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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프랑수아즈 사강이 24세에 발표한 소설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1954년 19세에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했을 만큼 일찍이 그녀의 재능이 프랑스 문단에 널리 알려졌다. 사강이 그 후에 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남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나이에 따른 사랑에 대한 생각이 잘 나와있는 작품이다. 오늘은 프랑수아즈 사강이 젊은 날에 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줄거리와 감상에 대해 써보겠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줄거리
폴은 39살 실내장식가이다. 폴에게는 5년 동안 사랑하는 로제라는 남자가 있다. 로제는 40살의 운송사업가이다. 이름이 로제가 여자 같고, 폴이 남자 같은데, 정반대이다. 폴은 우아하고 기품 있고 아름다운 여성이다. 로제는 덩치가 크고 뚱뚱한 편이고 어디에도 얽매이기 싫어하는 남자이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다.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로제는 폴의 아파트에 찾아와 저녁을 먹기 위해 같이 외출하고 클럽에 가서 간단히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춘다. 그리고 폴의 아파트로 돌아와 같이 잠을 잔다. 하지만, 요즘 왠지 그는 폴을 아파트에 내려주고 그냥 간다. 폴은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폴은 로제를 붙잡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그의 자유분방함을 인정한다.
로제는 폴과 함께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그녀는 그를 늘 편하게 대해주고 변함없이 사랑해 준다. 이런 관계에서도 그는 폴에게 얽매이지 않고, 다른 유혹에 잘 넘어간다. 젊은 배우지망생과 짜릿한 밤을 보낸다. 폴은 로제가 다른 여자와 연애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폴은 실내장식을 의뢰한 집으로 간다. 그곳에서 의뢰인의 아들, 25살의 시몽을 만난다. 시몽은 변호사이지만, 아직 풋내기 보조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시몽은 폴을 보자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시몽은 폴의 우아한 아름다움에 빠져서 온통 그녀의 세계로 가고 싶어 한다.
어느 날 저녁, 폴과 로제가 클럽에서 술을 마시는데, 시몽이 나타난다. 시몽은 폴을 만난 것이 너무나 기뻐서, 로제가 옆에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에게 대시한다. 그녀에게 강한 호감을 표시하며 진탕 술을 마신다. 폴과 로제는 시몽을 집까지 데려다준다.
시몽은 폴에게 전날 무례함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점심을 사겠다고 제안한다. 그들은 교외에 나가 식사를 하는데, 시몽은 어떻게라도 폴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성대묘사로 웃긴다. 그러고 자신이 하고 있는 치정사건에 대해 말하다가, 폴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형을 선고합니다"
시몽은 이렇게 로제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어느 주말, 폴에게 편지를 보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6시에 음악회에 같이 가자고 한다. 시몽은 연주회가 목표가 아니다. 폴과 같이 있고 싶은 구실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기회를 갖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폴은 시몽의 편지를 받고, 내가 과연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음악에 관심이 있었는지,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한다. 시몽의 의도가 아닌, 자신의 내면의 세계에 빠져서 음악 자체에 대해 생각한다.
결국, 폴은 연주회에 간다. 로제가 주말에 출장을 핑계로 그녀에게로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몽은 낮에 교외에서, 로제가 젊은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 로제가 딴 눈을 팔기 때문에 분명 폴이 슬픔에 빠져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를 음악회에 초대한 것이다.
로제는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길 원한다. 그는 폴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곁눈질을 한다. 활기차고, 매력 있는 아가씨와 하룻밤이 아무렇지도 않다. 그런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폴은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외로운 날이 점점 많아지는데도.
이렇게 로제가 딴 여자의 품속에 있을 때도 폴은 계속해서 자신은 로제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를 기다리고, 그의 향기와 냄새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점점 로제는 젊은 배우지망생의 젊은 유혹에 빠져서 그녀를 외롭게 한다.
그러다 폴도 시몽의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이 열린다. 어쩌면, 이 애송이 같은 청년이 정말 순수한 사랑의 마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시몽은 그녀와 사랑하게 되자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일이고 뭐고 눈에 안 들어온다. 그는 옷을 싸가지고 아예 폴의 집으로 들어온다. 그녀의 팔에 잠들고, 아침이면 그녀를 위해 음식을 만든다. 그는 이제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녀에게 뭐든지 조언을 구하며 행복해한다.
