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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는 박현욱 작가가 2006년에 낸 장편소설입니다. 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이기도 하고요. 2008년엔 영화로 제작되어, 손예진과 김주혁, 주상욱이 열연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읽은 소설의 내용을 여러분께 소개하며, 제 나름대로의 생각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내가 결혼했다 김주혁&#44;손예진
아내가결혼했다 김주혁 손예진

 

아내가 결혼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폴리아모리

 

덕훈은 철학을 전공했지만, 지금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덕훈의 회사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프리랜서 인아가 일하고 있습니다. 인아의 일이 거의 끝나가는데, 덕훈은 인아를 마음으로만 좋아합니다. 그녀에게 한 번이라도 대시해야 하는데....

 

그러다, 함께 회식하는 기회가 생기고, 덕훈과 인아는 사람들이 다 떠날 때까지 술을 마십니다. 술집 주인이 시간이 다 됐다고 하자, 인아는 자기 집에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합니다. 오.... 덕훈은 순간 술이 확 깹니다.

 

" 커피 한 잔 하실래요...? "

 

그들은 그날 그렇게 연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덕훈의 사랑하는 그녀는 폴리아모리라고 합니다.

 

Poly(여럿),  Amor(사랑하다)

폴리아모리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다. 다자간 사랑, 다자간 연애, 비독점적 사랑.

 

인아는 자신의 성향에 대해 덕훈에게 자세히 말합니다. 덕훈은 인아가 자유연애를 지향하는 사람쯤으로 이해합니다. 

 

생각해 보면, 자신도 여러 명을 사귀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 여자야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아는 남자들은 섹스를 좋아하고, 자꾸 하려 들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 하고도 섹스를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니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덕훈은 이렇게 생각한다)

 

덕훈은 인아와 함께 할 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완벽한 사랑을 느낍니다. 아무리 다른 여자와 잠을 자도 인아를 잊을 수 없습니다. 덕훈은 점점 인아를 사랑하게 됩니다.

 

인아는 폴리아모리였으므로, 덕훈과 연락이 닿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녀는 그날 함께 술을 마신 남자와 사랑을 나누었을 것입니다. 덕훈은 조급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녀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인아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덕훈을 사랑하지만, 다른 남자를 사랑할 수 있는 여자입니다.

 

나만의 여자로 만들기, 결혼

 

덕훈은 인아를 온전한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합니다. 그러다 (결혼)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인아와 결혼하면 그래도 인아가 자신에게만 충실하리라 생각합니다.

 

덕훈은 이제 인아에게 날마다 결혼하자고 조릅니다. 하지만, 인아는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은 폴리아모리이기 때문입니다. 한 남자와만 사랑할 자신이 없으니 그런 것은 안된다고 말합니다.

 

현재의 법과 사회 통념은 폴리아모리를 이해받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나와 사랑하다가, 착하고 좋은 여자를 만나면 그녀와 결혼하라고 덕훈에게 말합니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인아는 자신의 폴리아모리를 버릴 수 없습니다. 그런 상태로 결혼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제 덕훈은 그녀와 어떻게 결혼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덕훈은 그녀의 폴리아모리를 결혼 후에도 인정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신경 쓸 시댁도 없고, 그녀의 사랑에 가타부타 관여를 안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축구 광팬인 인아는 2002년 월드컵 4강에 너무 기뻤는가? 덕훈의 결혼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결혼합니다. 이제 법적으로 인아는 덕훈의 아내입니다.

 

인아는 살림도 깨끗이 하고 아주 알뜰합니다. 그녀와 사는 날들이 행복합니다. 덕훈은 이제 평안할까요?

 

얼마 안 있어 인아의 저녁 귀가 시간이 늦어집니다. 술을 마신다고 합니다. 또 누군가에게 " 커피 한 잔 하실래요? "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있어도 덕훈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못합니다. 애초에 결혼의 조건이 그녀의 폴리아모리를 인정하는 거였으니까요.

 

애가 타는 시간도 덕훈은 견뎌내야 합니다. 그녀는 그런 여자이니까요. 

 

얼마 후 그녀는 경주로 일을 하러 갑니다. 프로그래머인 인아는 회사와 계약을 하고 일을 합니다. 경주엔 가지 말기를 덕훈은 바랍니다. 그녀가 거기서 어떻게 살지 뻔하니까요.

 

한동안 그녀는 주중에는 경주에서 지내고, 주말엔 서울에서 지냅니다. 그러다가 그녀는 덕훈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고백합니다. 함께 일하는 프로그래머입니다. 그는 예전부터 인아를 사랑했던 남자입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아내가 또다시 결혼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아는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덕훈은 어이가 없습니다.

 

나와 이미 결혼했는데, 어떻게 그와 결혼하느냐, 이건 말이 안 된다. 법적으로 이미 당신은 나의 아내가 아니지 않으냐, 이렇게 이중으로 결혼하는 중혼은 우리나라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등등.  안된다고 설득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와 결혼하겠다고 합니다. 자기가 결혼해서 살아보니, 결혼생활이 얼마나 안정감을 주고 좋은지 모르겠다. 그에게도 그런 것을 주고 싶다.... 이럽니다.

 

새로운 남자, 재경도 인아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이라 괜찮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혼인신고는 이미 덕훈과 했으니, 재경과는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결혼만 하겠다는 것입니다.

 

인아는 자신의 결혼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혼을 하자고 합니다. 지금 당신도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덕훈은 인아와 이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녀가 없는 세상살이는 아무 기쁨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결혼했다.

 

결국, 덕훈은 아내 인아의 결혼을 허락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결혼식에 오라고 초대합니다. 덕훈은 자기가 그곳에 가면 미쳐서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몰래 결혼식을 보러 갑니다.

