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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싯다르타/헤르만헤세

건강한 하늘시내 2022. 11. 1. 12:31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그의 책을 더 읽고 싶어졌다. 마침 그가 데미안을 쓰고 몇 년 후 쓴 싯다르타를 읽게 되어서, 여기 싯다르타 줄거리와 읽고 느낀 점을 쓰고자 한다.

 

싯다르타 줄거리

 

싯다르타는 바라문의 아들로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아이로 자랐다. 제사를 지내고, 학문을 익히고, 아름다운 자태로 자라는 싯다르타는 그의 부모와 가문,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또 한 사람, 그의 친구 고빈다가 있었다. 

 

어느 날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처럼 보이는 사문들을 보고 그들과 동행해서 직접 더 많은 것을 배우겠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슬픔을 뒤로하고, 친구 고빈다와 집을 나와 사문을 따른다. 싯다르타는 금식을 하고 고행을 하며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고통, 쾌락, 억지, 통곡, 사랑.... 이런 것들을 보면서 인생은 끊임없는 고통이라 생각했다. 

 

싯다르타는 이런 인생의 고통에서 모든 것을 비워내고 평안을 얻는 법을 얻고자 했다. 그는 사문들 속에서 여러 가르침을 들으며 자신의 자아가 빠져나와 잠시 그런 고통의 굴레를 극복하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어김없이 다시 또 다른 고통의 자아로 돌아오고 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사문들에게서 몇 년 동안 수행하며 많은 것을 배우지만 해결하지 못하는 마음의 문제가 있다. 그즈음 모든 것을 깨닫고 해탈의 경지에 있다는 고타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싯다르타와 고빈다는 사문에서 나와 고타마를 찾아간다.

 

고타마를 보자 싯다르타는 단번에 그가 진정으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 태도, 미소를 보면서 싯다르타는 그를 존경하고 그를 인정하지만, 그를 따라가지는 않는다. 그는 그의 말이 진리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직접 깨달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직접 체험을 통해 깨닫기를 바란다.

 

친구 고빈다는 부처인 고타마를 따라가고, 싯다르타는 그들을 떠나 속세로 내려온다. 어느 날 아름다운 카말라를 보고 그녀에게 사랑에 대해 배우기로 한다. 그녀는 싯다르타에게 좋은 옷과 좋은 신발을 신고 돈을 두둑이 가지고 오라고 말한다. 

 

싯다르타가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을 안 카말라는 상인 카와스와미를 찾아가라고 한다. 싯다르타는 상인에게 장사하는 법을 배우고, 돈을 벌어 카말라와 사랑을 하게 된다. 그는 점차 세속의 쾌락과 기쁨에 젖어들어 더 이상 수행하는 자가 아니라 어리석은 인간으로 타락하게 된다.

 

어느 날 싯다르타가 돈과 도박과 여자에게 타락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모든 것을 놔둔 채 다시 숲으로 향한다. 어느 강가에 다다라서 뱃사공을 만났는데, 그는 예전에 강을 건너다 주었던 뱃사공 바주데바였다. 그의 얼굴을 보자 그가 인생의 모든 것을 깨달은 자라는 것을 알고 그와 함께 살기로 한다.

 

싯다르타는 뱃사공이 되어 하루하루 강에서 배우게 된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강에게 인생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 선과 악이, 다 하나로 되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처 고타마가 죽어 입적했다는 소문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고타마를 보기 위한 순례의 길을 나선다. 그때, 싯다르타의 연인이었던 카말라가 아들과 함께 순례의 길을 가는 도중 뱀에 물리는 일이 일어난다. 아이는 죽어가는 엄마 옆에서 울고, 싯다르타는 카말라와 아이를 자신의 오두막으로 데려오게 되는데,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카말라는 죽고 아이는 싯다르타와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아이는 이렇게 불편한 생활을 참지 못한다. 경건한 싯다르타와 맞지 않는다. 그가 아무리 아이를 잘 가르치려 해도 아이는 막무가내로 반항하며,마침내 돈을 훔쳐 그 집을 나간다. 싯다르타는 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카말라와의 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내면의 고통을 갖게 된다. 

 

자식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 걱정하는 마음,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싯다르타를 몹시 고통스럽게 한다. 아이를 찾아서 길을 떠나다가 문득, 이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고, 늙은 뱃사공 바주데바는 생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숲으로 홀로 들어간다.

