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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는 새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만일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
하지만 만일
당신이 벌레라면
아주 늦게 일어나야 하겠지.
쉘 실버스타인
출처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엮음
열림원
나는 새인가 벌레인가
나는 오늘도 늦게 일어났다. 9시가 지나서 겨우 일어났다. 그것도 남편이 출근하는 것을 보고 이젠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일어났다. 잠을 너무 오래 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주 고요했다면, 난 몇 시에나 일어났을까? 아마 10시가 훌쩍 넘어 일어났을 것이다. 매일 이러진 않는다. 가끔 이런 날이 있다.
꿈속에서 현실로 넘어오고 싶지 않다. 생생한 꿈을 꾸면서 그곳에서의 나가 더 좋다고 느낀다. 어렴풋이 깨어있지만, 그 꿈을 곱씹고, 꿈속에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 난 꿈을 매일 꾸고, 또 거의 생각나다가 차츰 기억이 흐려진다.
내가 새라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일찍 일어나야 벌레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난 새인가? 벌레인가? 아무튼, 오늘은 벌레의 삶을 산 것 같다. 늦게 일어났으니 말이다.
난 새도 아니고 벌레도 아닌 사람이다. 새 같은 날도 있고, 벌레 같은 날도 있다. 부지런한 날, 게으른 날이 있다. 매일 새처럼 부지런하면 좋을 텐데.... 점점 난 벌레가 되고 있다. 게으른 날이 많아진다.
한 때는 아이들 키우랴, 직장생활하랴 새처럼 부지런히 살았다. 벌레처럼 살라고 해도 그때는 그럴 수 없었다. 이젠, 돌봐야 할 아이들이 없어서인가? 직장이 없어서인가? 점점 벌레처럼 게을러진다. 늙어가는 중이다.
그냥, 나의 현주소인것 같다. 늙어가면서 매일 새처럼 살라면 그것도 힘들 것이다. 난 어느 날은 새처럼, 어느 날은 벌레처럼 살 것이다. 오늘은 벌레처럼 살았지만, 내일은 새처럼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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