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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에 대하여

 

아침 바람이 살랑살랑 오래간만에 좋습니다. 베란다 문과 뒷방 창문을 열어 놓으니 맞바람이 불어서 정말 시원합니다. 아침 겸 점심으로 늦게 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늘은 비혼주의에 대한 생각을 나눴습니다. 비혼주의에 대한 요즘 세대의 생각과 비혼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음 생에 결혼할까? 비혼 할까?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30년이 되었습니다. 연애도 5년을 해서 우리가 서로 만나지는 35년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도 서로를 사랑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서로를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리 결혼생활이 불행하지 않습니다. 우린 이렇게 죽을 때까지 서로를 위하면서 살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다음 생에 태어나면 비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남편도 나도 비혼인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지금 결혼생활이 만족스러워도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서이겠지요.  또한 결혼으로 인하여 해야만 했던, 희생, 인내, 불편.... 이런 것들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보다 더 한 세대 위인 우리의 부모세대는 결혼을 안 한다는 것을 이해를 못 합니다. 비혼을 의지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 못 합니다.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결혼을 안 한 사람은 결혼을 못한 사람으로 취급합니다.  그냥 좀 모자라서, 열등해서, 뭔가 불비해서 결혼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손주들이 결혼을 안하는 것은 절대 용납을 못하고 이해를 못합니다.

 

세대차이를 실감합니다. 

 

나는 살면서 왜 비혼에 대해 생각하는가?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결혼이 '나'가 없어진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는 순간, 나라는 존재는 없어지고, 결혼과 맺어진 관계와 의무를 다하기 위한 일들만 남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결혼으로 인해서 좋은 것도 물론 있습니다. 안정감, 유대감, 정상적인 가정, 보통의 평범한 삶.... 사회적 통념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테두리 안의 삶입니다. 그 안에 사랑과 평안, 안전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으로 인한 포기도 많습니다.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언제나 가족과 주위의 관계로 많은 에너지가 나갑니다. 

 

만약, 부모님께 우리 아이들은 비혼주의 에요....라고 말하면, 우리 부모님은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자기 만을 위한 삶은 옳지 않아.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면서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야. 그래야 인간이 성숙해지고 철이 드는 것이야. 그리고 노후에 적적하지 않을 것이야. 누가 너를 돌봐주겠니?"

 

이런 대답이 들리는 듯합니다. 

 

그런데, 내가 30년 결혼생활을 해봤는데, 어떤 것은 맞지만, 어떤 것은 틀리거든요.  결혼을 해야 이타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틀렸더라고요. 결혼한 대부분은 가족주의 안에 갇혀서 오로지 자기 자식, 자기 가족 제일주의로 또 다른 이기주의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을 봅니다. 

 

또한 자녀를 키우면서 사랑을 주고받으며 성숙해진다.... 이 말에도 전적인 공감이 안 갑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서로를 미워하며 상처를 주는지 도처에서 보게 되니까요. 

 

그리고 노후에 적적하지 않을 거야.... 이 말에도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요즘 누구나 바빠서 자녀가 부모를 외롭지 않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시절입니다.  우리 양가 부모님도 일 년에 몇 번 자녀들을 못 보니, 이러려고 그리도 고생해서 자녀를 키우고 뒷바라지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비혼주의에 대한 장점과 단점

 

비혼주의에 대한 생각이 예전보다 많이 바뀌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비혼을 택하고 있습니다. 서구의 앞선 나라들이 벌써 몇십 년 전에 비혼주의 사상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나의 세대에는 비혼주의 라는 말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당연히 결혼해야 하는 세상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대는 비혼주의가 낯설지 않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비혼으로 가고 있습니다.

 

나로서는 다시 태어난다면 비혼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의무와 책임이 버겁고 이미 결혼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해봐서, 다음번에는 결혼이 아닌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비혼의 장점은 정말 많겠지만, 최고로 꼽는 다면, 모든 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를 가꾸고, 나를 성장시키고, 나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키워보고, 가족 이외의 인간관계를 얼마나 맺을 수 있는지 해보고, 가족 이외의 사람을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의 깨달음을 얻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비혼의 단점을 들면서 어리석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맞아요. 단점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가족을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신의 축복이나, 행운처럼 여겨지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외로움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요. 또한 이기적인 인간이 될 것 같으니까요.  단점을 말하자면 정말 밤새도록 얘기해도 끝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로망이 있지 않습니까? 그 길 끝에 절망과 실망, 후회가 있더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길 끝에 내가 결혼으로 인해서 얻지 못한 것을 얻을지 어찌 알겠습니까?

 

여러분은 다음 생에 태어나면 결혼을 하겠습니까? 비혼을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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