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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소설인 (오베라는 남자)를 읽었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나왔는데, 언젠가 영화 리뷰로 본 기억이 나서 소설로 읽어봤다. 개인적으로 영화보다 소설이 더 감동적이다. 저자인 프레드릭 배크만은 원래 파워블로거였는데, 블로그에 쓴 이 이야기가 너무 재밌다는 사람들의 요청으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오베라는 남자 책
오베라는 남자

 

오베라는 남자는 왜 죽고 싶은가?

 

 

오베는 사랑하는 아내 소냐가 죽자 인생의 의미를 잃는다.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저 사랑하는 아내 소냐 곁으로 빨리 가고 싶다. 매일 아침 꽃을 들고 소냐의 무덤에 가서 오늘은 진짜 당신 곁으로 갈게.... 라며 말한다. 쓸쓸한 남자의 애달픈 마음이다.

 

오베는 어릴 적 엄마를 잃고 아빠와 단 둘이 살았다. 아빠는 무뚝뚝 하지만, 오베에게 남자로서 신의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성실하고 재주 있는 아빠에게 사장은 중고 사브를 주었다. 오베와 아빠가 주말에 사브를 몰고 드라이브를 갈 때, 오베는 무척 행복했다. 

 

갑자기 아빠가 죽고, 오베는 아빠가 일하던 철도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남은 거라곤 작은 집과 사브 자동차, 낡은 아빠의 손목시계가 전부다. 아빠의 시계를 회사 쓰레기 동료가 빼앗았을 때, 그는 그놈을 쓰러뜨리고 아빠의 시계를 되찾아온다.

 

살다 보면 자신이 어떤 남자가 될지를 결정할 때가 온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짓밟게 놔두는 인간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결정할 때가. 

 

혼자 남겨진 오베는 집을 수리한다. 밤에는 기차를 청소하고 낮에는 공사판에서 일하면서 버려진 목재를 주어다가 집을 고친다.

 

하지만, 어느 날 옆집에서 불이나고, 사람들은 아우성만 쳐댄다. 오베는 불구덩이로 들어가 옆집 아이를 구출한다. 그리고 오베의 집까지 불이 붙고 다 타버린다. 

 

실망한 오베는 기차에서 잠을 자다가 아름다운 소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상냥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오베는 그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잘 들어준다.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 된다.

 

너무 행복한 시절이다. 아름다운 소냐와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스페인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데, 버스 사고가 난다. 그때, 소냐는 아이를 잃고 다리까지 다치게 된다. 평생 휠체어에서 생활해야 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래도 오베는 소냐의 교사생활을 도우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때로 싸우기도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암에 걸려 죽었다. 그리고 인생의 대부분을 바쳐 일한 회사도 잘렸다.오베는 더 이상 이 세상에 남아 생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 오늘은 꼭 사랑하는 소냐 곁으로 가야지.... 하면서 죽을 궁리를 한다.

 

죽고 싶다고 죽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베는 오늘은 기필코 죽으리라고 결심한다. 거실 천장에 고리를 설치하고 끈을 묶는다. 깨끗한 양복으로 갈아입는다. 왜냐하면 소냐에게 깨끗한 모습으로 가고 싶기 때문이다. 목에 끈을 걸고 의자를 치우지만, 끈이 성치 못해서 이내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앞집 인도 여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이사오던 날 트레일러를 제대로 주차를 못해서 오베가 도와줬는데, 감사하다고 음식을 가져왔다. 음식을 냉장고에 처박고 오늘 죽기는 글렀다고 생각한다.

 

오베는 매일 아침 6시 15분 전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순찰을 나간다. 오베가 그 동네에 처음으로 이사를 온 후로 계속 집들이 늘어나 이젠 꽤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오베는 주민들이 주차구역에 차를 제대로 댔는지, 자전거는 제대로 보관소에 넣었는지, 쓰레기 분리수거는 잘 되었는지 날마다 체크한다. 

 

그가 인생의 절반을 다 바쳐 일하던 회사를 잘리고, 아내마저 죽어서 떠나자 그는 하루라도 빨리 그녀 곁으로 가고자 한다. 하지만, 동네가 엉망이 되는 건 참을 수 없다. 죽는 날까지 동네를 순찰하는 일은 놓을 수 없다.

 

차에서 가스를 틀어놓고 죽으려고 하지만, 또 누군가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차고를 두드린다. 엽총으로 생을 끝내려고 하지만, 앞집 여자가 차를 운전해달라고 요청한다. 철길에서 죽으려고 하지만, 갑자기 철길 안으로 쓰러진 사람을 구하느라 죽지 못한다. 

