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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나쁜 사람, 훌륭한 사람

 

어젯밤엔 남편과 얘기하다가 늦게 잤다. 평소엔 잠자리에 들고 불을 끄면 조용히 잠자는 것에 집중하는데, 어제는 왠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깜깜한 밤, 우리들의 이야기만 조곤조곤....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서 말했다. 인생 후반부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까?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간간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나쁜 사람도 있었다. 또한 훌륭한 사람은 누굴까 생각해 보았다.

 

좋은 사람

 

오은영의 화해를 보면서 좋은 사람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좋은 사람은 내게 잘 대해 주고, 친절하고, 좋은 말을 해주고, 뭔가 도움을 주는 그런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오은영 박사님은 좋은 사람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모든 사람이라고 했다. 나 이외의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다면 좋은 사람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이 세상엔 더 많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사람의 기준이 평범했다.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우리 모두가 좋은 사람인 것이다. 

 

좋은 사람이 이 세상엔 많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해를 끼치는 사람보다 많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이런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도서관에서 큰 소리로 떠들지 않고 조용히 한다. 이런 사람도 좋은 사람이다. 줄을 잘 서고, 운전을 조심하고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 많은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중도덕을 잘 지킨다. 유튜브를 보면 치안이 잘 된 나라로 우리나라가 유명하다. 밤이나 새벽에도 밖을 나돌아 다닐 수 있는 나라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서 나의 행동을 조심히 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말을 이쁘게 해서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모든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나쁜 사람

 

살면서 나쁜 사람은 많이 만나지 않은 듯하다. 참 다행이다. 오은영 박사님에 의하면 나쁜 사람은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다.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사람, 남의 것을 함부로 하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폭력적인 사람.... 이런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다. 

 

남편의 회사에 나쁜 사람이 있다. 그는 언제나 자기중심적이다. 자기가 하는 행동은 언제나 옳다. 물을 항상 가득 떠서 조금 마시고 그냥 아무 데나 둔다. 자기가 어지른 것을 치우는 법이 없다. 치우는 것은 항상 다른 사람이다. 사무실의 모든 사람이 혀를 내두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을 조금도 배려할 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사무실 모든 사람들이 싫어한다. 

 

남편이 가끔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남편은 깔끔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서 내게 말한다. 몇 번 그 사람에 대해 말할 때는 그냥 들었는데, 이젠 그 사람의 이름만 들어도 괜히 싫다. 나도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어서 그런가 보다. 

 

이렇듯 크게 사회적으로 나쁜 짓을 안 해도, 은근히 남을 배려하지 않고 하는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본인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지만, 다른 사람을 너무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을 보면, 왜 오은영 박사님이 좋은 사람이 남에게 해를 끼치기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는지 알겠다. 

 

훌륭한 사람

 

나의 인생에 직접 만난 사람 중에 훌륭한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해 보았다. 남편과 내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우리 형부와 언니이다.

 

우리 형부는 5형제가 있는데 그중의 셋째이다. 셋째이신 형부는 어머니가 홀로 되셨을 때, 근처로 모시고 와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살던 막내 동생도 같이 보살피고 있다. 막내 동생은 장애인이다. 다른 형제는 다 나 몰라라 하는 데, 형부와 언니가 지금도 몇 년째 돌보고 계신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계신다. 얼마 전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장애인 막내 동생을 돌보고 있다. 벌써 꽤 오래되었고, 아마 죽을 때까지 그 동생을 돌보실 것이다.

 

옆에서 수십 년을 보아왔지만, 우리 형부와 언니만큼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가족뿐 아니라, 힘든 사람을 보면 도우려고 하는 것을 그동안 많이 봐왔다. 그래서 나는 형부와 언니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사람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다. 자기의 것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다. 자기의 마음을 나누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주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다. 

 

형부와 언니 이외에도 살면서 많은 훌륭한 사람을 만났다. 이런 훌륭한 분들 덕분에 나의 삶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내게도 좋은 일이 많았던 것이다. 훌륭한 사람들 덕분에 살아갈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젯밤 남편과 나는 지금부터 되고 싶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의 성정상 훌륭한 사람은 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적이고 타인과 엮이는 것을 힘들어하는 성격이라, 좋은 사람만 되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사는 삶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좋은 사람

 

먼저 나는 가족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가족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인데, 노인이 되면 그것마저도 내 맘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이 되면 건강을 잃고 배우자나 자녀에게 많은 것을 의지해야 한다. 몸져누우면 주위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한다. 그렇기에 평소 건강관리를 잘해서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폐를 끼치지 않게 된다. 나가 아닌 가족도 남이다. 나의 건강 때문에 남의 인생을 힘들게 하면 그건 좋은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부터 가족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생각 없이 했던 말로 상처받은 나의 아이들을 보면서,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죽기 전까지 좋은 말과 긍정의 말, 격려의 말, 사랑의 말만 하기로 했다. 말만 이쁘게 해도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특히 가장 많이 만나는 가족에게 좋은 말을 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좋은 사람

 

나는 인생의 후반부를 사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나는 나를 잘 돌보지 않았다. 그래서 위장장애와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나에게 소홀하고 막대해서 생긴 결과이다. 나는 지금부터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잘 돌보고, 나에게 좋은 것을 먹여주고, 햇볕을 쐬어주고, 밖에 나가서 걷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나의 내면을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내가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나는 진정한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나의 내면과 육체가 건강해야 나의 남편에게 또한 자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 세상에 어떤 업적을 남기거나 성공을 거둔다거나 돈을 많이 번다거나 하는 이런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어쩌면 좋은 사람 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어떤 때는 좋은 사람을 넘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나에게 아직 이런 것은 허황된 욕심이다. 내가 나를 잘 알기 때문이다. 

 

나의 인생 목표는 내가 사는 날까지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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