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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나는 얼마나 삭막하고 외로운 삶을 살고 있을까? 아무도 나의 말을 듣지 않고 무시한다면 내 마음은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다. 나의 말을 들어줄 한 사람을 만드는 일이 어쩌면 삶의 기초가 아닐까 생각된다.(그래서 결혼을 하는가?)
아침에 읽던 책 (행복에 목숨 걸지 마라-리처드 칼슨 지음)에서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경청)을 다시 마음으로 새기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 얼마나 삶에 필요한 일인지.
지금까지 나는 그래도 다른 사람의 말에 잘 경청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를 되돌아보니, 다른 사람이 말을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내 말만 하고 살았다. 많은 시간을 나 위주로 말을 했다. 다른 사람이 말을 하려고 하면 재빨리 끼어들어서 내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말이 지루해지면 빠르게 나의 생각을 말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부끄러운 행동이다.
한 사람만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준다면, 이 세상은 살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나는 누군가에게 존중받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
말을 많이 하는 시간
내가 미친듯이 말을 많이 하는 시간이 있다. 교회에서 예배가 끝나고 점심식사 후에 차를 마시면서 디저트를 먹을 때, 나는 일주일 못다 한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 우리 남편도 마찬가지다. 우리 부부는 누가누가 말을 많이 하나 내기라도 하듯이 말을 한다.
미친 사람처럼 마음에 있는 분노, 후회, 속상함, 갈등, 원망.... 이런 것들을 쏟아 놓았다. 목사님 부부가 잠잠히 들어 주었다. 그들이 말할 틈도 안 주고 우리는 우리 이야기만 해댔다. 그것도 10년을.....
지금 생각하면, 우리 부부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듯하다. 어떻게 그리 많은 시간을 한결같이 말을 하고 또 하고....
목사님 부부는 그 말을 듣고, 또 듣고.... 정말 미친 시간들이었다. 지금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그 시절 희망이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절망으로 어둠을 헤매던 시간을 그분들이 들어줌으로 살아냈다.
부끄럽지만, 말을 해서 살았던 것 같다. 우리 말을 들어줘서 살 수 있었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삶의 지혜를 또 배우는구나.
우리 부부의 말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우리 교회 목사님 부부는 여전히 듣고 계신다. 우리말을 묵묵히. 그래도 우리말이 요즘은 좀 부드러워졌다. 예전에 비해서 날카로운 비판의 말이 조금 줄어들었고, 가끔 감사의 말도 한다.
말을 들어준 사람
부정적인 말이 줄어들고 긍정적인 말이 늘었다. 삶이 좀 나아져서 그런가? 아니다. 우리의 말을 들어준 사람이 있어서 우리의 마음이 치유된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만약, 그 시간에 우리가 그렇게 쏟아놓지 않았다면 우리 마음에 있는 찌꺼기가 아직 남아있을 것이다. 우리가 상처받은 마음을 마음껏 내놓고 투정을 부릴 수 있어서 우리의 마음이 정화된 것이다.
목사님 부부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내 인생에 실제로 만난 사람 중에 제일 존경하는 분들이다. 이 분들은 나의 형부와 언니이다.
나에게 이렇게 좋은 분들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셔서 감사하다. 나는 너무 이기적인 존재에서 이렇게 작은 감사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계속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인내심을 갖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우선, 제일 가까이 있는 남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줘야겠다. 또한 멀리 있지만, 나의 딸들의 말에 진심을 다해 들어야겠다.
듣는 사람이 되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선 들어주는 것, 이것은 사람을 살리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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