 

오베라는 남자, 알고 보면 참 따뜻하다

 

앞집으로 이사 온 이란 여자, 파르바네의 남편 멀대가 이층 창문을 수리하려다 떨어져 다리를 다쳤다. 키만 껑충 크고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보여 그를 멀대라고 부른다. 파르바네는 운전을 못한다. 아이가 둘이나 되고, 뱃속에 아이가 들어 배가 남산만 한 여자가 병원을 데려다 달라고 한다. 오베는 그녀의 부탁으로 병원으로 가게 되고 아이들과도 친해지게 된다.

 

오랫동안 한 동네에서 마을을 지키며 티격태격하며 지내던 친구 르네가 치매가 걸려 그의 아내가 돌보고 있다.  어느 날 하얀 셔츠의 사내가 서류를 들고 와서 그를 요양원에 보내려고 한다. 그의 아내는 제발 자기가 끝까지 돌보게 해달라고 한다. 환경이 바뀌었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떼어놓는 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르네의 아내는 울면서 말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를 요양원에 보내겠다고 하얀 셔츠는 통보 한다. 

 

오베는 하얀 셔츠를 용서할 수 없다. 소냐가 교통사고가 나서 그녀의 민원을 넣느라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 하얀 셔츠는 그에게 항상 상처만 주었다. 하얀 셔츠들은 소냐가 교사로 일하게 된 학교에 경사로를 설치해달라고 하느것 조차도 거절했다. 그래서 오베가 직접 경사로를 설치하고 소냐가 출근을 하게 됐다..

 

그렇듯 하얀셔츠는 언제나 오베에게 갑질만 해댔다. 언제나 오베는 하얀 셔츠를 이겨보지 못했다. 이번 르네의 양로원행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오베는 르네의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트레일러를 가져다 놓고 하얀 셔츠의 분통을 터트리게 한다.

 

철로에서 사람을 구해준 일로 지역신문 기자가 인터뷰 요청을 한다. 죽음을 앞둔 오베는 그런 귀찮은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오베의 까칠한 성격에 인터뷰는 어림도없다. 인터뷰를 계속 거절하지만, 르네의 양로원행을 막기 위해 기자의 요청을 수락하기도 한다.

 

앞집 인도 여자 파르바네가 운전연습을 시켜달라고 요청한다. 남편 멀대가 다쳐서 당분간 아무것도 못하게 되자 자신이 운전을 해야 할 판이다. 오베는 기가 막히다. 아이가 둘이나 있고, 곧 새 아이를 낳을 여자가 아직 운전을 못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오베는 마지못해 운전을 가르쳐준다.

 

오베는 늘 툴툴거린다. 그는 친절하게 말하는 법이 없다. 그냥 이 세상에 화가 난다. 아빠를 일찍 데려가고, 사랑하는 소냐를 힘들게 하다가 그마저도 데려간 이 세상이 원망스럽다. 그래서 그는 늘 마음에 화가 차있다. 그의 말은 부드럽거나 상냥하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그의 행동은 늘 따뜻하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한 번도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려 한다. 그렇게 그렇게 하루하루 그의 죽을 날은 미뤄지고 만다.

 

오베라는 남자가 죽다

 

오베는 동네 사람들의 일을 돕다가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죽는다. 말하자면, 그토록 자살하려 했지만, 그냥 자연사로 죽게 된 것이다.그의 심장은 비정상적으로 커서 여러 번 죽을 뻔하기도 했다. 어느 겨울날 잠을 자다 심장발작으로 죽었다. 

 

그는 자기 장례식을 조용히 치르고자 했다. 그저 그녀 옆에 묻어달라는 것이 그의 유언이다. 하지만, 그의 장례식에 300명이 왔다. 그가 이 세상에 어떻게 살았는지 말해준다. 

 

그가 아무리 일찍 아내 곁으로 가고 싶어 해도  이 세상에 할 일이 남았었나 보다. 그가 자기의 목숨을 끊으려고 해도 매번 불발이 되면서 조금 더 살게 되었다. 이웃사람들이 뭔가를 요청하면서 이 세상에서 자신이 아주 쓸모없는 늙은이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강도와 싸우다 다쳐서 병원에 갔을 때, 이웃들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래서 오베는 어느 날 소냐에게 사람들과 조금 더 있다가 가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조금 더 사람들과 함께 있다가 그는 사랑하는 아내 소냐 곁으로 갔다. 무뚝뚝한 남자가 사랑스러운 소냐를 만나 어떻게 인사를 했을까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다른 책도 읽고 싶다

 

스웨덴 사람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눈물이 나곤 했다. 근래에 여러 소설을 읽었는데, 이렇게 눈물이 많이 난 책은 없었다.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남자 이야기가 참 따뜻하다. 말만 번지르하게 잘하면서, 마음이 차가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프레드릭 배크만은 이런 남자의 이야기를 재밌게 썼다. 오베라는 남자를 내세워 건조해진 시대를 꼬집는 듯하다.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꼰대 같은 남자에게도 이렇게 순수한 사랑이 있다.고집스러운 남자가 생의 마지막을 살면서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이야기다. 이런 종류의 책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가 쓴 다른 책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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