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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펄벅의 대지

건강한 하늘시내 2022. 11. 17. 11:06

펄벅의 대지는 너무나 유명한 중국 배경의 소설이다. 학창 시절에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인생을 웬만큼 산 나이에 읽는 대지는 어떨지 궁금했다. 그래서 대지를 읽어보았다. 여기에 대지를 읽고 줄거리와 느낀점을 써보려고 한다.

 

 

넓은 토지
농사짓는 넓은 대지

 

대지의 줄거리

 

 

왕룽은 늙은 아버지와 작은 땅에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농부다. 나이가 찼는데도 장가를 못 갔다. 너무 가난한 노총각인 왕룽은 아랫마을 큰 부자 황가네 하녀로 있는 오란을 드디어 아내로 맞이하게 된다. 오란은 발이 크고, 얼굴이 못생겼고, 말이 없는 여자다. 오란은 왕룽에게 시집을 와서 열심히 일하며 산다.

 

왕룽은 오란과 부지런히 농사를 짓는다. 오란은 말이 없고 어수룩해 보여도 힘이 좋다. 그녀는 밭에 나가서 하루 종일 일하고, 시아버지와 남편 왕룽을 위해 식사도 정성껏 만든다. 오란이 온 후로 왕룽의 형편은 점점 나아져서 은화를 모으고, 왕룽은 땅을 사고 싶어 한다.

 

오란을 데리고 온 황부잣집에 가서, 왕룽은 땅을 산다. 황부잣집은 그동안 너무 부유해서 여러 첩을 거느리고, 노마님은 아편을 피우고, 아들들도 타락한 집이라 돈이 늘 필요했다. 그래서 땅을 왕룽에게 판다. 왕룽은 농사지을 땅이  많아져서 매일 더 열심히 일한다. 그 와중에 오란은 아들을 둘이나 낳고 그들의 가세가 점점 좋아져 그 이듬해에 또 황부잣집 땅을 더 사게 된다. 

 

오란은 딸을 하나 더 낳았는데, 그 지역에 흉년이 들었다. 지독한 흉년은 사람까지 잡아먹을 정도였다. 집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자, 왕룽은 그동안 친구 같이 여겼던 소를 잡아먹게 된다. 그러고도 기근은 해결이 안 되고, 오란은 딸을 하나 더 낳지만, 그 아이는 죽는다.

 

왕룽은 여기서 굶어 죽을 바에 남쪽 도시로 가야겠다고 결심한다. 늙은 아버지와 아들 둘과 딸을 데리고 어렵게 남방으로 떠난다. 그들은 남방도시로 와서 성벽에 거적때기를 깔고 생활한다. 오란과 두 아들은 하루 종일 구걸을 하고, 왕룽은 인력거를 몰아 겨우겨우 끼니를 연명한다.

 

왕룽은 자신이 두고 온 땅이 그립다. 그 땅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언젠가 그 땅에 돌아가 예전처럼 농사를 짓는 것이 유일한 꿈이다. 이렇게 겨우 연명만 하는 삶을 살 바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남방 도시에 흉흉한 소식을 듣게 된 오란은 조금 더 참고 지내자고 한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면 세상은 알 수 없는 일이 생길거라고 오란은 생각한다. 점점 더 흉흉해지고, 급기야 젊은 남자는 모두 전쟁터로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폭거가 나고 온통 부자들의 집이 아수라장이가 될 때, 왕룽과 오란도 떠밀려 부잣집에 들어가게 된다. 

 

미처 가지고 도망가지 못한 온갖 귀한 가구들을 폭거들이 먼저 차지하겠다고 싸움을 하고 있는 틈에, 왕룽은 도망치지 못한 남자를 만나고 그에게서 은화를 얻게 된다. 그리고 오란은 부잣집이 귀중품을 어디에 숨기는지 안다. 그녀가 오랜 종살이를 살았던 터라 쉽게 보석을 찾게 된다. 헐렁한 벽돌을 하나 빼내자 그곳에 귀한 보석이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종살이가 헛되지 않았다. 

 

왕룽과 오란, 늙은 아버지와 아들들과 딸이 다시 고향으로 오고 그들은 보석으로 더 많은 땅을 사게 된다. 보석과 은화는 도적들이 빼앗아갈 수 있지만, 땅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왕룽은 알고 있다. 황부잣집 땅을 더 많이 사고, 어려운 사람들이 땅을 헐값에 내놓은 땅도 사게 된다. 드디어 왕룽은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오란은 아들과 딸 쌍둥이를 더 낳았다. 

