식을 하고 헌금을 하겠노라고, 제발 소랍을 살려달라고.

 

소랍은 가까스로 살아났다. 그리고 입양절차가 해결되어 그들은 미국으로 간다. 하지만, 소랍은 충격으로 말을 하지 않고 삶의 의욕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소랍을 위해 아미르와 그의 아내는 끝까지 인내한다. 어느 날, 공원에서 연을 날리게 되는 데, 소랍이 희미하게 웃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아미르는 소랍을 위해 연을 쫓아 달려간다. 

 

그 옛날, 하산이 아미르를 위해 달렸던것 처럼.

 

바바의 삶

 

바바는 하산이 자신의 아들인 것을 숨겼다. 덕망 높은 삶을 살면서 위선을 한 것이다. 라힘 칸은 이렇게 변명한다. 때론 남자에게 진실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하산은 진실을 숨긴 죄책감을 사회에 선을 행하는 것으로 상쇄하고자 했다. 그래서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았다. 알리와 하산이 떠나던 비 오는 날 밤, 그가 그렇게 운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한 남자의 슬픔이었다.

 

사실, 비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 주류 민족의 눈엣가시인 하자라인에게서 아들을 낳았다는 것은 천인공노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행위다. 그가 아무리 하산을 사랑해도, 남의 아내에게서, 그것도 하자라인을 낳았다는 것은 주류 사회에서 용납하지 못할 행동이다. 그래서 그는 비겁한 차선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라도 속죄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미르의 성장

 

어린 시절의 실수가 평생 가슴 한 곳에 박혀서 그를 속박했다. 양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섬세한 성격으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그 옛날, 다정한 하산을 구하지 못하고 외면한 비겁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그래도 그는 과거를 숨기고 살았다. 기억에서 지우려고 했다. 라힘 칸이 연락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라힘 칸에게서 진실을 알고, 이젠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한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는 지금이라 생각한다. 지금 바로잡지 않고서는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랍을 통해 속죄하려 한다. 

 

그가 목숨을 걸고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곳은 평화로운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굴도 모르는 조카를 찾고자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아미르는 또다시 전과 같은 비겁한 실수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온몸을 두들겨 맞으면서, 소랍을 구해온다. 이렇게 그는 과거를 속죄한다. 

 

아프가니스탄, 아름다운 문화를 가졌구나!

 

나는 지금껏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지 못했다. 언젠가 중동 전쟁 뉴스에서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 이름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몹쓸, 아주 척박하고, 살기 힘든 그런 나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 구석구석에 들어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은 정이 넘친다. 우리나라처럼 정겹고 아름다운 문화를 가졌다.

 

아미르가 소라야를 사랑하고 청혼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부모들이 예를 갖추며 대하는 모습이 정말 품위가 있다. 또한 자국의 어려운 처지를 생각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참으로 애달프다. 

 

아미르의 장군 출신 장인이 타이프라이터를 선물하며 이란어로 쓴 쪽지가 감명 깊다.

 

아미르 잔에게

이 키들 위에서 많은 이야기를 발견하길 바라네.

 

비록 미국에서 살지만, 자신의 문화를 지키려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동양의 예절 바르고 점잖은 모습이 낯설지 않다. 내가 동양 문화권에서 살아서인지 그들의 모습에 정이 간다.

 

마치며.

 

아프가니스탄인이 쓴 소설을 처음 읽었다. 정말 여러 번 울컥하며 눈물을 흘렸다. 곳곳에 잔잔하니 마음을 움직이는 구절들로 책 읽기를 멈추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설을 오래간만에 읽었다. 한 인간이 자신의 실수에 책임지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나에게 의미로 다가웠다.

 

나는 과연 내 지난 과오에 얼마나 책임 있게 행동했는가? 자주 이 질문이 어른거린다. 그리고, 딸아이가 내게 권한 책이 이런 책이구나.... 딸아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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