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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의 한가운데/루이제 린저

건강한 하늘시내 2022. 10. 28. 12:54

요 며칠 동안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를 읽었다. 오래전에 아주 유명했던 책이어서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어졌다. 루이제 린저의 가장 유명한 책 중의 하나인 (삶의 한가운데)의 줄거리와 읽은 소감을 써보고자 한다.



삶의 한가운데


삶의 한가운데 줄거리

이 책은 니나라는 한 여자와 그를 오래도록 사랑했던 슈타인이라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니나의 언니가 니나를 방문하고 슈타인이라는 남자가 쓴 일기를 읽으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대부분은 슈타인이 니나와 있었던 일을 일기로 쓴 것을 니나의 언니가 읽으면서, 슈타인이 어떻게 니나를 사랑했는지가 잘 나와 있다.

슈타인은 의사이다. 어느 날 진료실로 찾아온 소녀에게 마음이 간다. 그녀는 니나다. 발에 패혈증이 걸려 치료해주면서 그녀에게 끌린다. 나이 차이는 거의 20년 정도이다. 그는 그녀의 생생하고, 지적이고, 도발적이고, 주체적인 성격에도 끌린다. 자신이 20년의 나이 차이가 나는 어린 여자에게 연정의 마음을 품는 것에 죄책감을 갖는다.

그 둘은 여러 일로 서로 가까워진다. 니나는 슈타인이 자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녀가 삶의 여러 일이 생길 때마다, 슈타인에게 의논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볼 때, 그녀는 그의 사랑과 신뢰를 어쩌면 이용한다. 글쎄.... 이용한다기보다는 슈타인이 니나의 일이라면 마음을 다해 뭐든 해주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가 죽고, 엄청난 빚을 남겼을 때, 슈타인은 그녀의 대학 학비와 기거할 곳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니나는 그런 것을 받을 사람이 아니다. 니나는 먼 작은 시골에 사는 고모할머니의 가게에서 일하는 것을 선택한다. 고모할머니는 나이가 많고 병에 걸려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그래서 니나에게 가게에 와서 일하면 고모할머니의 재산을 상속하겠다고 약속했다. 니나는 너무나도 척박한 그곳에서 매일 죽음의 문턱에 있는 노인을 돌보며 2년을 지낸다.

고모할머니의 집에서 일하면서 정치범으로 쫓기는 사람들을 국경까지 운반해주는 일을 슈타인과 함께 한다. 슈타인은 니나의 부탁으로 이 일을 하게 되고, 이런 일들은 슈타인의 직업에도 영향을 미쳐서 고난을 당하기도 한다.

마침내 고모할머니가 죽고, 그녀는 아버지 빚을 갚고 얼마간의 여유를 갖게 된다. 대학을 다시 다니며 여러 활동을 한다. 그녀는 글을 쓰고, 반나치 활동을 하면서 산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펼친다.

슈타인은 그녀를 지켜보면서 계속해서 그녀에 대한 마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녀가 하룻밤 사랑을 나눈 사람의 아이를 가지고 퍼시와 결혼하고, 또다시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을 때도 그는 변함없이 니나를 사랑한다. 니나는 퍼시와 결혼 전에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하지만, 퍼시는 그 아이를 내 아이로 키울 수 있다고 하면서 결혼을 강행한다. 막상 결혼생활에서는 그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낳으라고 억지 임신을 시키고, 니나는 삶에 대해 회의하며 자살까지 시도한다. 하지만, 슈타인이 그녀를 다시 살리고 둘째 아이까지 낳게 된다.

슈타인은 이런 모든 니나와 관계된 이야기를 일기에 적었다. 그의 일기에는 얼마나 그가 니나를 사랑하고 그 마음이 절망하고, 질투하고, 어리석고, 죄책감으로 힘든지.... 자세히 적었다. 그는 니나를 만나서 사랑하고 고통받으며, 그의 생의 한 부분을 살았다. 니나를 그리워하고 그녀를 사랑하다가 죽을병에 걸리고, 니나를 만난 지 18년 되던 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 편지를 니나에게 부친다.

니나가 주인공이지만, 슈타인이라는 남자의 이야기 같다. 슈타인은 그 시대의 지성이다. 의사이며 교수이다. 그는 넉넉한 재력으로 니나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그의 지성은 그런 짓을 허락하지 않는다. 슈타인은 끊임없이 그녀 곁에 맴돌면서 격정에 휩싸이지만, 마음을 통제하며 그저 자신이 니나를 사랑했다는 정도만 확인하고 죽는다.

