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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4명의 사랑이야기이다. 하지만, 단순히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 인간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는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느낀 점, 생각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 적어보겠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줄거리
토마시는 프라하의 유명한 외과의사다. 그는 아내와 이혼하고 홀로 아파트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가 보헤미아의 작은 마을에 갔다가 테레자를 만난다. 테레자는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그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느낀다. 그녀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있는 토마시가 영혼의 세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천하의 바람둥이인 토마시는 테레자에게 프라하에 오면 연락하라고 명함을 건넨다. 그녀는 이 지긋지긋한 시골 구석에서,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삶에서 탈출하고자 한다. 그녀는 바로 짐을 싸서 토마시의 아파트로 간다. 그녀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들고 그 앞에 나타난다. 마치 이 책이 토마시의 세계로 가는 티켓과도 같이.
토마시는 그녀와 만나자마자 함께 관계를 한다. 그러곤 그는 난감해 한다. 어떤 여자도 그의 아파트에서 함께 잔적이 없었다. 그는 여러 여자를 만나서 관계는 갖지만, 결코 함께 잘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함께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그에게 다른 어떤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테레자는 독감 때문에 열이 펄펄 나서 그의 집에 일주일 머물게 되었다. 그는 그녀가 바구니에 넣어서 강물에 버려졌다가 그의 침대 머리맡에서 건져 올려진 아이처럼 보였다. 그녀는 밤새도록 토마시의 손을 꼭 잡고 잤다. 그런 그녀에게 그는 연민이 생겼다. 어쩌면 사랑이 시작되었다.
토마시의 집에 머물며 테레자는 숱한 여성으로부터 오는 전화를 받았다. 그가 얼마나 바람둥이인지 알고서 그녀는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너무도 큰 존재이고, 그녀는 그를 의지했다.
사비나는 토마시의 연인이면서 화가이다. 그녀는 토마시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관계를 원한다. 결혼이니, 의무니, 이런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 그녀는 토마시의 새로운 연인 테레자에게 관심이 간다. 토마시가 테레자와 동거하는 것도 놀랍다.
사비나는 상냥하고 친절하다. 그는 토마시와 동침을 하지만, 그를 소유하려들지 않는다. 그의 연인 테레자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주기도 한다. 출판사에서 사진을 찍는 부서이다. 테레자는 타고난 감각으로 좋은 사진을 찍어 정식 기자가 된다.
프라하의 봄이 시작되었다. 러시아가 프라하의 민주화를 억압하기 위해 탱크를 몰고 들어와 공산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지식인은 박해를 받게 된다. 토마시와 테레자는 스위스로 떠나게 된다.
스위스에서 토마시는 여전히 외과의사로 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여전히 여자들 사이에 있다. 그의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그의 논리는 이러했다. 인간 사이에는 99.99999% 유사점을 가지고 있지만, 0.00001%의 상이점이 있다. 이 희소한 상이점은 가장 은밀한 남녀의 만남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그 상이점을 발견하고 싶다. 이런 논리로 그는 여성과 관계를 갖는다.
테레자는 프라하에서와 달리 직업을 가질 수 없었고, 날마다 그의 바람을 참기 힘들었다. 그녀는 편지를 남기고 프라하로 떠나 버렸다.
테레자가 떠나자, 토마시는 일단 홀가분했다. 눈치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살아도 되는 자유를 느꼈다. 하지만, 며칠 지나자, 그녀가 편지를 쓸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했다. 다시 그는 테레자가 있는 프라하로 되돌아왔다.
토마시가 돌아오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맞이 했다. 아마도 이것을 기대하고 그녀는 떠나왔을 것이다. 또다시 프라하에서 토마시는 외과의사를 하고, 여전히 바람을 피우고, 그녀는 그를 기다렸다. 테레자는 지고지순하게 그만을 사랑했다. 그가 아무리 바람을 피워도 그의 단 하나밖에 없는 여자이고 싶었다.