 

더 이상 왕룽은 들에 나가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기근이 났을 때, 왕룽에게 팥 한 줌을 준 이웃 칭에게 모든 농사를 관장하게 하고, 농사를 지을 하인을 많이 거느리게 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재산은 불어나고 집도 더 크게 지었다. 하지만, 아직 왕룽은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

 

왕룽은 부자가 되고 더 이상 오란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어려울 때는 그녀가 열심히 일하고 아들을 낳아주고, 보석을 가지고 와서 부자가 되게 해 주었는데, 그녀는 못생겼으니 예쁜 첩을 들이고 싶었다. 집 뒤에 별채를 짓고, 연화라는 기생출신의 여자를 많은 돈을 주고 첩으로 들인다. 오란은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럼에도 그녀는 남편에게 악을 안 쓰고 참고 지낸다. 매일 시아버지를 챙기고, 부엌에서 일한다.

 

한편, 딸은 그저 빙긋이 웃고 아무 생각 없는 바보다. 태어나면서부터 뭔가 정상적이지 않았다. 바보 딸은 그저 맛있는 것을 주면 받아서 먹고, 햇볕이 좋은 곳에서 조용히 지낸다. 바보 딸을 볼 때마다 왕룽은 마음이 아프다.

 

큰아들과 작은 아들은 서당에 보내 글을 배우게 한다. 자신이 글을 읽을 줄 몰라서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곡물을 팔 때마다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이 속이 상했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은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글을 배우게 한다.

 

큰아들은 점점 자라서 어른이 되고, 여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급기야 뒤편에 있는 왕룽의 첩 연화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이 사실을 왕룽이 알게 된다. 아들을 흠씬 두둘겨 패고는 남방의 학교로 보내 버린다.

둘째 아들은 얄렵하게 생기고 머리가 잘 돌아가서 곡물을 관장하는 집으로 보내, 곡물 파는 상인이 되게 한다. 

 

어느덧 오란은 병이 들어 기운이 없다. 왕룽은 그런 오란을 보니, 그 옛날 함께 일가를 일구고 고생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녀에게 여자로서의 애정은 없지만, 생을 함께한 연민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녀의 소원인 큰아들의 결혼을 치러준다.

 

큰아들이 자신의 첩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에 분노했지만, 오란의 마지막 부탁이므로 큰아들을 불러들이고, 읍내의 잘 사는 처녀와 결혼을 시킨다. 아들의 결혼을 보고 오란은 눈을 감는다. 여종의 삶에서 부잣집의 안주인이 되었지만, 그녀는 여자로서 너무 비참한 삶을 살았다. 

 

큰아들은 이런 시골에 사느니, 성내의 옛 황부잣집의 집을 세내어 사는 것이 좋겠다고 아버지를 설득한다. 그 옛날, 덜덜 떨면서 그 집에 들어가 그의 아내 오란을 데려온 그때를 생각하며, 내가 그 집에서 사는 것이 어쩌면 성공한 증표가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래서 황부잣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큰아들은 허세가 있어서 그 집을 다시 수리하고, 온갖 귀한 가구와 물건으로 꾸미고, 정원을 만든다. 

 

작은 아들도 결혼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들의 의견을 물으니, 작은아들은 큰형이 잘 사는 여자를 데려와 매일 휘둘리는 것이 못마땅해서 좀 못 사는 집의 처녀를 원했다. 상인으로 자리 잡은 작은 아들은 매사에 돈에 대해 철저하다. 큰형이 쓸데없이 집안을 꾸미느라 돈을 낭비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그가 받아야 할 유산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황부잣집으로 이사를 들어와 모든 것이 평온하리라 생각했지만, 두 며느리는 날마다 싸운다. 손주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손주들이 싸울 때마다 두 며느리는 자기 아이만 생각하느라 싸움이 그칠 날이 없다. 그리고 이 지방까지 혁명인지, 전쟁인지 소문이 나더니 군인들이 닥친다.