정말 독특한 캐릭터다. 돈으로 사랑을 사고, 돈과 권력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사람이 이 세상엔 많다. 자신의 지성과 재력으로 얼마든지 니나를 자신의 아내로 만들 수 있었는데, 항상 슈타인은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 어쩌면, 그녀가 두 아이를 낳고, 이혼했을 때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그때도 적극적인 구애보다는 그녀를 돕는데 최선을 다하고, 그녀가 오기만 고대했다.

이런 슈타인을 니나는 경멸했다. 그의 지극한 사랑을 알면서도 니나는 사랑하지 않으면서 그에게로 갈 수없었다. 그녀는 자기 생각이 확고하고,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 바라는 여자였다. 그래서 끝까지 슈타인의 사랑을 외면하고 자신의 삶을 살았다.

삶의 한가운데를 읽고....


이 책은 초반에 읽다가 그냥 포기하려고 했다. 뭔가 좀 복잡하고 지루했다. 뭐를 말하려고 하는지 좀 알아채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몇십 장 읽다 보니, 그런대로 이야기의 줄기가 잡혔다.

니나는 보기 드물게 삶에 대해 진지하고, 모든 경험을 하고자 했던 앞서가는 여성이다. 그녀의 경험에는 한계가 없다. 죽음까지도 경험의 대상이었다. 고모할머니와 함께하는 결심에는 죽음을 가까이서 관찰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또한 삶이 자기를 배반했다고 느낄 때 자살을 시도한 것도 죽음을 또 다른 경험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는 진취적이고, 줏대 있고, 사랑에도 솔직하고, 생을 열심히 사는 여자이다. 이런 여성은 모든 여성의 동경의 대상이다. 그래서 이 책이 많이 읽혔나 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우리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은 한계가 있다. 여성의 의무와 책임, 사회가 입힌 여성의 지고지순한 이미지, 순종을 강요하는 문화.... 이런 것들로 여성은 자유롭게 삶을 살지 못한다. 하지만, 니나는 그런 사회에서 자신의 생각대로 살려고 했던 인물이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사랑을 만나면 사랑하지만, 그것에 매몰되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여성은 정말 드물다. 용기가 있어야 하고, 능력과 신념이 있어야 한다. 나치에 항거하는 일을 하는 니나는 두려움도 극복하는 여성이다. 자신의 아이를 책임지는 니나에게 따뜻한 마음도 엿보인다. 니나는 정말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이 책의 줄기는 니나라는 확실한 삶을 사는 여성보다 슈타인이라는 남자가 시선을 끌었다. 그가 쓴 일기에는 그녀를 사랑하며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이 구구절절 잘 나와 있다. 번뇌하고 환희하고, 절망하고, 약간의 소망이라도 가지려는 한 남자의 깊은 내면이 잘 나와있다.

내 생각에 이런 남자는 아주 드물다. 여성이라면, 이런 캐릭터가 쉽게 수긍이 간다. 그동안 이런 역할은 거의 여성의 몫이었으니까. 한 남자를 사랑하고, 인내하고, 끝까지 정절을 지키고, 헌신하는 여자. 이런 여자는 그동안 많이 봐왔으니까 말이다.

슈타인이라는 남자는 루이제 린저가 창조해낸 어쩌면 이상적인 남자가 아닐까? 이런 남자가 세상에 많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한 여자가 성장하면서 한 남자의 지극한 사랑을 받는다면, 그녀는 정말 거침이 없는 용기를 갖게 될 것이다. 나 보다 20살이 많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자신감을 갖게 하는 일인가?

슈타인이라는 남자의 편지를 읽는 부분이 이 책에서 제일 흥미로웠다. 한 남자의 내면의 고통과 갈등, 그리고 한 여자를 사랑하며 그리워하는 마음이 정말 측은하고 연민이 간다. 만약 이 책을 젊어서 읽었다면 슈타인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 든 남자의 이상한 집착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를 읽는 다면, 주인공인 니나의 파란만장한 삶도 의미 있지만, 슈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보면 더 흥미로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여성이어서 그런가 슈타인이라는 남자에게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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