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가을 모기 5마리

 

모기

가을에 모기라니....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어제 가을 모기에게 된통 당했다.

 

어제 점심때, 청국장을 끓였다. 청국장 냄새 때문인가.... 어딘가에서 커다란 파리가 들어왔다. 워낙 큰 파리가 왔다 갔다 하니, 정신이 사나웠다. 저놈을 잡자니 한참 뛰어다녀야 할거 같아 베란다 문을 열어놨다. 스크린까지 활짝 열어놓고 점심을 먹었다.

 

어느새 파리는 나가버리고, 우린 점심을 먹고 넷플릭스로 수리남을 시청했다. 황정민과 하정우의 연기가 돋보인다. 어쩌면 그리도 능청스럽게 사이비 목사 역을 잘하는지 황정민을 보면서 연실 감탄.... 오랜만에 하정우도 반갑다. 역시 연기를 잘한다. 그럴듯한 사람이 수리남에서 무역을 하는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를 보는데, 어디선가 모기가 엥~~ 모지? 왜 모기가.... 가을인데.... 또 모기가 날아다닌다. 문을 체크해 봐야겠다. 아뿔싸!!! 낮에 왕파리 한 마리 보내겠다고 베란다 스크린을 열어놓고 닫지 않은 것이다. 이런... 큰일이다. 얼마나 많은 모기가 들어왔을까?

 

어제 낮은 유난히 더웠다. 추석도 지났는데 다시 여름이 온 것 같이 후덥지근하고 더웠다. 그래서 에어컨을 틀었다 껐다 하면서 지냈는데, 맨 바깥쪽 스크린은 그냥 열어 둔 것이다. 모기도 기온이 내려갔으면 이렇게 기승을 안 부렸을 텐데.... 다시 더워지니 모기가 많아졌나 보다. 아파트 7층이라 방심한 것이 잘못이다.

 

여하튼 모기를 보긴 봤는데 어디 숨었는지 안보인다. 에라 모르겠다. 잠을 자야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어디선가 엥~~ 모기소리, 다시 불을 켰다. 내 옆 벽에 떡하니 앉아있다. 남편은 신문지를 둘둘 말아서 한 번에 내리친다. 모기를 잡았다. 다시 잠자리에 드니, 또 한 마리 엥~~ 또다시 불을 켜고 모기를 잡고.... 이렇게 불을 켰다 껐다 5마리 모기를 잡았다. 이젠 다 잡은 듯하다. 

 

남편은 벌써 코를 곤다. 모기 잡느라 일어났다 누웠다 하더니 피곤했나 보다. 하지만, 나는 잠이 안 온다. 귓가에 모기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모기 5마리 잡고 내 정신은 모기에게 잡혀버렸다. 귓가에 모기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얼굴과 머리에 모기가 앉은 듯한 느낌이다. 슬금슬금 온몸이 가려운 게 모기가 내 피를 빨아먹는 것처럼 근지럽다. 난 모기에게 지고 말았다.

 

틱낫한의 화에 대한 이야기

 

눈은 말똥말똥 잠은 안오고, 이 생각 저 생각... 온 동네를 휘젓다가, 에라 모르겠다. 낮에 읽던 책이나 읽어야겠다. 책과 안경을 챙겨서 옆방으로 갔다. 틱낫한이 쓰신 (화-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라는 책이다. 틱낫한의 책은 처음이다. 역시 듣던 대로 심오한 진리의 말씀들이다.

 

화가 나면 일단 말을 하지 말고, 심호흡을 하고, 밖으로 나가서 걸으면서 자기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라. 화가 났을 때 말을 하는 것은 대부분 부정적이고 뾰족한 화를 더 돋우는 말이므로 말을 삼가는 것이 좋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면서 걷기를 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과 화를 내는 상대방의 내면에 대해서 왜 화가 났을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라. 이렇게 하면 화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누그러진다.... 주로 이런 내용이다.

 

너무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를 살펴보면, 화가 나면 이런 귀한 말씀이 생각이 안 난다. 어제 낮처럼 한가한 토요일에도 스크린을 열어놓는 통에 모기가 들어오는 일을 겪었는데, 화가 나서 이성이 약간 마비된 상태가 되면 좋은 말씀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니 그게 문제다. 그래도 모기 덕분에 책을 읽는구나. 화가 나면 모기를 생각하고, 틱낫한의 화가 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생각해보도록 해야겠다.

 

다시 잠을 청해야겠다. 모기들도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나겠지. 5마리나 잡혔으면 지들도 오늘은 안 되겠다 생각하겠지. 제발 이제는 모기소리가 안 들리기를 바라면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