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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모파상이 쓴 여자의 일생은 여자라면 한 번쯤 읽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고전을 읽지 않다가 요즘 고전에 관심이 가서 읽게 되었는데, 참으로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여자에게 결혼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자식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 한참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여자의 일생 줄거리
여자의 일생은 잔느라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잔느는 귀족의 딸로 아무 부족함 없이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그녀는 수녀원에 딸린 여학교를 졸업하고 17세가 되었다. 새로 수리를 깔끔하게 마친 새로운 레푀플 성관으로 돌아온 잔느는 앞날의 행복한 여정을 꿈꾸며 마음이 들떠 있었다.
그녀는 바닷가에 있는 큰 저택에서 앞으로 다가올 사랑을 기대하며 날마다 행복했다. 아버지 시몽 자크 남작은 딸을 지극히 사랑하고, 그녀의 어머니는 따뜻하고 다정했다. 그녀의 부모는 다정한 사람으로 집에 부리는 사람들에게도 인색하지 않았다.
어느 날, 뚱뚱한 피코 신부는 검소하고 잘생긴 줄리앙이라는 청년을 남작부부에게 소개했다. 줄리앙은 붙임성이 있어서, 남작의 부인 즉 잔느의 어머니를 잘 챙기며 살갑게 굴었다. 그는 자주 와서 잔느 어머니의 산책을 도우며 말벗이 되었다.
잔느의 부모는 줄리앙이 좋았다. 그리 부자는 아니지만, 귀족 출신이고 무엇보다 잘생기고 친절했다. 남작 부부는 잔느와 줄리앙을 결혼시키기로 했다. 잔느가 멀리 시집을 가버리는 것보다 줄리앙이 자기 집에 와서 같이 산다면, 사랑하는 딸을 매일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들은 줄리앙을 사위로 맞이하길 원했다.
잔느도 자주 찾아와서 같이 식사를 하고 상냥하고 친절한 줄리앙이 좋았다. 그의 훤칠한 외모는 정말 더 마음에 들었다. 잔느와 줄리앙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먼 섬으로 가기로 했다. 어머니는 신혼여행에서 즐겁게 여러가지를 사라고 잔느에게 2천 프랑을 주었다.
하지만, 신혼여행에서 줄리앙은 그 돈을 자기가 가지고 있겠다고 하면서 아주 인색하게 굴었다. 잔느는 자기 어머니가 준 돈인데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신혼여행에서 그녀는 줄리앙의 사랑으로 그런 것을 잊고 행복하게 보냈다.
집에 돌아와 얼마 안되었을 때, 줄리앙은 예전처럼 멋지고 상냥하지 않았다. 그는 돈에 집착해서 뭐든지 아껴 쓰라고 잔느를 구속했다. 태어나 한 번도 돈에 구애를 받지 않은 잔느는 그의 행동이 맘에 안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화를 내는 것이 싫어서 난로에 불도 마음대로 때지 못하고 지내는 신세가 되었다.
줄리앙은 점점 그 집의 경제권을 장악했다. 뭐든 아끼고, 아랫사람에게도 인색했다. 그리고 더이상 잔느에게 다정하기 않았다.
어느 날, 잔느의 하녀 로잘리가 잔느 앞에서 신음을 하면서 다리 아래로 피를 쏟는다. 자세히 보니, 그녀는 아기를 낳은 것이다. 잔느는 줄리앙을 부르고 심장이 죽을 것처럼 뛴다. 줄리앙은 산파를 부르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군다.
잔느는 젖동생이었던 로잘리가 아기를 낳았다는 것에 무척 충격을 받았다. 아기의 아버지가 누군지 궁금했다. 아기의 생부를 찾아서 로잘리를 결혼을 시켜야겠다고 줄리앙에게 말하자, 줄리앙은 오히려 화를 낸다. 그런 단정치 못한 계집의 일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서 길길이 더 화를 낸다.
잔느 부부는 따로 방을 쓰고 있다. 어느 추운날, 잔느는 너무 추워 죽을 것 같아 로잘리에게 갔다. 불을 더 지펴야겠기 때문이다. 로잘리는 방에 없고 대신 줄리앙을 찾아갔는데, 침대에 줄리앙 옆에 누워있는 로잘리가 보인다. 잔느는 숨이 멎을 것 같아 겉옷도 걸치지 않고 그 집을 뛰쳐나와 바닷가로 달려간다.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 바닷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다가 어머니의 슬픈 얼굴이 떠올라 잠시 멈춰 섰다. 뒤따라 나온 하인들의 발견으로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부모님께 줄리앙의 이야기를 한다. 그가 결혼 후 그녀에게 행한 악행들을, 또한 로잘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고 아이까지 낳은 것을.
