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줄거리/학부모가 꼭 읽어볼 책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가 어린 소년 시절에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그 시절 독일의 교육이나 청소년기의 방황이 잘 나와있다. 어린 한스가 인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죽게 되는 이야기이다.

 

수레바퀴아래서-헤르만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줄거리

 

한스 기벤라트는 한눈에 보아도 영특하고 재능 있는 소년이다. 온 마을과 학교는 한스가 정말 다른 아이들 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 한스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교회 목사에게 따로 교육을 받는다. 자신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은근히 자랑스러워한다.

 

한스는 어머니가 없이 아버지와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줌마와 같이 산다. 한스의 아버지 기벤라트는 속물적인 사람으로 중개업을 하며, 똑똑한 아들을 둔 것이 뿌듯하다.

 

전국의 유능한 인재들이 모두 모여 주시험을 치는 날이다. 한스는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을 치렀다. 아무래도 제대로 시험을 못 본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하다. 마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한스는 부담이 간다. 

 

주시험에 합격하면 신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이것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생계를 보장받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명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신학교는 지금 시대로 말하면 최고 학문의 전당으로 모든 경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기숙학교이다.

 

드디어 시험결과가 발표되고, 한스는 2등으로 합격한다. 모두가 한스를 칭찬하고, 한스는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낚시를 하러 간다.  하지만, 교장은 어려운 신학교 공부를 예습하라고 충고하고, 잠시 동안의 방학도 수학과 그리스어, 히브리어까지 공부한다.

 

이렇게 한스는 잠시 쉴틈도 없이 또다시 공부한다. 그리고 신학교에 입학한다. 한스는 한껏 부풀어올라 신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자고 다짐한다. 아이들이 저마다 친구들을 사귀고 여러 활동을 할 때도 한스는 오로지 공부에 매진한다.

 

어느 날, 한스는 자신과 완전 다른 하일러와 친하게 된다. 하일러는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신학교의 교육에 반항하는 아이다. 그는 낭만적인 시를 짓고, 교수의 가르침을 비판하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급기야 신학교는 하일러에게 금고형을 내리고, 아무도 하일러와 가까이하지 못하도록 한다.

 

유일하게 친하게 지낸 하일러와 못 만나고, 한스는 점점 외로워지면서 공부에 회의를 느낀다.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 수학.... 이런 학문에 더 이상 매력을 못 느끼고, 성적 또한 점점 떨어진다.

 

엄격한 규율과 고된 학문을 이기지 못하고 몇몇의 학우가 자살을 하거나 집으로 돌아갔다. 영혼을 나누던 하일러 마저 어느 날 학교를 뛰쳐나가는 사건으로 퇴학을 당한다. 이제 한스는 더 이상 버틸힘이 없다. 공부는 관심도 없고 무기력하고 우울증에 빠진다.

 

의사는 한스가 신경쇠약증에 걸렸다고 진단을 내린다. 신학교는 한스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한스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어떤 것에도 흥미를 못 느낀다. 그동안 공부에만 몰두하느라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한 명의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외로운 나날이다. 지난날, 촉망받던 소년에서 이젠 학교를 나온 실패자일 뿐이다. 

 

한스는 이제 살고 싶지 않다. 숲 속을 거닐다 튼실한 나무를 발견하고 이 나무에 매달려 죽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죽기로 결심하자 삶이 좀 수월해졌다. 죽기로 마음먹으니 왠지 삶에 대한 욕구가 조금 생겨났다.

 

 

 

 

가을이 되고, 마을의 과일이 익어가자 여기저기서 과일즙을 짜느라 한창이다. 한스는 과일즙 짜는 것을 구경하고, 때로는 일손을 돕기도 한다. 이때, 처음 보는 아가씨, 엠마를 만나게 된다.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은 한스를 흥분시켰다.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황홀한 감정이다. 한스는 엠마에게 사랑을 느꼈던 것이다.

 

밤이 되자, 한스는 엠마의 집으로 갔다. 한스를 보고 엠마가 나와서 살짝 키스를 하고 다음 날도 오라고 한다. 한스는 이제 온통 엠마 생각뿐이다. 다음날 밤 다시 엠마의 집으로 가서 엠마의 노련한 키스를 받는다. 하지만 이런 사랑도 얼마가지 못한다. 엠마는 친척집을 방문한 터라 이별의 말도 없이 자기 집으로 떠나 버렸다.

 

한스는 사랑의 쓰디쓴 배신의 아픔을 겪는다. 한스는 진심으로 그녀를 대했는데, 엠마는 그저 하룻밤의 놀이 상대로 한스를 대한 것이다. 이렇게 어머니의 사랑도 받지 못한 한스는 이성의 사랑에도 상처만 받는다.