하지만, 폴은 그런 시몽을 사랑하면서도 낯설다. 그가 진심이란 것을 알지만, 자신의 삶과는 많이 다르다. 그녀는 늘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고, 참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이렇게 자기만을 바라보는 사랑, 자기를 온전히 추앙하는 사랑에 익숙하지 않다.
한편, 로제는 젊은 배우지망생에게 정이 떨어진다. 그녀의 경망스러운 말투와 행동이 거슬린다. 그는 폴의 우아한 분위기와 자신을 늘 기다리는 모습을 생각한다. 그가 폴을 사랑하는 이유는 폴이 고통을 감수하는 한결같은 태도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아무튼, 폴의 아파트가 그립다.
그리하여 로제는 폴의 사무실로 간다. 폴은 그를 응접실로 안내하고 같이 포옹한다. 그녀는 그래도 로제가 그리웠다. 로제도 "당신이 없는 난 불행했어"라고 말한다. 폴도 그랬다고 말한다. 다시 둘은 연인으로 돌아왔다.
폴의 아파트에서 자신의 짐을 싸서 나가는 시몽을 보며,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
이렇게 젊은 시몽에게 자신의 사랑을 변명한다.
하지만, 폴은 로제의 전화를 받는다.
"미안해, 일 때문에 저녁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
그는 다시 다른 유혹으로 가버린 것이다. 그는 폴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다시 딴짓을 시작한다. 이런 로제를 알면서 폴은 왜 그를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를 읽고
이 소설은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슬픔이여 안녕)이란 첫 작품을 내고, 5년 만인 1959년 24살에 이 책을 발표했다. 그 시대 프랑스인들의 연애를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여기, 폴이란 39세의 여성과 40세의 로제와 25세의 시몽이란 남자 둘이 나온다. 폴은 이혼하고 홀로서기를 하면서 자신과 잘 맞고 마음 편한 로제와 5년째 연인관계이다. 그녀는 그와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고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로제는 끊임없이 폴을 외롭게 한다.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하지만, 뒤에선 새로운 욕망을 찾는다. 그런 로제에게 지쳐갈 즈음 새로운 사랑, 25세 젊은 시몽이 나타난다. 이렇게 그들은 셋이 삼각관계가 된다.
폴은 젊은 시몽의 순수한 사랑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와의 나이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에게 익숙한 로제가 편할 뿐이다.
잠시, 로제의 빈자리에 시몽이 들어오지만, 폴은 끝내 다시 시몽을 밀어내고 로제에게 간다. 로제가 다시 배신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폴은 시몽을 밀어내며, 자신이 늙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늙어간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고, 그동안 익숙한 것에 붙들려있다는 것이다. 익숙한 것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사강은 폴을 통해서, 늙어가는 중년여성의 사랑에 대해 묘사한다. 늙어간다는 것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사강이 24살에 이렇게 중년의 심리를 파악해서 하나의 작품을 썼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나이를 그녀는 잘 이해했다.
젊은 시몽이 나이차이를 뛰어넘고, 자신의 사랑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에 비해, 폴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그래도 로제가 나한텐 더 나은 사람이야, 난 로제를 사랑해... 하며 익숙한 것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상처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하여, 시몽이 폴에게 말했던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을 소홀히 한 죄.... 고독형을 선고하노라) 것처럼, 그녀는 계속 고독 속에 처해지리라.
프랑스인들의 연애를 보면서, 정말 우리와 문화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상대의 자유를 존중해 주어서 그런가? 우리나라 연인사이의 배신을 보면, 서로 죽일 정도로 싸우고, 상처 주고, 헤어지는데,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난리를 치지 않는지 의아하다.
결혼관계가 아니라서 그런 것인가? 상대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그냥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럴 수 있다고. 그에게 어떤 것을 하지 말라고 할 자격이 없는 것처럼, 확실히 타인의 사생활을 대하는 듯하다.
상대가 다른 사람을 만나도 기분은 나쁠지언정 그 사람에게 폭언과 싸움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 소설에서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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