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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신의 아그네스,아기를 왜 죽였을까?

건강한 하늘시내 2022. 11. 7. 12:33

신의 아그네스는 우리나라에서 연극으로 아주 유명한 작품이다. 보고 싶은 연극이었는데,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언젠가 한 번은 연극으로 신의 아그네스를 보고 싶다. 마침 레오노어 플레셔가 소설로 쓴 책을 읽게 되어서 줄거리와 나의 생각을 써보려고 한다.



아그네스가 눈물흘리는 모습


신의 아그네스 줄거리



메리 메그달렌 수녀원에서 아기가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어린 수련 수녀 아그네스의 방에서 탯줄로 목이 감긴 아기가 시트에 쌓인 채로 휴지통에 버려졌다. 이 사건은 가톨릭 종교계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신성한 종교계에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사건이 종결되어, 수녀가 감옥으로 가든, 정신병원으로 가든 해결되기를 바랐다.

닥터 마샤 리빙스턴은 정신과 의사이다. 수녀 아그네스의 정신감정을 위해 수녀원을 방문한다. 그녀가 어떤 상태인지 의학적 소견을 내어 판사가 판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수녀원에서 원장수녀인 미리암 루스를 만난다.

루스 원장은 아그네스가 신에 의해 수태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성녀 마리아처럼 남자와 동침하지 않고 임신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닥터 리빙스턴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말이다. 그녀는 아주 현실적이고 무신론자로서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

리빙스턴이 아그네스를 만나러 가다가, 성전 쪽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듣는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는 마치 천사가 부르는 것처럼 맑고 아름답다. 이 노래는 수녀 아그네스가 부르는 것이다. 아르네스는 아주 엣띤 모습으로 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순수하고 맑은 눈을 가지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모습에서 그녀가 영아살해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닥터 리빙스턴은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싶다. 어떻게 해서 이런 수녀원에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단 말인가? 수녀원은 한마디로 쥐새끼 한 마리도 들어올 수 없는 철저한 곳이다. 리빙스턴은 수녀원의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남자를 만나서 임신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루스 원장은 아그네스에 대해 확고했다. 그녀는 아그네스가 성녀이고 신에 의해 수태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아그네스의 손에서 피가 흐르고 그녀가 얼마나 성스럽고 신을 사랑하는지, 루스 원장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으로 아그네스는 무죄라고 주장한다.

리빙스턴은 수녀원의 서류를 조사하다가 루스 원장이 아그네스의 이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루스와 리빙스턴은 종교적 신념과 과학적 사고 사이에서 논쟁하고 갈등한다. 그러면서 아그네스가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에게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그네스의 어머니는 여러 남자를 거치면서 아그네스를 낳고 그녀를 실수로 낳았다고 한탄하며, 그녀가 절대로 남자를 가까이하지 않도록 그녀를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집에 방치한다. 아그네스는 어릴 때부터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여성의 성기도 죄악시 여기면서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가 성적인 타락으로 비참한 인생을 살았던 것을 아그네스에게 잘못 투영시키면서 아그네스는 정상적인 생각을 갖지 못했다.

리빙스턴은 죽은 아기의 아빠가 누군지, 왜 아기를 죽였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녀의 정신감정을 제대로 해서, 그녀가 감옥으로 가거나 정신병원으로 가거나 할 것이다. 아무리 유도 신문을 해도 해맑은 아그네스는 절대로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급기야 리빙스턴은 최면술을 이용하기로 한다. 아그네스는 최면을 통해서 자신의 힘들었던 시간들을 말하게 된다. 그리고 아기를 탯줄에 감아서 휴지통에 버린 것은 신이 자신에게 잘못했으므로 아기는 신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한다. 자기에게 원치 않는 임신을 시킨 것은 신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아기를 신에게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기의 아빠는 누구인가? 리빙스턴은 수녀원에 비밀통로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 어둠침침한 비밀통로를 직접 가본다. 그곳에서 아그네스는 강간을 당한 것이다. 그녀가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그네스는 그 어둠의 남자를 신으로 말한다. 신이 나에게 그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누구인지 끝까지 말을 안 한다.

