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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데미안

건강한 하늘시내 2022. 10. 18. 12:00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고등학교 시절  당시 유행이어서 읽다가 너무 지루하다고 생각해서 그만두었던 생각이 난다. 이번에 읽어보니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 줄거리와 읽으면서 생각했던 점을 나누려고 한다.

 

데미안 줄거리

 

싱클레어는 어느 정도 유복하고 따뜻한 집에서 부모와 누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그는 안전하고 깨끗하고 온화한 집에서 살다가 인생 처음으로 힘든 일을 겪게 된다. 밝은 세계와 어둠의 세계, 두 세계를 경험한다.

 

크로머라는 동네 나쁜 아이와 어울려 놀다가 하지도 않은 도둑질을 했다고 떠벌리고 만다. 이것이 그의 약점이 되어서 크로머는 온 동네에 소문을 퍼뜨린다고 협박을 하고 입을 닫는 조건으로 돈을 가져오라고 한다. 어린 소년이 한순간의 허세로 그의 말은 족쇄가 되어서 크로머에게 휘둘리는 시간을 보낸다. 매 번 돈을 안 가져오면, 너의 도둑질을 모두에게 알리겠다고 협박을 하는 통에 싱클레어는 아버지가 알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그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어린 나이에 돈을 만들기가 어려워서 저금통의 돈을 훔치고, 집안의 소소한 돈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그는 환한 빛의 세계에 살다가 어둠의 세계를 경험하며 날마다 괴로워한다.

 

학교에서 싱클레어는 데미안이라는 두 학년 위의 형을 만난다. 그는 싱클레어를 보자 친근하게 다가왔고, 종교학 시간에 옆자리에 앉게 된다. 데미안은 카인과 아벨의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카인은 힘이 있는 자로 이마에 표식을 갖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아벨의 위주로 성서를 교육받은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말이 아리송하다. 하지만, 데미안의 뭔가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에서 그를 신뢰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오래된 고통의 문제, 크로머에게 휘둘리는 것을 해결해준다. 이렇게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자신의 마음을 흔드는 사람이 된다.

 

싱클레어는 멀리 상급학교를 가기 위해 집을 떠나 하숙 생활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어둠의 세계에서 지내게 된다. 매일 술을 먹고, 돈을 쓰고, 학업은 소홀히 하며 퇴학을 맞을 위기까지 가게 된다. 아버지가 와서 야단을 치고 애원을 해도 그는 그 어둠의 세계를 방황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베아트리체를 만난다. 그냥 그가 그녀의 이름을 베아트리체라고 지었다. 공원에서 만난 아름답고 순수하고 말로 형언할 수 없이 끌리는 소녀에게, 그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것이다. 어머니와도 같고, 누이와도 같지만, 순수한 또 다른 이성에게 강한 마음의 동요를 느끼고 그동안의 지저분한 방탕의 생활을 멈춘다. 그리고 베아트리체를 자신의 마음속에 들이고 숭배하며 다른 세계로 나아간다.

 

방학이 되어서 고향에 돌아와 다시 데미안을 만난다.  몇 년 동안 데미안을 만나지 않았지만, 다시 데미안을 만나고 그의 심오한 말에 싱클레어는 데미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리고 그와 나눴던 자신의 집 대문 위에 있는 새의 문장을 그린다. 데미안에 대해 생각하며 새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그의 집으로 보낸다. 학교로 돌아온 어느 날 책갈피에 쪽지가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이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데미안이 보낸 것이다. 새 그림을 받고 그가 이런 편지를 보낸 것이다. 싱클레어는 생각 속에 빠져들다가 선생님이 하는 '아브락사스'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아브락사스는 고대 종파에서 나온 신의 이름이었다. 선과 악을 함께 지닌 신이다. 이제 베아트리체를 숭배하는 것은 좀 시들해지면서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인생에 어떤 일을 하면서 살 것인가?

 

싱클레어는 깊은 밤 방황하다가 우연히 성당에서 흘러나오는 오르간 연주를 듣게 되고, 그 음악을 연주하는 피스토리우스를 만나게 된다. 피스토리우스는 사제가 되려다 자신의 깊은 깨달음으로 번뇌하는 사람이다. 이제 싱클레어는 새로운 스승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의 말은 싱클레어의 허물을 벗어내도록, 알껍데기를 부수도록 도와주었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거나, 어떤 나쁜 짓을 저지르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 그건 자신의 상상 속 아브락사스 임을 기억하게나. 자네가 죽이고 싶은 사람은 결코 그 사람이 아니야. 우리는 미워하는 그 사람의 모습에서 우리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를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은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피스토리우스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선과 악에 대해 싱클레어에게 가르쳐준다. 아브락사스, 모든 사람에게 선과 악의  문제는 비켜갈 수 없다. 우리가 아무리 선을 향해 가더라도 마음속의 아브락사스로 고통과 번민 속에 살아간다는 뜻이다.

