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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시 모음 (10편의 아름다운 벚꽃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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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한창입니다. 오늘도 벚꽃구경 많이들 하셨겠지요? 여기 10편의 벚꽃시 읽으며, 우리 눈에 담아온 벚꽃 다시 한 번 꺼내 보시기 바랍니다.
벚꽃 용혜원
봄날
벚꽃들은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무엇이 그리도 좋아
자지러지게 웃는가
좀체 입을 다물지 못하고
깔깔대는 웃음으로
피어나고 있다
보고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기쁜지
행복한 웃음이 피어난다
벚나무 아래서 윤보영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벚나무 아래서
꽃송이로
그대 이름을 적었습니다
보고 있던 나무가
빙그레 웃더니
이름 아래
글씨를 적어 줍니다
사랑해!
벚꽃유감 이국헌
어제 봤던 벚꽃
밤 내내 내린 비에
후드득 떨어져 버렸다
나 보기 싫다
눈물도 보이기 싫다
아침에 눈물 싹싹 훔치고
봄바람에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기다려 달라는 소리도
눈길 주지도 못했다
봄빛은 등을 두드리며
길 떠나라 따갑게 때린다
벚꽃이 훌훌 나태주
벚꽃이 훌훌 옷을 벗고 있었다
나 오기 기다리다 지쳐서 끝내
그 눈부신 연분홍빛 웨딩드레스 벗어던지고
연 초록빛 새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꽃을 따르라 정호승
돈을 따르지 말고
꽃을 따르라
봄날에 피는 꽃을 따르지 말고
봄날의 지는 꽃을 따르라
벚꽃을 보라
눈보라처럼 휘날리는 꽃잎에
봄의 슬픔마저 찬란하지 않느냐
돈을 따르지 말고
지는 꽃을 따르라
사람이 지는 꽃을 따를 때
가장 아름답다
벚꽃 정연복
목련은 피어서는
참 우아하고 아름다운데
커다란 잎이
뚝뚝 떨어져 질 때는
검게 퇴색하는 모습이
별로 예쁘지 않다
나는 벚꽃같이
이 땅에서 예쁘게 살다가
꽃비 내리는 것처럼
예쁘게 죽어서
맑고 깨끗한 영혼으로
천국에 가고 싶다
은하수 벚꽃 평보
벚꽃은 은하수 같다
별들이 모두모여 빛을 내고
벚꽃은 모두모여 빛을 낸다.
모두모여 무엇을 할까?
사람들은
숨은 새순의 의미를
알지 못 한다
은하수처럼 빛을 내고야
사람들은 모여든다.
그리고 인생의 환희를
노래한다.
그러나 꽃비가 나리면
퇴색된 꽃잎을 애써 외면한다
사람들은 모두모여 무슨 생각일까?
고통의 잉태의 순간도 모르고
꽃비내리는 종말의 순간도 외면하고
은하수처럼 영원 불멸의
찬란하게 빛나는 꿈만 보고 있다
한순간의 요란한 빛
벚꽃 밑에서
인생은 한번의 청춘이 있다는 걸
모두 잊고 있다
산벚꽃 김용택
저 산 너머에 그대 있다면
저 산을 넘어 가보기라도 해볼 턴디
저 산 산그늘 속에
느닷없는 산벚꽃은
웬 꽃이다요
저 물 끝에 그대 있다면
저 물을 따라가보겄는디
저 물은 꽃보다가 소리 놓치고
저 물소리 저 산허리를 쳐
꽃잎만 하얗게 날리어
흐르는 저기 저 물에 싣네
벚꽃잎이 이향아
벚꽃잎이 머얼리서 하늘하늘 떨리었다
떨다가 하필 내 앞에서 멈추었다
그 눈길이 내 앞을 운명처럼 막았다
가슴이 막히어서 숨을 쉴 수 없었다
나는 흐느끼었다
이대로 죽어도 좋아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
두 번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없었다
벚꽃잎은 계속 지고 있었다
벚꽃의 생 정연복
아무리 길게 살아도
밋밋한 생은 싫다
단 며칠 동안의
짧은 생일지라도
온몸으로 뜨겁게
온 가슴으로 열렬하게
화끈하게 살다가
미련없이 죽고 싶다
딱 며칠만
세상에 있다가 없어지지만
그 있음과 없음이
하나도 초라하지 않은
벚꽃같이
그냥 벚꽃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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