리빙스턴은 아그네스를 관찰하고 그녀와 상담하면서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묘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또한 비정상적인 종교 주의자 루스 원장에게도 마음이 가게 된다. 자신이 신봉하는 과학의 잣대가 모든 진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리빙스턴의 정신감정 보고로 아그네스는 다시 수녀원으로 가게 된다. 아그네스는 정상적인 정신이 아니라는 보고서 덕분에 그녀는 수녀원에서 지내면서 치료를 받으라고 판결을 받게 된다.

신의 아그네스를 읽고



닥터 리빙스턴은 자신의 과학적 사고로는 영아살해를 도저히 이해 못 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그네스를 만나서 살펴보고, 원장 루스와 논쟁하면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하게 된다. 영아살해로만 보면 그녀는 마땅히 감옥에 가야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까지 처해졌던 여러 상황, 즉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학대당하고, 종교에 순수하게 헌신하는 모습에서 그녀를 단순히 살인자로 감옥에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아그네스의 맹목적 세뇌된 어린 시절과 세상과 단절된 수녀원에서의 생활은 그녀가 아기를 죽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죄악이다. 신이 나에게 임신을 시켰으니, 그 아기는 신에게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날 밤 아기를 낳고 탯줄로 아기 목을 감아서 아기를 죽이게 된다. 보편적인 과학적 세상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아그네스는 왜 아기를 죽였을까?


아그네스는 어릴 때부터 성적인 일은 죄악이라는 세뇌를 받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의 탁락한 삶으로 피폐해진 몸과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된다. 불행한 인생을 딸 아그네스도 살게 되리라는 생각으로 잘못된 영향을 미쳤다. 아그네스가 절대로 임신을 못하도록 성에 대해 잘못 가르쳤다. 그녀를 학대하고 방치했다. 그리고 17세에 생리가 뭔지도 모르고 수녀원에 들어오게 된다. 그녀는 또다시 세상과 격리되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신에 대한 헌신만이 유일한 삶이라고 배우게 된다.

맹목적 신앙, 어쩌면 맹목적 신앙이 야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신앙심이 왜곡되어 아기를 생명이기보다는 신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신이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하는가? 아그네스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그녀는 신에게 최선을 다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신을 찬양하고, 수녀원의 계율을 어기지 않고 성실하게 수도하며 살았다. 그런 그녀에게 임신이 웬 말인가? 그녀가 그 무서운 밤에 강간을 당하고 임신을 한 것은 신이 그녀에게 너무 한 것이다. 그녀는 그런 신을 용납할 수 없다. 신의 아기이니, 당신이 가져가라고 그 아기를 죽인 것이다.

인간으로서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교육받지 못한 한 소녀가 수녀원이라는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신에 대한 순결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된다. 그런데 그녀가 예기치 못한 일로 임신을 하게 된다. 그녀는 어쩌면 죄를 잉태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아기를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면,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 아기는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아기였다. 그래서 아그네스는 신에게 아기를 도로 보내야 된다는 생각으로 죽이게 되었던 것이다.

상식적인 사람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된 셈이다. 영아살해라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해맑게 신을 찬미할 수 있는 아그네스. 그녀에게 아기를 죽이는 것은 살인 이라기보다는 신에 대한 믿음의 행위였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가? 역사적으로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십자군 전쟁, 100년 전쟁, 마녀사냥, 중동전쟁, 집단자살... 종교를 너무 비이성적으로 믿어버리면, 살인도 저지르는 것이다. 종교에 세뇌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종교의 폐해이다.

신을 믿는 행위는 얼마든지 좋다.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신적인 존재에게 힘을 달라고 기도하며 사는 것은 연약한 인간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종교가 절대시 되면 이런 살인도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어느 것에나 너무 깊게 빠지면 비이성적인 일을 저지르게 된다. 이성을 상실할 정도로 빠지는 종교는 위험하다.

아그네스는 종교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녀를 과학의 잣대로 감옥에 보내지 못한 것이다. 그녀는 수녀원에서 피폐해진 나머지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 세상에 나와서 제대로 삶을 살아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또다시 갇힌 삶을 산다는 것은 정말 인간적으로 마음이 아프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잘못했고, 또한 종교가 한 인간의 삶을 파괴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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