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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가치관이 있을 뿐
프랑수아즈 사강이 쓴 <슬픔이여 안녕>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1950년대 유럽, 프랑스 중산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나온다. 까마득한 그때, 그들은 굉장히 자유로운 연애관을 가졌다. 안과 같은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 레몽, 세실, 시릴, 엘자와 같은 사람이다.
지금은 더 남녀평등이 되었고, 자유로운 연애관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럽과 같이 자유롭게 사는 추세다. 나 같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자유로운 세상이다.
자유연애 대 진지한 관계.... 어떤 인생이 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맞지 않는 사람들이 함께할 때 비극이 시작된다.
17세의 세실은 수도원학교를 나와 아빠 레몽과 함께 산다. 레몽은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는 늘 가볍고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아빠와 세실은 가치관이 비슷하다. 세상은 즐겁고 가볍게 사는 것이 그들의 철학이다.
레몽은 애인 엘자와 세실과 함께 여름휴가를 바닷가로 간다. 그곳에서 그들은 자유를 만끽하며 즐겁게 보낸다. 세실은 법대생 시릴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안이 그곳에 오면서 그들은 힘들어진다.
안은 세실의 죽은 엄마의 옛친구로 레몽과는 사업적으로 만나는 사이이다. 그녀는 지적이고 교양이 넘치는 여자다. 그런 여자가 휴가를 같이 보내겠다고 오는 것이 세실은 마땅치 않다.
하지만, 안이 오고 그들은 그럭저럭 잘 지냈다. 그러다 레몽이 안을 사랑하게 되면서 일이 복잡해지고, 세실은 아빠 레몽과 안을 떼어놀 생각에 꾀를 낸다. 안과 함께하는 미래에 숨이 막히기 때문이다.
세실은 시릴과 엘자를 연인으로 만들어 아빠 레몽을 다시 충돌질해 아빠가 안과 헤어지길 바랐던 것이다. 이런 일로 결국 안은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대략적인 스토리가 이렇다.
그냥 레몽과 세실, 엘자 이렇게 휴가를 보냈다면 안이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안이 자신의 가치관과 전혀 다른 세계에 등장해서 그들의 평화는 깨지고 요동쳤다.
안의 다른 분위기에 레몽은 매력을 느낀다.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레몽 같은 사람이 안과 결혼생활을 잘 해냈을지는 의문이다.
내 생각에는 머지않아 그들의 관계는 파탄났을 것이다. 왜냐하면, 안의 매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고, 레몽 같은 남자는 신의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가벼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안도 그런 신의 없는 남자에게 곧 실망할 것이다. 그녀처럼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그런 결혼은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 이 소설을 읽고, 세실을 좀 비난했다. 세실이 그런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면, 안이 죽는 불행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이 레몽의 성품을 다 알면서 여름 휴가를 함께 하고, 또 레몽의 사랑을 받아준 것은 그녀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레몽의 그런 성품을 알면서도 안이 결혼을 생각한 것에서 실수가 있지 않았나?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가치관을 너무 가벼이 생각한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
안이 평소 교양있고 지적인 사람이니, 그런 부류의 사람을 만났다면 괜찮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사람은 고칠 수 없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형성된 고유한 가치관과 삶의 태도는 고치기 힘들다. 안이 세실을 고치려들고, 자신의 가치관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세실을 자극했다.
안이 자신과 맞지않는 세계로 오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 곳에 왔다는 것은, 이젠 예전의 고상한 모습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겠다는 생각으로 왔어야 했다.
순간적인 충동으로 서로 사랑한다고 했지만, 조금의 다름도 용납할 수 없는 상태이다. 엘자와 레몽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레몽에게 따지고 레몽의 변명을 들었어야 했다. 그리고 관계를 끊던지 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만의 생각, 판단으로 감정의 소용돌이에 지고 말았다. 그렇게 그녀는 이 세상을 떠났다.
누구의 잘못을 떠나서, 이 책을 읽으며 정말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고 가벼운 인생관을 가진 레몽과 세실을 누가 판단할 수 있겠는가? 그냥 그들의 삶일 뿐이다.
또한 고상한 안을 누가 나쁘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 또한 그런 사람일 뿐이다.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비극이 거기서 시작되었다.
18세의 프랑수아즈 사강이 이런 책을 썼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인간의 내면을, 다른 가치관을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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