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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소설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쓴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칠레의 시인이자 정치인이었던 파블로 네루다와 가상의 인물 마리오와의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는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실제의 인물을 넣어 소설을 쓰고, 이것을 영화 <일포스티노>로 만들었다. 오늘은 원작소설의 줄거리와 느낀 점에 대해 써보겠다.
칠레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줄거리
바닷가 작은 마을 이슬라 네그라에 사는 마리오 히메네스는 고기잡이 어부 아버지의 일은 죽어도 하기 싫다. 아버지가 이젠 밥벌이를 하라고 다그치자 그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나간다. 거기서 한 구인광고를 보게 된다. 그것은 우체국에서 파블로 네루다에게 온 우편물을 전달하는 우체부 일이다.
파블로 네루다는 당시 유명한 시인이자 정치인이다. 그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작은 마을에서 칩거하고 있는 중이다. 많은 사람들의 팬레타 부터 그에게 보내는 우편물은 많았지만, 오직 한 집만 배달하는 일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마리오는 고기잡이가 아니면, 급료가 적어도 상관없다.
마리오는 자전거에 네루다의 우편물을 싣고 언덕을 넘어 그의 집으로 갔다. 여느날과 다르게 시인 네루다는 마리오 앞에서 하나의 편지를 뜯는다. 마리오는 용기를 내어, "왜 다른 편지보다 먼저 뜯어보시죠?"라고 질문을 한다.
네루다는 스웨덴에서 온 편지라고 한다. 사실 네루다는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라 은근 소식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오가 가지 않고 가만히 서있자, "전봇대처럼 서 있잖아"라고 말한다. 거기에 마리오는 "창처럼 꽂혀 있다고요?" "도자기 고양이보다 더 고요해요?"라고 대답한다.
네루다는 메타포로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고 하는데. 마리오는 메타포가 뭐에요? 라고 묻는다.
메타포는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라고 말해준다. 시를 지을 때, 많이 쓰는 방법이다.
시인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시 한 편을 들려준다.
여기 이슬라 네그라는 바다, 온통 바다라네.
순간순간 넘실거리며
예, 아니요, 아니요라고 말하지.
예라고 말하며 푸르게, 물거품으로, 말발굽을 울리고
아니요, 아니요라고 말하네.
잠잠히 있을 수는 없네.
나는 바다고
계속 바위섬을 두드리네.
바위섬을 설득하지 못할지라도.
푸른 표범 일곱 마리
푸른 개 일곱 마리
푸른 바다 일곱 개가 일곱 개 혀로
바위섬을 훑고
입 맞추고, 적시고
가슴을 두드리며
바다라는 이름을 되풀이하네.
이 시를 들은 마리오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단어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멀미가 난다고.... 마리오는 자신도 시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마리오는 네루다의 말처럼 바닷가에 나가 시를 쓰기위해 메타포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리오에겐 무리였다. 그래서 술이나 한잔 하고자 마을 주점으로 갔다.
주점에서 마리오는 너무 예쁜 소녀를 만났다. 긴 곱슬머리에 까만 눈을 한 소녀는 꽉 끼는 블라우스를 입었는데, 보자마자 그녀에게 홀딱 반했다.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그녀의 이름은 베아트리스, 주점 과부의 딸이었다.
과부는 딸 베아트리스가 가진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마리오에게 빠져서 자기처럼 인생을 망칠까 두려웠다. 그래서 네루다에게 편지를 한다. 마리오가 자기 딸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마리오는 베아트리스에게 뭔가 근사해보이고 싶었다. 하여, 네루다의 시를 외우며 그녀를 어떻게 설득할까 고민했다.
마리오의 사정을 안 네루다는 함께 주점으로 가서 베아트리스와 그녀의 엄마를 설득해 준다. 유명한 시인이 마리오와 같이 친구처럼 술을 마시고, 그의 책에 사인을 해주는 것을 보고 그녀들도 마리오를 달리 생각한다.
바닷가에서 마리오는 베아트리스에게 그동안 외운 네루다의 시를 이용해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 말한다. 베아트리스도 마리오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그들은 서로 사랑을 나누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결혼식에 네루다도 함께 참석하고, 아기를 낳으면 아기의 대부가 되어주겠다는 약속도 한다.
칠레는 역사상 사회주의 국가로는 처음으로 민선 대통령을 뽑았다. 원래 사회주의 당은 네루다에게 대통령직을 제안했지만, 네루다는 아옌데에게 양보한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서 아옌데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러자, 네루다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파리대사로 떠나게 된다. 마리오는 네루다의 우편을 배달할 일이 없어, 그저 베아트리스의 주점에서 심부름을 하며 지낸다. 하지만, 그는 네루다가 그립다. 시에 대해 얘기하던 그때가 무척 그립다.
네루다는 파리에서 마리오에게 편지를 한다. 그가 살던 이슬라 네그라가 너무 그립다고. 소니 녹음기를 보내니, 그곳의 소리를 녹음해서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마리오는 그리운 네루다를 위해 여기저기 다니며 소리를 녹음한다. 그리고 자기가 직접 지은 (파리의 네루다를 뒤덮는 백설 송가)를 보낸다. 이제 마리오도 자신의 시를 짓는 사람이 되었다.