 

인아는 자신의 새로운 신혼집 집들이에도 오라고 합니다. 덕훈은 그놈과 사는 인아의 새집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몰래 그녀의 신혼집에도 들어가 봅니다. 

 

인아와 비슷한 취향으로, 온 사방이 책으로 뒤덮인 집입니다. 그 또한 폴리아모리입니다. 인아가 이미 사랑하는 남편이 있지만, 그녀를 사랑하던 남자였습니다.

 

속이 뒤집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인아에게 참을 수 없다고 이혼하자고 하면, 오늘 당장이라도 이혼할 여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아를 사랑하는 마음이 작아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인아는 주중에는 경주에서 신혼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와 살림을 합니다. 도대체 이중 살림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 텐데.... 그녀의 폴리아모리, 사랑의 힘은 대단합니다.

 

특이한 생각을 하는 여자와 살기가 너무 힘듭니다. 덕훈은 그놈이 빨리 사라지길 바랍니다. 그들의 사랑이 파투 나서 그녀가 자기와만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아내가 임신했다.

 

아내가 임신했다고 합니다. 그렇게나 인아를 붙잡아두려고 임신시키려 애를 썼는데, 그놈과 결혼하더니 임신이 된 것입니다. 덕훈은 기쁨은 잠시요, 그 아이의 아빠가 궁금합니다.

 

인아에게 아빠가 누구냐고 묻습니다. 인아는 자기의 아이라고 답합니다. 덕훈은 친자확인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녀는 그런 일을 한다면 당장 이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혹이라도 아이의 아빠가 아니라면, 그가 아이를 구박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친자확인도 포기했습니다.

 

인아는 예쁜 딸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녀는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보살핍니다. 덕훈은 하루종일 회사에 매여 있습니다. 인아는 아이를 키우기가 벅찹니다.

 

그래서 쉬고 있는 재경이 자기 집에 와서 아이를 돌봐주기를 바랍니다. 덕훈은 그야말로 반대입니다. 그놈이 자기 집에 발을 디뎌놓는다면 참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 덕훈이 넘어져 팔과 다리가 다칩니다. 병원에 입원해야 해서 인아는 더 힘들어집니다. 그제야 재경이가 아이를 봐주는 것을 허락합니다.

 

재경은 싹싹하고, 아이를 제법 잘 봅니다. 인아가 출산하고 힘들어하니까, 프로그래머 일도 안 맡고 쉬고 있습니다. 언제든 인아가 필요할 때 도와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인아는 몇 달 미국에 갑니다. 친정부모님이 손녀를 보고 싶기도 하고, 그녀도 부모님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놈과 가까워지다.

 

그녀가 미국 가서 없는 기간, 재경은 자주 덕훈에게 전화를 합니다.

 

재밌는 축구 녹화본을 같이 보자고....

 

재경은 인아와 같이  FC바르셀로나 팬이고, 덕훈은 레알 마드리드 팬입니다. 재경은 덕훈이 좋아할 만한 것을 구해서 덕훈의 집에 갑니다. 둘이는 함께 축구를 봅니다.

 

이렇게 덕훈은 원수 같은 재경과 가까워집니다. 그래도 재경이가 없어지길 바랍니다. 그놈만 없어지면 세상이 환해질 것 같습니다.

 

인아는 미국을 다녀오고 생각이 깊어집니다. 아이가 커가는데, 한국사회에서 과연 아빠가 둘인 것이 용납되느냐입니다. 인아는 폴리아모리를 실천하는 세계 곳곳의 집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들만의 세상으로

 

외국에는 폴리아모리를 실천하는 집단이 있습니다. 인아는 이민을 가자고 합니다. 한국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들의 결혼에 대해 알게 되면, 온 세상이 알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다음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덕훈은 이민을 가서 뭘 하며 사냐고 합니다. 인아는 어차피 한국에서도 부자로 살기는 글렀으니, 그냥 먹고사는 정도는 외국에서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기와 셋이서만 가자고 해봅니다. 그녀는 완강합니다. 사랑하는 두 남편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덕훈은 2층집을 사서, 그놈을 2층에 살라고 하고, 계단도 밖에 설치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이민을 허락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뉴질랜드로 떠납니다.

 

그들의 폴리아모리,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마치며.

 

새로운 접근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이런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알고 보면, 지금과 같은 일부일처제는 2,3백 년 정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전에는 일부다처제, 일처다부제, 모계사회.... 이런 것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가치관으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 또한 이렇게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새살림을 한다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치관은 세월 따라 바뀝니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 법으로 정한 일부일처제를 제대로 지키고 사는 사람은 얼마 없다고 합니다. 

 

겉모양은 일부일처지만, 속내용은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많다고들 합니다. 그러니, 인아의 이야기가 차라리 솔직합니다. 그녀는 남편을 속이지는 않으니까요.

 

어떤 결혼제도가 좋은지 모릅니다. 각자의 욕망과 사정이 있을 뿐이겠지요. 어느 것도 절대적인 가치는 없으니까요. 그냥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희망이 있을 뿐입니다.

 

새로운 결혼제도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책입니다. 예전엔 일부다처가 비일비재했으니, 이제는 일처다부도 해볼 만도 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오는 사회적 혼란은 어떻게 될지 장담하지 못합니다. 

 

새로운 생각으로 소설을 쓴 박현욱 작가의 필력이 대단했습니다. 아이디어도 새로웠지만, 계속해서 스토리가 흡인력 있어 손에서 소설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밌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 재밌게 읽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축구이야기가 곳곳에 나옵니다.

 

오랜만에 아주 재밌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읽을거리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영화도 한 번 찾아서 보고 싶습니다. 손예진과 김주혁이 어떻게 이야기를 표현했는지 궁금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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