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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 놓고

구름처럼 하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벚꽃나무들

 

 

 

시냇물옆 벚꽃

 

 

이기철 시인의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은 따뜻한 봄을 맞아 잠시 쉬어 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아주 부드럽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라고 권합니다. 모든 걱정 근심 다 내려놓아 보라고 합니다. 해야 할 의무와 책임, 나를 둘러싼 역할도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합니다. 벚꽃이 피는 계절.... 잠시 동안이라도 자연이 주는 벚꽃잔치에 함께 하라고 합니다. 이 시를 읽으면, 친한 사람이 위로해 주는 느낌을 받습니다. 너무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세상은 다 굴러가고 인생은 살아진다고요. 벚꽃그늘에서 벚꽃에너지를 충전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아주 잠시 피는 벚꽃이랍니다. 차일피일 미루다 가는 어느새 지는 벚꽃입니다. 한두 송이 꽃잎이 터지는 듯싶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만개가 되었지요. 그리고 봄바람이 두어 번 불면 어느새 벚꽃 잎은 봄비마냥 흩날리며 온 사방에 날린답니다. 그리고 벚꽃은 내년을 기약한답니다. 그래서 이기철 시인은 이 짧은 벚꽃계절에 잠시 쉬어도 된다고 하는 듯합니다. 우리 생이 길게 쉬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니까요. 각자의 생업과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나를 쫒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 짧은 벚꽃 피는 시간엔 잠시니까, 아주 잠깐이니까 좀 쉬라고 합니다. 그 정도는 쉬어도 우리네 삶이 흔들리지 않으니까. 그렇게 오늘 이 시를 보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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