남작 부부는 줄리앙에게 무척 화가 났다. 줄리앙은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다고 시치미를 떼고, 잔느가 미쳐서 하는 이야기라고 도리어 잔느를 정신병자 취급을 한다. 잔느는 피코신부를 데리고 오고, 로잘리에게 고해성사를 시킨다.
로잘리는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줄리앙이 처음 이집에서 식사할 때, 일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쭉 줄리앙은 로잘리를 욕정의 대상으로 삼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그날부터도 계속 그랬다는 것이다.
맙소사, 그녀의 남편은 그런 사람이다. 포학하고, 인색하고, 부도덕한 사람이다. 잔느는 결혼을 하고 내내 불행한 마음이었다. 결혼 전의 맑고 순수한 삶은 온데간데 없고, 남편의 억압을 받으며 또한 그의 눈치를 보며 불행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남작은 사위 줄리앙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피코 신부는 남작을 설득한다. 당신도 젊은 날 양심의 손을 얹고 그런 부도덕한 일을 한 적이 없냐고 묻는다. 자신의 생을 뒤돌아보면, 자신도 아무 거리낌 없이 그런 일을 했는데, 사위에게만 너무 높은 잣대로 비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로잘리를 내보내기 위해 피코 신부가 지혜를 짰다. 로잘리와 결혼할 청년을 구해올 테니 2만 프랑의 돈을 준비하라고 한다. 줄리앙은 그런 계집에게 돈 몇 푼 줘서 내보내면 될 것을 그렇게 많은 돈을 낭비한다고 길길이 날뛴다. 자기가 저지른 일이고, 자기의 자식까지 있는데도 말이다.
남작은 인색한 사람이 아니라, 줄리앙 몰래 로잘리에게 2만 프랑 상당의 농장을 줘서 결혼을 시키고 집을 내보낸다. 그리고 잔느도 임신을 하고, 잠시 집안의 평화가 오는 듯하다.
마을엔 몇몇 귀족이 있는데, 무료한 잔느는 귀족들을 방문하고 친분을 맺는다. 가까이에 드 푸르빌르 백작 부부와도 함께 식사를 하는데, 잔느는 백작부인이 맘에 들어 친하게 지내게 된다. 하지만, 줄리앙과 백작부인은 자주 말을 타고 멀리까지 나간다. 그들의 승마 취미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보니, 그들이 함께 밀회를 즐기고 있었다. 줄리앙의 바람기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잔느는 만정이 다 떨어졌다. 이 일을 아는 체하고 줄리앙과 싸우고 싶지만, 그녀는 모르는 것으로 태도를 정했다. 줄리앙이 결혼 전처럼 다정해지고 깔끔하니 멋있어졌다. 연애를 하느라 줄리앙의 모습이 변한 것인데, 잔느는 차라리 그게 나았다. 집안을 폭군처럼 행사하는 것보다 지금의 평화가 차라리 나았던 것이다.
남편의 불륜으로 심하게 괴로워하는데, 이젠 어머니가 심장비대증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너무 큰 슬픔에 빠져서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 둘 자기 곁을 떠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잔느는 비정상적으로 아들 폴에게 사랑을 쏟는다. 그녀는 아들이 언제나 추울까 걱정하고 다칠까 걱정한다. 그러다 폴이 열병이 나서 심하게 아프게 된다. 잔느는 사랑의 대상인 자식이 한 명 뿐이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자식을 한명 더 갖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각방을 쓰고 전혀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다. 줄리앙은 연인 백작부인이 있으므로 더 이상 잔느와 사랑을 나누지 않는다. 잔느는 줄리앙은 사랑하지 않지만, 아이를 하나 더 갖고 싶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피코신부와 이 문제를 의논하는데, 노련한 피코신부는 이 번에도 지혜를 짜낸다.
사실, 줄리앙은 아이를 싫어한다. 아이는 늘 울고 징징대고 자기 삶을 방해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를 한 명 더 낳는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 이런 사람에게서 아기를 낳는 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어찌어찌 그를 유혹해서 같이 잠자리를 해도 그는 그녀에게 전부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피코 신부는 잔느에게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라고 한다.
잔느가 임신을 했다고 하자, 줄리앙은 믿을 수 없지만 그 말에 속는다. 그래서 예전처럼 자신을 방비하지 않고 느슨해진다. 어느덧 잔느는 소원하던 임신을 하게 된다. 더 이상 줄리앙과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아도 되어서 잔느는 다행이다 생각한다.