프라하는 러시아의 지배하에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혼란스럽고 경직되었다. 그런 와중에 토마시가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칼럼을 쓴 것이 토마시의 안전을 위협했다. 공산당은 그를 찾아와 그 칼럼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그는 그 칼럼이 꼭 공산주의에 반하는 내용이 아니라, 그들이 편집을 해서 그렇게 보인 것뿐이었고, 그가 칼럼을 철회하면 공산당을 찬성하는 꼴이 되어버리기에 철회를 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지식인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면, 공산당의 압박이 덜해지리라 생각하고 의사를 관뒀다. 그는 유리 닦기를 했다. 처음엔 매스를 들고 있던 손이, 유리 닦이 용품을 들고 있는 것이 어색했다. 하지만, 곧 그는 자유를 느꼈다. 수술이 잘못됐을 때, 밤새도록 잠못이루며 괴로웠는데, 이젠 그런 것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토마시는 도시의 유리 닦기로 살았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여자들은 유리를 닦는다고 그를 부르고 그와 동침을 원했다. 여전히, 유리를 닦으면서 바람을 피워댔다.
이런 토마시 때문에 테레자는 악몽을 꾸었다. 그녀는 수영장에 나체로 있는 여자들 틈에 끼어서 노래를 부르다 조금만 어긋나면 토마시가 총을 쏴서 죽이는 꿈을 꾸었다. 토마시에게 꿈 이야기를 하자, 토마시는 자신의 여성편력이 테레자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녀와 결혼하고, 애완견을 한 마리 구해다 주었다.
애완견의 이름은 카레닌이라고 지었다. 이 이름은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성을 본떠서 카레닌이라고 지었다. 카레닌은 암캐였지만, 처음부터 테레자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테레자와 카레닌은 아무 조건 없는 사랑의 관계였다.
토마시는 유리 닦기를 하고, 테레자는 술집종업원을 했다. 토마시가 집에 돌아오면, 테레자는 일하고 있는 시간이다. 토마시는 먼저 잠들고 테레자는 밤늦게 들어와 토마시의 옆에 눕는다. 토마시의 머리에서 다른 여성의 체취가 느껴질 때마다, 테레자는 고통을 느낀다.
술집에서 테레자는 숱한 남자들로부터 구애를 받는다. 어떤 기술자가 그녀와 만나자고 하자, 테레자는 그를 만나 관계를 맺는다. 그녀가 그토록 아꼈던 정조를 파괴해 버린다. 토마시에게 내세울 것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그것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 후, 공산당이 창녀를 색출한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녀는 자신의 행위가 창녀의 짓이고, 공산당이 자신을 덫에 걸리기 위해 기술자가 자신을 꼬셨다고 생각했다. 점점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래서 그녀는 토마시에게 시골로 가자고 말한다.
토마시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둘은 모든 것을 정리해서 조그만 정원이 딸린 농가주택을 매입했다. 그리고 거기서 토마시는 트럭운전사로 일했다. 테레자는 소떼를 끌고 나가 풀을 먹이고 돌아오는 일을 했다. 그녀는 비로소 행복했다. 수많은 여자들로부터 토마시를 떼어놓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테레자는 토끼꿈을 꾸었다. 토마시가 작은 토끼가 되어 자기 품으로 들어오는 꿈이었다. 테레자는 자신이 토마시를 작은 토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저녁나절에 토마시가 트럭을 고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았다. 훌륭한 외과의사가 이젠 머리가 희끗희끗해져서 서툴게 트럭을 고치는 모습이다. 사람의 인체에는 누구보다도 해박한 토마시지만, 트럭의 내부는 어렵기만 하다.
테레자는 남편 토마시의 그런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아파왔다. 자신이 토마시를 가장 낮은 자리로 끌어내리고, 다시 이 시골로 데려와 노동을 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얼마나 토마시의 인생을 어렵게 만들고, 그를 괴롭혔는지 생각이 났다.
그래서 테레자는 그를 위해 가장 예쁘게 단장을 했다. 오로지 그를 위해. 예쁘게 단장한 테레자를 보고, 조합장은 테레자와 토마시에게 시내로 춤을 추러 가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토마시의 트럭을 타고 시내 호텔에 있는 홀에 들어가 춤을 추었다.
춤을 추면서 테레자는 토마시에게 이렇게 말한다.
"토마시, 당신 인생에서 내가 모든 악의 원인이야. 당신이 여기까지 온 것은 나 때문이야.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을 정도로 밑바닥까지 당신을 끌어내린 것이 바로 나야."
"테레자,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행복한지 당신은 모르겠어?"
"당신의 임무는 수술하는 거야!"
"임무라니, 테레자. 그건 다 헛소리야. 내게 임무란 없어. 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 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
토마시는 임무란 애초에 누구에게도 없다고 테레자에게 말한다. 그들은 그날 밤 행복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로 함께 죽었다.