 

속을 썩이던 작은 아버지네 아들이 군인이 되어 돌아와 큰 부자로 사는 왕룽을 보고 군인들을 끌고 들어온다. 군인들은 온갖 더럽게 오물을 쏟아내고, 그 집의 여자들은 공포에 시달린다. 작은 아버지 아들의 포악한 욕정이 여인들에게 올까 봐 미리 종을 하나 주기로 한다.  오란의 발치에서 수발을 들던 이화를 탐내는 것을 알고 그녀를 주려고 하는데, 이화가 왕룽의 발을 잡고 애처롭게 운다. 왕룽은 이화가 가엾어서 그녀가 몹쓸 병에 걸렸다고 속이는데, 어느 튼실한 여종이 자기가 나서겠다고 해서 그녀가 왕룽의 군인 조카에게 간다.

 

한 달도 넘게 군인들이 집안을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떠나고, 다시 큰아들은 집을 예전처럼 보수한다. 그리고 이화는 자신은 젊은 남자가 무섭다고 말하면서 왕룽의 수발을 든다. 왕룽은 이제 늙어 힘이 없고 쉬고 싶다. 왕룽은 자신의 옛집으로 바보 딸과 이화를 데리고 가서 산다. 이화에게 자기가 죽은 다음 바보 딸을 돌봐달라고 부탁하는데, 이화는 자신을 군인에게 구해준 주인이 고마워, 주인의 바보 딸을 끝까지 돌보겠다고 약속한다.

 

이제 왕룽은 자신의 땅이 보고 싶다. 넓은 자신의 땅을 아들들과 함께 둘러보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왕룽이 땅을 둘러보며 옛날을 회상하는데, 왕룽의 뒤에서 두 아들은 땅을 팔아 재산을 나눌 생각만 한다. 왕룽은 절대로 땅은 파는 것이 아니라고, 땅을 팔면 끝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땅은 그 자신이고 생명이기 때문이다.

 

 

대지를 읽으면서 느낀 점

 

 

대지는 중국의 가난한 농부가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되는 이야기다. 그는 땅의 가치를 알았던 사람이다. 은화와 같은 돈이나 보석은 도적들이 뺏어갈 수 있지만, 땅은 빼앗기지 않는 자기 소유인 것을 알았다. 열심히 돈을 벌어 땅을 조금씩 사기 시작하고, 마침내 넓은 땅을 가지게 된다.

 

여느 인생이나 마찬가지로 어려움도 많았다. 기근이 와서 고향을 떠나 거지로 살기도 하고, 메뚜기떼가 모든 곡물을 갉아먹는 일이며, 홍수로 온 토지가 물에 잠기기도 한다. 그래도 그는 곡식과 재산을 잘 관리해서 그 모든 위기를 잘 이겨나간다.

 

왕룽의 자식은 그에게 때로 자긍심을 주지만, 끊임없는 번민의 대상들이다. 큰아들은 허세가 많아 많은 돈을 치장으로 낭비하고, 둘째는 불같은 성격에 돈에 너무 꼼꼼하고, 셋째는 대를 이어 농사를 짓기를 바랐지만 군인이 되겠다고 떠나버렸다. 큰딸은. 바보로 태어나서 늘 왕룽의 근심이었다. 자식을 둔 부모는 한결같이 속을 썩이며 산다.

 

왕룽이 부자가 되고, 한가해지면서 남자의 본성대로 첩을 들이고, 집안은 더 시끄럽다. 본처인 오란은 정말 가슴이 아프고 웃을 일이 없다. 두 여자 사이에서 사는 남자는 행복하지 않다. 밤의 쾌락은 있을지언정 가정의 평화는 깨졌기 때문이다.

 

왕룽이 큰 부를 이루고 자식들을 키우고 동네에서 무시하지 않는 존중받는 사람이 되어도, 나이는 든다. 그는 자식들의 다툼 속에 늙어가는 노인이 되었다. 왕룽이 정말 무엇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그 넓은 땅을 자식들은 팔아치우려고만 한다.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한 땅이건만, 자식들은 그 땅이 왕룽처럼 소중하지 않다.

 

펄벅의 대지는 정말 한 사람의 희로애락, 생로병사를 보듯이 생생한 인생사를 그려놓았다. 어느 누구의 삶도 간단치 않다. 중국의 격변기에 한 귀퉁이에서 땅에 애착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실감 있게 그렸다. 펄벅의 대지를 읽으면서 중국인의 문화와 생각을 엿보게 되었다.

 

다음에 펄벅의 동풍 서풍을 읽어보고 싶다. 그시대 동양에서 산 서양인이 쓴 동양과 서양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펄벅의 대지를 읽어보면 그녀가 왜 노벨문학상을 탔는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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