 

한스의 아버지 기벤라트는 아들이 신학교를 견디지 못하고 몹쓸 몰골로 다시 돌아와서 마음이 상했다. 자신의 자랑거리였던 아들이 신경쇠약이라는 병에 걸려 다시 마을로 돌아와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화를 억누르며 나름 한스에게 잘해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아들이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은 볼 수 없다. 아들에게 서기가 되든지 기계공이 되든지 하라고 한다. 그냥 좀 더 놔두면 좋으련만.... 기벤라트의 인내심은 여기까지인 듯하다. 한스는 기계공이 되고자 한다. 어릴 적 친구가 있는 공장에 수습공으로 출근해서 하루종일 쇠를 가는 일을 한다. 아직 약한 한스에게 이런 노동은 너무 힘든 일이다.

 

친구는 2년 정도 수습공을 마치고, 이제 첫 주급을 받게 되었다며 한스에게 한턱 쏘겠다고 한다. 일요일 친구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한스는 점점 취한다.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스는 기계공의 노동이 기다리는 월요일이 싫다. 한스가 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자, 아버지는 본떼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화가 나 회초리를 준비하고 문을 잠가 버린다. 

 

하지만, 다음날 한스는 차가운 강물에서 발견된다. 한스가 집으로 돌아가다가 발을 헛디뎠는지, 아니면 아무 희망도 없는 기계공으로 돌아가 그 모진 노동의 나날을 견디기 싫어서 강에 몸을 던졌는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그는 차가운 시체로 집에 돌아왔다. 아버지 기벤라트는 혼내주려고 했던 회초리를 조용히 감추고 아들을 내려다본다. 세상 편안한 아들의 모습이다.

 

장례식을 마치며, 구둣방 아저씨는 우리들 모두가 한스를 저렇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한스에게 너무 많은 기대와 짐을 지워서, 인생을 여유 있게 살아보지 못하고, 그저 공부만 하다가 병들어 죽었다는 것이다.

 

인생의 수레를 끌고 가야 하는데, 짐이 너무 무거우면 수레에 깔리는 것이다. 수레바퀴 아래서, 한스는 그렇게 죽은 것이다. 

 

학부모가 읽기를 바라면서....

 

이 소설은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는 13살에 라틴어 학교에 들어가고, 목사가 되기 위해 마울브론 신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헤세의 문학적인 재능은 규칙과 규율을 지켜야 하는 신학교 기숙사를 견디지 못한다. 그는 신학교를 무단이탈하고, 신경쇠약에 걸려 휴학을 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이 나왔다. 신학교 친구 하일러나 한스는 모두 헤세의 경험이다. 하일러의 문학적 재능이 신학교를 견디지 못하고 휴학한 것이나, 한스의 모진 공부와 방황으로 인한 신경쇠약, 우울증은 헤세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어린 소년이 자라기도 전에 과도한 공부로 인생이 시들어가는 이야기다. 지금도 이런 무거운 짐을 견디지 못하고 시들어가고 병들어 죽는 아이들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공부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아이들을 몰아간다. 기껏해야 회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을 양산하는 것인데, 모두가 공부가 성공으로 가는 최고의 지름길이라고 가르친다.

 

하일러는 특출 난 재능으로 신학교의 미움을 받는다. 그의 문학적 재능은 교수들에겐 눈엣가시일 뿐이다. 그저 말 잘 듣고 모범적인 학생만 좋아한다. 이렇게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몹쓸 아이가 되고 갈 곳을 잃는다. 학교는 그런 곳이다. 뛰어난 재능을 사장시키고 평범한 아이로 만든다.

 

 

 

 

한스는 집으로 돌아와 지난날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을 생각한다. 풀 말리기, 낚시하기, 마을 한 귀퉁이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듣기.... 하지만, 그가 자랄수록 그런 좋아하는 일은 점점 줄어진다. 좋아하는 일 대신에 해야 하는 공부가 대체된다. 그의 영혼은 쉴 곳이 없었다. 어느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어른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패한 모습만 남았다. 

 

그가 돌아왔을 때, 다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어른들은 기다려주고 겪려 해야 했다. 그가 신학교를 나오자 어느 누구도 그를 예전처럼 다정하게 대하지 않고 무관심했다. 그의 아버지조차 그를 깊게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빨리 세상에 내보내려 했다. 그의 몸과 마음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다시 짐을 지운 것이다.

 

그래서 한스는 수레바퀴 아래서 깔려 죽은 것이다. 인생의 짐을 끌고 갈 힘이 없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세상은 이런 비극을 낳는다.

 

요즘.... 저녁을 먹고 산책하러 나가면, 아이들이 그 시간에도 학원차에 타는 모습을 본다. 우리 어른들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쉬는 시간인데 아이들은 다시 학원으로 간다. 아이들은 도대체 언제 쉴 수 있을까? 과연 집으로 돌아오면, 편히 쉬고 재밌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학원 숙제를 늦게까지 해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또 다른 한스들이 도시에서 신음하고 있다. 

 

언제까지 공부로 아이들을 몰아붙일 것인지....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모든 학부모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