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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은 왜 그리 긴 연애편지를 썼을까?
오늘 일요일이라 교회를 갔다. 가는 도중 너무 길이 막혀서 웬일인가 봤더니,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 남편은 이런 일은 밤에 작업하면 좋겠다고 하는데, 나는 그들도 밤엔 잠을 자고 싶으니 지금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서 예배를 드리고,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우린 둘러앉아 커피와 사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설교시간에 목사님이 젊어서 연애할 때, 편지를 대여섯 장이나 썼다고 말씀하셨다. 목사님도 젊어서는 아주 로맨틱한 분이셨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둘러앉아 이야기할 때, 그때의 일을 물어보았다. 어떤 이야기를 쓰셨길래 그렇게 긴 편지를 쓰셨냐고.
목사님은 그 시절 지금말로 하면 장거리 연애를 하셨다. 매주 한 번 만나는데, 중간에도 보고 싶고 하면 편지를 쓰셨단다. 그때 얼마나 애틋한 마음이었을까. 지금도 그 사랑이 남아 있을까? 사모님은 그때만 그리 애틋했다고 호호 웃으신다.
그래도 대여섯장의 편지는 궁금했다. 어떻게 그리 길게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수 있을까? 문필가도 아니고, 그때는 신학교를 다니는 학생으로 그리 길게 편지를 썼을까? 목사님은 보통 때는 2-3장의 편지를 썼단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 그렇게 길게 썼다고.... 그 특별한 일 중의 하나가 그 시절 가난한 신학생으로 결혼을 하려면 신혼방을 구해야 하는데, 형편이 안 좋으니 양해를 해달라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신혼방을 구하는 돈문제를 편지에 쓰신 것이다. 참으로 힘든 이야기를 편지에 담은 것이다. 사모님은 그런 내용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그를 한 남자로, 내 인생을 맡길만한 사람으로 생각하셨을까?
요즘 젊은이들은 왜 결혼을 안할까?
지금 젊은이들은 서울 아파트 전세 정도를 얻을 수 없으면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옆에서 남편이 직장 젊은이에게 들은 말을 해준다. 돈이 있어야 결혼을 하는 시대다. 돈은 결혼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의 잣대가 되었다. 천정부지의 부동산 가격은 결혼을 망설이게 한다. 월세로 결혼을 시작할 바에 차라리 그냥 연애만 하겠단다.
예전엔 결혼의 조건이 돈도 있었지만, 다른 것들도 많았던 것 같다. 목사님이 사정을 편지로 썼을 때, 사모님은 이 사람은 돈이 너무 없으니 결혼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사모님은 목사님의 솔직한 모습과 다른 여러 가지 모습, 사모님을 사랑하는 마음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결혼을 결정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돈이 최우선이 되어버린 사회다. 돈이 없으면 결혼까지 갈 수 없다. 안타깝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는 한다. 돈없이 인생의 첫걸음을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세월을 예고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너무 낭만이 없다. 조금 건조해지고 비인간적인 세상이 되어 버렸다. 사랑만으로 결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시작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잘 살아왔는데 말이다. 지금 목사님 부부는 아주 잘 살고 계신다. 그때, 방 한 칸 얻기도 힘들게 시작했지만, 두 분이 서로 사랑하며 살고 있다. 아이들도 잘 키웠고, 노후도 같이 두 손잡고 살 것이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전의 사랑이 그리워지기도 하다. 낭만이 있던 시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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