 

어느 날 그곳에 고빈다가 찾아오고 깨달음을 얻은 한 사람, 싯다르타를 만나게 된다. 싯다르타는 깨달음은 누군가에게 말로 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지식은 배울 수 있지만, 지혜는 누구에게 말로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직접 경험을 통해서만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빈다는 모든 것을 깨닫고 해탈한 싯다르타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큰 절을 올리고 그는 다시 누군가로부터 깨달음을 배우려고 길을 떠난다. 

 

싯다르타를 읽고 

 

싯다르타는 불교의 창시자 석가모니의 삶을 헤르만 헤세가 다시 이야기로 만든 책이다. 원래 부처의 이름은 고타마 싯다르타였다. 그래서 여기 나오는 고타마와 싯다르타는 모두 석가모니를 뜻하는 것이다. 고타마는 이미 깨달음을 얻은 세존을 나타내며 중생을 위해 평생을 가르쳤던 석가모니를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싯다르타는 깨달음을 얻기까지, 배움과 고행, 세속에서 타락하며 직접 배운 깨달음, 사랑과 자식에 대한 깨달음을 나타내고자 한 것 같다.

 

사색하기, 기다리기, 단식하기

 

싯다르타가 수행을 통해 배운 것은 사색하기, 기다리기, 단식하기이다. 그는 카말라와 상인 카마스와미에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당당하게 말한다. 그가 수행하며 배운 이 3가지는 영적 순수한 생활을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사색할 줄 안다면, 삶을 더 깊이 있게 살게 되고 더 많은 깨달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기다림을 배웠다면, 삶을 조급해하지 않고 느긋하게 살게 될 것이다. 단식할 줄 알면, 욕심을 내려놓고 적은 것으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얻는 방법

 

카말라는 싯다르타에게 사랑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사랑은 구걸하여 얻을 수도 있고, 돈을 주고 살 수도 있고, 선물로 받을 수도 있고, 거리에서 주어 얻을 수도 있지만, 강탈할 수는 없는 거예요"

 

사랑에 대한 그녀의 말이 정말 이해가 된다. 사랑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힘으로 강탈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남녀의 사랑을 포함해서 어떤 사랑이라도 힘으로 억지로 얻을 수 없다.

 

자식에 대한 사랑

카말라가 낳은 싯다르타의 아들은 싯다르타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런 엄청난 존재였다. 그동안 아들의 존재를 모르고 살다가 갑자기 자식이 나타났다. 그는 그 아들이 너무 귀하고 사랑스러웠다.  싯다르타는 온갖 정성을 다해 그를 사랑하고 가르쳤다.

 

하지만 그 아들은 떠나 버렸다. 그때, 그가 예전에 부모를 떠나왔을 때, 그 부모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들이 떠나고 싯다르타는 부모 자식의 인연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아들이 자신을 부정하고 떠나버리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 평생을 수행하고 깨달은 싯다르타가 아들로 인해 거의 이성을 잃는 정도로 괴로워하는 모습에서 조금 위로를 받았다. 아무리 깨달음을 얻어도 자식은 정말 부모에게 어마어마한 존재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를 떠나야 한다. 부모를 떠나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게 된다. 부모에게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의 그늘에서 맴돈다면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당연한 사실이라해도 자식이 떠날 때는 모든 부모가 슬픔을 겪는다.

 

자식이 경제적 독립을 위해 거처를 옮길 때, 정신적 독립을 위해 부모에게 반항하고 대들 때, 부모의 삶을 부정하고 비판할 때, 우리 부모들은 가슴이 찢어진다. 그리고 그 고통을 겪으면서 인생을 배우고, 비로소 자녀를 마음에서 보내주게 된다. 

 

 

수행하는 사람
수행하는 사람

 

 

싯다르타를 읽으면서 그가 삶의 깨달음을 얻으려고 고행하며 수행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삶을 실제로 겪으면서 깨달으려고 했던 부분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직접 어리석은 인간의 삶을 살지 않고서 어떻게 중생의 아픔을 위로하고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단 말인가?

 

헤르만 헤세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이야기로 쓰면서 싯다르타가 속세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넣었다. 이것은 삶을 살아보지 않고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싯다르타가 아름다운 카말라를 만나 사랑을 배우고, 부자 상인 카마스와미에게 돈에 대해 배우고, 그런 세상에 살면서 돈이 얼마나 사람을 타락시키는지 깨닫고 배운다. 인간의 사랑의 정점인 자식의 사랑을 느끼고 마음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이런 인간적인 것들을 직접 경험하므로 그는 말로 배우는 지식에 대해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말이란 그저 어떤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이지, 말로 들어서 깨달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삶을 살면서 배우는 것이 진정한 배움이라는 것이다. 지혜는 누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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