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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나무 <유홍준>
추리닝 입고 낡은 운동화 구겨 신고 마트에 갔다 온다 짧은 봄날이 이렇게 무단횡단으로 지나간다 까짓 도덕이라는 거, 뭐 별거 아니지 싶다 봄이 지나가는 아파트 단지 만개한 벚꽃나무를 보면 나는 발로 걷어차고 싶어진다 화르르 화르르 꽃잎들이 날린다 아름답다 무심한 발바닥도 더러는 죄 지을 때가 있다 머리끝 생각이 어떤 경로를 따라 발바닥까지 전달되는지...... 그런 거 관심 없다 굳이 알 필요 없다 그동안 내가 배운 것은 깡그리 다 엉터리, 그저 만개한 벚꽃나무를 보면 나는 걷어차고 싶어진다 세일로 파는 다섯개들이 라면 한 봉지를 사서 들고 허적허적 돌아가는 길, 내 한쪽 손잡은 딸아이가 재밌어서 즐거워서 자꾸만 한 번 더 걷어차 보라고 한다
아파트에 벚꽃이 활짝 폈다. 여기저기 꽃잎이 휘날리고 봄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유홍준 님의 (벚꽃나무) 시를 읽다 어찌 그리도 봄날 내 모습 같은지.... 슬쩍 웃음이 난다. 예년 보다 더 일찍 핀 벚꽃이 한창이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안양천으로 벚꽃구경을 가야겠다. 진해 군항제는 못 갈지언정, 바로 앞에 있는 안양천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길을 남편이랑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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