 

아무리 좋은 스승이라도 결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이제 다시 데미안을 그리워하고 대학생활 중에 데미안을 만나게 된다. 데미안은 여전히 싱클레어에게 친절하고 그의 집에 초대한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집에서 그의 엄마인 에바 부인을 만나게 된다. 에바 부인을 보는 순간 그가 그토록 마음속으로, 꿈속에서 그리던 완벽한 형상의 여인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었지만, 나이 든 것처럼 보이지 않고, 아름답고, 따뜻하고, 현명하며, 깊이 있는 여인이다. 이제부터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가 아니라 에바 부인을 숭배한다. 

 

에바 부인은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리저리 휘둘리며 이합집산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뭔가 순수하고 고상하며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교와 인종, 하는 일 등 모든 것을 떠나 가치 있고 더 나은 인간으로 살아가며, 유럽의 썩어빠진 것을 새롭게 할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이제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에바 부인을 통해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유럽의 위기가 감지되고, 독일과 러시아와 전쟁을 시작하면서 데미안은 전쟁에 자원입대한다. 곧 싱클레어도 입대를 하고 거기서 부상을 당하고 데미안을 한 번 만난다. 데미안을 통해 에바 부인의 키스를 받고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데미안은 없고, 이제 자기를 인도했던 친구의 모습이 자신 속에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싱클레어는 새롭게 다시 태어난 것이다.  유년기부터 밝고 어두운 세상을 경험을 하면서, 자신을 이끌어준 친구이자 스승, 인도자를 만나면서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는 자신의 알에서 깨어나서 그 알을 깨뜨리고 비로소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가게 된 것이다. 

 

 

 

알을 깨고 나오는 새
알을 깨고 나오는 새

 

데미안을 읽고 

 

 

고등학교 때인가 데미안을 읽다가 그만두었던 기억이 난다. 그땐 스토리도 재미가 없고 뭔가 계속 읽어나가기가 지루하고 어렵다는 느낌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는 그래도 다 읽었는데, 이 책은 읽다가 포기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천천히 데미안을 읽어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가져왔다.

 

아직도 데미안은 쉬운 소설은 아니다. 뭔가 의미가 많고 깊은 내면의 성장을 다룬 것이라 좀 어렵다. 고등학교 시절보다는 그래도 잘 읽혔다. 그동안의 세월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거름이 된 것 같다. 삶을 살아보고 읽으니 이해가 좀 되는 것 같다. 

 

데미안을 중고등학교 시절에 많이들 읽는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 재밌다고 느끼고, 이 책에서 주는 메시지를 깨달을 수 있다면 그는 실로 앞서가는 사람이리라 생각이 든다. 나는 그때, 이런 지루하고 재미없는 책은 그냥 덮어버리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세상에 휘둘리며 살았나 보다.

 

나 스스로 생각하고 이 세상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면 조금 나았으려나. 독일의 문호인 헤르만 헤세의 깊은 철학적 사고를 이해하기에 나는 얼마나 갇힌 사고의 사람이었던가? 

 

어릴 때부터 기독교를 절대적 가치로 숭상하고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살다가 뒤늦게 생각하기를 시작했다. 종교가 주는 가치가 있지만, 그 외의 부조리와 부패, 편견을 심어주는 것들에 대해 눈뜨기 시작하고 종교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젠 기독교와 거리두기를 하면서 신이 있다면 어떤 신일까? 이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생각하고 있다.

 

알을 깨뜨리고 다른 세상으로 나오기가 얼마나 힘들단 말인가? 새에게는 온 힘을 기울여야 좁은 세계를 나올 수 있다. 그곳을 나와야 넓은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고, 자유롭게 날 수 있다. 알에서 나오지 못하면 그 알이 자기 세계의 전부인 줄 알고 거기서 죽는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을 통해 우리에게 알에서 깨고 나오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 같다. 자기가 경험한 것이 최고이고, 자기의 생각이 제일 옳다고 하는 편견을 깨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다른 세상이 보이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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