피코신부는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버리고 대신 젊은 톨비악 신부가 후임으로 왔다. 삶에 유두리가 있는 피코 신부와는 다르게 톨비악 신부는 율법적이고 타협이 없다. 톨비악이 줄리앙과 백작부인의 불륜을 알고는 잔느를 다그친다. 남편의 악행을 끊어버리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하지만, 잔느는 그럴 용기도 의지도 없었다.
뻔뻔한 줄리앙은 계속 행복할 수 없다. 마침내 백작은 줄리앙과 자기의 부인이 바람이 났다는 것을 알아챈다. 폭풍이 몰아치는 날, 불륜의 두 남녀가 바퀴 달린 오두막에서 밀회를 즐기고 있을 때, 백작은 문을 걸어 잠그고 어마어마한 힘으로 바퀴를 굴려서 바닷가 낭떠러지롤 굴려 버린다. 그들은 안에서 소리치고 발광하다가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즉사했다. 이 소식을 듣고, 잔느도 아이를 사산했다. 아이는 딸이었다.
이제 잔느는 유일한 사랑의 대상 아들 폴에게 더 집착했다. 아들이 15살이 되어 기숙학교에 가게 되었는데도 그녀는 그 아들이 그냥 집에 있기를 원했다. 남작은 딸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아들이 성장하고 배워야할 기회를 뺏어서는 안된다고 설득하여 아들을 학교로 보낸다.
아들은 공부에 그다지 소질도 흥미도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공부를 하느라 건강이 악화될까 그것만 염려하며 노심초사다. 아들이 주말에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아들의 편지가 오기를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되었다. 아들은 공부엔 관심이 없고, 창녀와 놀아나고 돈을 흥청망청 써단다. 아들의 빚 독촉이 올 때마다, 잔느는 말없이 빚을 해결해 준다.
결국, 아들은 멀리 떠나고 집에 오지 않는다. 잔느는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며 사는데, 아버지 마저 세상을 떠났다. 아들 폴은 도시로 나가서 사업을 한다고 돈을 부치라 하고, 또 사업이 망해서 돈을 부치라 한다. 그는 7년 동안 할아버지 남작이 죽었을 때조차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아들은 돈이 떨어지면 편지를 한다. 사랑하는 어머니 저는 이제 한 푼도 없어서 권총으로 자살을 해야 할 지경입니다.... 그러니 돈을 부쳐 주시면 제가 어머니를 찾아뵙겠습니다....
잔느는 방탕한 아들로 인해서 거의 모든 재산을 잃게 된다. 아무 의미도 힘도 없이 우울한 나날이다. 그때, 로잘리가 찾아온다. 그녀가 떠난 지 20년도 더 넘어서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다. 로잘리는 다 망해버린 잔느에게 와서 그녀를 돌봐준다.
로잘리는 성실한 남편덕에 땅을 많이 사고 부자가 되었다. 남편은 얼마 전에 폐병으로 죽고, 아들은 건실하게 자라서 농장을 잘 이끌어가고 결혼까지 했단다. 그녀는 잔느와 다르게 열심히 산 덕에 지금 괜찮은 인생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예전 섬겼던 잔느 마님이 망해서 비참한 생활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
그녀는 아무 품삯도 요구하지 않고 마님을 섬기겠다고 말한다. 이제 그녀는 하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자립한 당당한 인간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그 저택을 쫓겨나다시피 나왔을 때, 그녀는 슬프고 힘들었지만, 이제 그녀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로잘리는 잔느의 집으로 와서 그 집의 재정을 척척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냥 놔둬서는 몇 년 안에 저당으로 인해서 파산해 버릴 집이다. 그녀는 레푀플 성관을 팔라고 설득하고, 작은 집을 구매해서 잔느를 이사시켰다. 그녀의 아들, 그러니까 배다른 줄리앙의 아들이 마차로 이사를 도와줬다. 잔느가 로잘리의 아들을 보니, 이상하게 친근감이 든다. 줄리앙의 모습이 언뜻 보이기 때문이다.
그 큰 저택을 나올 때, 잔느의 가슴은 찢어지게 아팠다. 그녀의 모든 추억과 행복이 있던 이곳을 떠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거리로 나앉지 않으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고 아무런 의지나 희망이 없는 나날을 보낸다.
아들 폴은 마지막으로 편지를 보낸다. 자기의 정부가 아기를 낳고 죽었으니, 어머니가 그 아기를 키워달라는 것이다. 자기는 한 푼도 없어서 아이를 키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기진한 잔느를 대신해 로잘리가 아기를 데려온다. 아기를 보면서, 잔느는 다시 새로운 희망을 갖는다. 그녀는 사랑할 대상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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