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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매미 울음소리

10년 혹은 15년이나

땅속에 있다 나온 울음소리라네

감사하게나

 

(고은 시)

여름 매미
여름 매미 출처-픽사베이

 

고은 작은 시편 <순간의 꽃>을 읽다가 문득 매미가 궁금해졌다. 아니, 매미가 울려면, 땅 속에서 10년 혹은 15년이나 있어야 하다니, 정말 신기하고 놀랍다.

 

몇 년 전, 여름 바다가 보고 싶어 양양에 갔다가, 급하게 잡은 숙소에서 잠을 청하려는데, 얼마나 매미가 울던지....  밤잠을 설치던 기억이 난다. 그때, 저녁인데도 쩌렁쩌렁하게 울던 매미소리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매년, 여름이면 나무에 딱 붙어서 울어재끼는 매미를 보게 된다. 소리도 큰데, 서로 함께 울면 더 씨끄럽다. 조용한 한낮에 매미가 울면 창문을 닫게 된다. 

 

고은 시인은 매미를 보고 감사하라고 말한다. 그가 땅 밖으로 나와 울기까지 인고의 세월이 있었단다. 10년 이상이나 땅속 유충으로 살다가 비로소 날개를 달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마지막 한 달 동안 실컷 울면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매미는 약 3-7년 동안 땅 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지상에 올라와 성충이 된 후에, 약 1달 동안 번식활동을 하다가 죽는다.
아메리카의 주기매미는 17년이나 땅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성충이 된다.
- 나무위키

 

어두운 지하 땅 속에서 유충으로 오랜 세월을 살다가 성충이 되어 짧은 기간 남은 힘을 다하여 울다가 죽는다. 그래서 문학작품에는 비운의 소재로 매미를 많이 썼단다. 긴 유충의 시기에 비해 너무나도 짧은 시간 날개를 달고 지상에서 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오랜 시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며 암흑기를 지내다가, 마침내 쨍하고 해 뜨는 시기를 맞이하는데, 그때 모든 것을 불사르고 사라지는 사람을 매미 같은 인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매미는 땅속에서 산 세월에 비해 지상에서 산 시간이 너무 짧다. 그렇게 오래 참고 참아서 비로소 날개를 갖고 지상으로 나왔는데, 짝짓기를 하고 죽어버린다. 그리 크게 우는 것은 짝을 찾기 위해서란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삶도 오래오래 고생하다가 자식하나 남겨놓고 죽는 게 인생인가 싶다. 매미는 온 세상 시끄럽게 나 여기 있소, 나 이렇게 날개를 달고 세상에 나왔소 하며 자기 자신을 한껏 내세우다가 가는데, 우리 인간은 매미 만도 못한 경우가 많다. 

 

세상에 자기 이름 석자 새기기가 너무 어렵다.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기도 어렵다. 업적을 쌓고, 이름을 날리기가 참으로 어렵다. 매미처럼 그저 짝짓기 해서 자식 하나 세상에 남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려나보다.

 

올여름도 매미가 울텐데, 이제 매미를 폄하하지 말아야 하겠다. 매미 우는 소리를 너무 귀찮아하고 미워하지 말아야 하겠다. 저도 이 세상에 나와 마지막 할 일을 하고 있는데, 그의 마지막 피날레를 축하해 주고 그의 존재를 감사해야겠다. 매미가 이 세상 사는 이치를 깨우쳐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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