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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 귀천하신지 30년이 되었네요. 그의 시 (귀천,새,그날은,아침) 다시 감상해 봅니다.

 

천상병 시인은 1930년 1월 29일에 태어나 1993년 4월 28일에 돌아가셨습니다. 오늘은 시인께서 하늘나라로 귀천하신지  30년이 됩니다. 그래서 그랬는가 어제 도서관에서 이 시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분이 가신지 30년이 되어 다시 한번 시인을 생각하며 그의 주옥같은 시 몇 편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I'll go back to heaven again.

Hand in hand with the dew

that melts at a touch of the dawning day,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I'll go back to heaven again.

With the dusk, together, just we two,

at a sign from a cloud after playing on the slopes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I'll go back to heaven again.

At the end of my outing to this beautiful world

I'll go back and say : It was beautiful...

 

 

천상병 시인님의 가장 유명한 시, 귀천입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면 그냥 눈물이 나곤 합니다.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죽음을 앞둔 시인의 마음 때문일까요...?

 

그의 생애를 보면 아름다울 것이라고는 없는, 가난하고 힘든 삶이었는데, 그가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것이 가슴에 닿았던 걸까요?  천국에 가서 정말 이 세상이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있을 시인, 그곳에서도 막걸리가 있다면, 한 잔 걸치고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어린아이처럼 이야기하고 있겠지요.

 

이렇게 좋은 시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보라고, 아름답게 살라고 하신 시인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좋은 시를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늘 새 바다
바닷가에서 새들이 하늘로 올라가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인생이 다 그렇습니다. 좋은 일만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네 인생은 나쁜 일도 함께 겪습니다. 하지만,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비록 낡은 목청이지만 소리를 내라고 합니다. 외로운 인생길.... 우린 또 좋은 일을 만나고 나쁜 일도 만나며 살아가겠지요.

 

 

그날은  - 새

 

이젠 몇 년이었는가

아이론 밑 와이셔츠같이

당한 그날은......

 

이젠 몇 년이었는가

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

 

내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내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

 

 

<천상병 시인은 대학시절 간첩혐의로 기소된 친구의 수첩에서 그의 이름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1967년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그 무시무시한 지하실로 끌고 갔다. 거기서 그는 물고문과 성기에 전기 충격을 가하는 고문을 받았다. 그는 여섯 달을 갇혀서 자백을 강요받았으나 친구가 여럿 있다는 사실 말고는 자백할 것이 없었다.  그때의 일로 그는 자식을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너무나 가슴아프고 힘든 사연입니다. 그 모진 고통을 참으며 견뎠을 시인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옵니다. 다시는 그런 시대의 희생이 없기를 바랍니다. 고통 속에서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시를 지으신 천상병 시인을 존경합니다. 부디.... 천국에서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아침

 

아침은 매우 기분 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부터다

 

세수를 하고 나면

내 할 일을 시작하고

나는 책을 더듬는다

 

오늘은 복이 있을지어다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천상병 시인이 얼마나 천진난만한지, 마치 어린아이가 말하는 듯 합니다. 아침에 세수하고 책을 읽는다. 그리고 오늘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소원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복이 있기를 저도 빌어봅니다.

 

 

출처

천상병-귀천

Back to Heaven

도서출판 답게

한국문학 영역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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