이렇게 토마시와 테레자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한편, 사비나도 프라하의 정치적 혼란에서 스위스로 떠났다. 그녀는 거기서 대학교수 프란츠를 만난다.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인 사비나에 반해서 프란츠는 아내와 이혼하려 한다. 이를 안 사비나는 한 남자에게 정착할 수 없는 자신을 알기에 바로 스위스를 떠난다.
사비나를 사랑했던 프란츠는 집을 나와 아파트에 홀로 살면서, 커다란 안경을 쓴 여학생과 동거를 한다. 그리고 러시아로부터 박해받고 있는 캄보디아에 데모행진을 같이 가자는 동료교수의 말에 캄보디아로 떠난다.그는 사비나를 생각하며, 사비나라면 이렇게 어려운 캄보디아를 도와주는 일을 멋있게 생각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강도를 만나 거의 죽음직전에 고국에 돌아온다. 그의 부인을 보자, 그는 커다란 안경을 쓴 여학생만이 보고 싶어 진다. 하지만, 어느 한 곳도 움직일 수 없는 처지라 아무 말도 못 한다. 그리고 그는 머지않아 죽게 된다.
그의 장례식을 위해 그의 부인은 검은 드레스를 맞추고 세상 슬픈 여인이 되어 많은 사람의 위로를 받는다. 남편이 죽게 되자 비로소 그녀는 남편을 되찾았다. 장례행렬의 끝에서 커다란 안경쓴 여학생이 울다가 쓰러진다.
한편, 사비나는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가서 살다가, 미국으로 갔다. 사비나는 뉴욕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그녀는 항상 보헤미아에서 더 멀리, 서쪽으로 가고 싶어 했다. 다행히 그녀의 그림은 잘 팔렸고, 그녀는 미국을 좋아했다. 단지, 미국의 겉모습만 좋아했다.
그녀는 토마시의 아들 시몽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토마시와 테레자가 시내 호텔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토마시와 테레자가 끝까지 사랑했다는 것에 놀랐다.
토마시는 절대로 한 여자에게 정착할 수 없고, 또한 테레자도 바람둥이 남자를 끝까지 참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적한 호텔로 놀러 갔다가 같이 죽은 것이다. 그들이 사랑했다는 사실이 그녀를 놀라게 했다.
사랑과 연민, 가벼움과 무거움
테레자는 토마시를 사랑했다. 그녀는 그의 숱한 바람을 인내했다. 그녀의 사랑은 인내하는 사랑이었다. 토마시는 테레자를 연민했다. 토마시의 집에 찾아온 테레자를 바구니에 넣어져서 그의 침대로 온 아기처럼 느꼈다. 토마시는 그 아기를 평생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사랑이다.
인내하며 참고 기다리는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돌보는 사랑이 테레자와 토마시의 사랑이었다.
사비나는 모든 관계를 가볍게 여겼다. 그녀에게 무거운 인생은 질색이었다. 의무니 책임이니 하는 결혼, 정절 이런 것은 그녀의 세계엔 없었다. 그녀는 가벼운 사랑을 원했다.
프란츠는 진지한 사람이었다. 그는 사비나와 제대로 함께 살기 위해 이혼을 고려했다. 하지만, 사비나는 그의 그런 무거움이 싫었다. 그녀는 바로 프란츠를 떠나버렸다.
이렇게 이들은 각자의 사랑을 했다. 어느 사랑이 최고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번의 인생이기에 자신의 사랑은 자신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도 자신의 몫이다.
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인가?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 결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결정을 비교할 수 있도록 두 번째,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지진 않는다. p357
한 번뿐인 삶이기에, 우리 존재가 한없이 가볍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옳은지 모르기에 우리는 한 번의 선택으로만 살아간다. 단 한 번의 선택만이 허락되는 것엔 어떤 무거움도 없다는 것이다.
단 한번 사는 인생에 뭐 그리 심오한 무게를 얹어 놓느냐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체코 프라하의 봄이 배경이듯이 정치, 이데올로기, 삶, 인간관계, 인간존재에 대한 철학 등 여러 가지가 나온다. 시간의 흐름도 왔다 갔다 하고, 시점도 여러 가지 나온다.
이 소설은 어떤 부분은 소설이 아니라, 철학이나 밀란 쿤데라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잘 읽히다가 좀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뭔가 심오한 이야기가 곳곳에 많이 나온다.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워 줄거리와 느낀 것만 써봤다. 직접 읽어야 왜 이런 제목인지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존재가 왜 참을 수 없는지, 참을 수 없는 존재가 왜 가볍다는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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