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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살다 보면 벽을 만납니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내가 과연 이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어떡하지? 포기할까? 수도 없이 혼자 생각합니다. 저도 이런 일을 많이 겪으며 살았습니다. 답답하고 힘든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일이 해결되더라구요. 시간이 해결하기도 하고, 작은 노력이 물고를 트기도 하고요.
그런데, 나 혼자 한 것이 아니더라구요. 가끔, 나만 힘들다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요, 뒤돌아 보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 우연과 환경이 나를 도와서 그 벽을 넘었더라고요.
도종환 시인님께서 담쟁이를 보고 이렇게 좋은 시를 지었네요. 우리 인생처럼 담쟁이들도 서로 힘을 합해서 손잡고 벽을 넘어서는 광경을 시에 잘 담아주셨습니다.
지금도, 또 벽이 보이고, 계속해서 벽이 보일 겁니다. 담쟁이들처럼 서로 손잡고 조금씩 나아가면 될 겁니다. 이 세상일이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작은 노력이 쌓여서 조금씩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1년 후, 아니, 10년 후엔 더 많이 나아진 나를 기대합니다. 이렇게 조금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이런 하루의 일이 벽을 넘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좋은 시 한 편으로 내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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