은은하게 걷는 부드러운 동반자,
하늘의 풍요로운 우유,
티 하나 없는 우리 학교 앞치마,
호주머니에 사진 한 장 구겨 넣고
이 여관 저 여관을 헤매는
말 없는 여행자의 침대 시트,
하늘거리는 귀공녀들,
수천 마리 비둘기 날개,
미지의 이별을 머금은 손수건,
나의 창백한 미인이여,
파리의 네루다 님에게
푸근하게 내려다오,
네 하얀, 제독의 옷으로
그를 치장해 다오,
그러고는 우리 모두가
그를 사무쳐 그리는 이 항구까지
네 사뿐한 순양함에 태워 모셔와 다오.
그리고 마리오는 그가 녹음한 소리를 들려준다.
이슬라 네그라 종루의 바람소리
종루의 큰 종을 울리는 소리
이슬라 네그라 바윗가의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벌집소리
파도가 물러가는 소리
마지막으로,
파블로 네프탈리 히메네스 곤살레스 군의 울음소리
드디어 네루다는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그의 노벨평화상 소감인사가 TV로 중계된다.
정확히 백 년 전, 가련하지만 찬란한 시인, 처절하게 절망하던 한 시인이 이런 예언을 썼습니다.
"여명이 밝아올 때 불타는 인내로 무장하고 찬란한 도시로 입성하리라."
저는 예지자 랭보의 이 예언을 믿습니다.
저는 지리적으로 철저히 격리된 나라의 알려지지 않은 한 지방 출신입니다. 가장 버림받은 시인이었고, 저의 시는 지방적이고 고통스럽고 비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인간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결코 희망을 잃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도달했습니다. 시와 깃발을 가지고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미래는 랭보의 말대로라는 것을 노동자, 시인, 그리고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불타는 인내를 지녀야만 빛과 정의와 존엄성이 충만한 찬란한 도시를 정복할 것입니다.
이처럼 시는 헛되이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네루다의 연설을 듣는 마리오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며 기뻐하였다. 작은 마을에 그를 추억하며 축하파티가 열렸다.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춤추며 온 마을이 행복했다.
하지만, 칠레의 새로운 사회주의 정부를 미국은 반대했다. 미국은 새로운 우파정권을 세우기 위해 칠레에 물자가 제대로 유통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군사정권의 쿠데타를 통해 현 아옌데 대통령을 죽이고, 새로운 우파정권을 세웠다.
그래서 사회주의 정권에 있었던 사람들을 찾아서 죽이고, 탄압하고, 고문했다. 네루다는 이제 새로운 정부의 탄압대상이 되었다. 네루다는 늙고 병들고 자유가 없는 몸이 되어 이슬라 네그라로 돌아왔다.
새로운 정권은 네루다를 감시하고 가택연금을 했다. 마리오는 네루다를 만나지 못했다. 그에게 오는 우편물도 전달하지 못했다. 그도 잘못하면 탄압의 대상으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오는 기다릴수만 없었다. 마리오는 감시를 피해 우체국에 들러 네루다에게 온 우편물을 가지고 나왔다. 네루다가 사는 근처 바닷가로 가서 네루다에게 온 전보를 하나씩 뜯어본다. 그리고 그 전보의 내용을 외운다. 모든 우편물을 바닷가에 숨기고 감시의 눈을 피해 네루다의 집 뒤편으로 들어간다.
병세가 깊어진 네루다를 만나 전보를 말로 전해준다. 여기저기 다른 나라에서 온 전보다. 그에게 망명지를 제공한다는, 그의 가족이 망명할 비행기를 제공한다는 전보다.
하지만, 네루다의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창문을 열고 깊은 밤 검게 파도치는 바다를 보며 시를 읊는다.
하늘의 품에 휩싸인 바다로 나 돌아가노니,
물결 사이사이의 고요가
위태로운 긴장을 자아내는구나.
새로운 파도가 이를 깨뜨리고
무한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질 그때까지,
어허! 삶은 스러지고
피는 침잠하려니.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제발 죽지 말라고 하지만, 그는 며칠못가서 어느 병원에서 죽게 된다. 그의 장례식에 많은 사람이 왔다. 아무리 군사정부의 감시가 심해도 애정하는 시인이자 지도자의 죽음에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마리오는 네루다의 죽음을 텔레비전을 통해 들었다. 슬픔이 차올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새벽 5시, 차들이 멈추는 소리를 듣는다. 몇 명의 남자들이 마리오 히메네스에게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며 차에 태운다.
마리오는 그렇게 그날 그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쿠데타 군은 수천, 수만의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고 수용소에 가뒀다. 네루다를 사랑한 마리오도 그중 한 명이 되었다.
유명한 시인과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남자와의 우정이 잘 그려진 소설이다. 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이 시를 알게 되고, 사랑을 하고, 그 결실인 아이를 낳으면서 얼마나 시가 우리 생활에 활력을 주는지 알게 해 준다.
마리오가 시인 네루다를 만나 시를 알게 되고, 그의 세계가 성장하는 장면은 시가 인간에게 얼마나 풍성한 감성을 선사하는지 놀라웠다.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던 시인이 평범한 한 인간과 나누는 시간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시대의 폭풍우 속에서 사람들에게 시를 통해 용기와 힘과 낭만을 불어넣는 시인의 삶이 좋았다. 그가 남긴 시를 통해 여전히 우리들은 감동받는다. 그가 정치로 이뤄낸 것보다 시로 이룬 것이 더 많았다. 그의 시는 오래오래 사람들의 마음을 살핀다.
그러고 보면, 문학이 얼마나 우리 인간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지, 잠 못 이루는 밤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는지, 그 힘이 대단하다.
출처
세계문학전집 104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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