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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와 죽을 때/줄거리/레마르크

건강한 하늘시내 2023. 3. 23. 13:54

레마르크의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 소련전선의 참혹함과 연합군의 폭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독일도시에서 게슈타포의 공포 속에서도 사랑을 이루는 젊은 청춘을 그린 소설이다. 전쟁의 불행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 사랑했을까....?

 

사랑할때와죽을때
사랑할때와죽을때-레마르크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줄거리

 

러시아에서의 주검은 아프리카에서와는 전혀 다른 냄새를 풍긴다. 이렇게 첫 문장이 시작된다.

 

그레버는 지금 독일병사로 러시아에서 싸우고 있다. 주위는 온통 시체뿐이다. 전쟁은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포함하고 있다. 쌓인 눈 속에서 팔이 하나 불쑥 튀어나와 있다. 그곳을 파 보면 여러 시체가 뒹굴고 있다. 팔이 떨어져 나간 것, 눈이 툭 튀어나와 있는 것, 목이 잘려 있는 것.... 무수한 형태의 주검이 있을 뿐이다. 

 

러시아군인들도 있고, 때론 아군의 시체도 있다. 민간인도 있다. 햇볕이 비추자 시체에서 냄새가 진동한다. 얼어있는 구덩이를 파고 시체를 묻는다.

 

점점 연합군의 기세가 세어져서 더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동료들이 하나 둘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언제 평화로운 시기가 있었던가 안개가 낀 것처럼 모든 과거가 뒤죽박죽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인이 되어 국가를 위해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싸웠다. 아프리카, 프랑스, 러시아.... 수많은 적진을 돌아다니며 싸웠다. 언제나 이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날 것인가?

 

전장을 누빈 지 2년이 되어 또다시 휴가를 맞게 된다. 며칠 기차를 타고 독일의 고향으로 왔다. 그런데, 이곳도 전장이나 마찬가지다. 도시는 연합군의 폭격으로 성한 곳이 거의 없다. 길도 사라지고, 알고 있던 건물도 사라졌다.

 

내 집은 어디인가? 부모님은 안전한가?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을 찾을 수 없다. 겨우겨우 더듬어 찾아간 나의 집 주소.... 집은 파괴되었다. 부모님은 저 안에 깔려 있을까? 아니면 어디 다른 곳으로 피신했을까? 부모님의 안부가 너무 절실한 그레버는 종이쪽지에 메모를 적어 다 타다 남은 귀퉁이에 붙인다. 

 

만나는 사람 마다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다. 누가 본 사람이 없는가, 한 조각 소식이라도 듣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닌다. 그러다 문득, 어머니가 다녔던 병원 의사를 생각해 낸다. 의사의 주소를 물어물어 그 집에 노크를 하는데, 웬 여자가 나온다.

 

의사는 수용소에 끌려갔다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집을 나오려는데, 젋은 아가씨가 다가온다. 얼굴을 보니, 짐나지움 고등학교에 다닐 때 같이 다녔던 엘리자베트이다. 그녀도 그를 알아본다. 그녀는 알고 보니 그 의사의 딸이었다. 아버지가 수용소로 끌려간 뒤로 아버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하여 군수용 옷을 만드는 공장에 자원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 다시 부모님을 찾으려고 관공서와 여러곳을 헤매다가 우연히 고등학교 친구 빈딩을 만난다. 그는 지금 나치에 충성하는 당요원으로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 빈딩은 그레버가 일선의 군인으로 있다가 휴가를 나왔다는 것을 알고 무척 기뻤다. 아무도 그를 인정하지 않고 벌레 보듯 하는데 그래도 그레버는 자기를 친구로 대해주는 것이 좋았던 것이다. 당장 자기 집으로 가자고 한다. 그레버는 빈딩이 요직에 있으니, 자기 부모님의 소식을 아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그의 집으로 간다. 

 

빈딩의 집은 모든 폭격을 비켜간듯 온전했다. 또한 그의 집에는 일반인은 꿈도 못 꿀 각종 고급 와인과 술, 음식이 가득했다. 그는 그레버를 몹시 맘에 들어했다. 그에게 음식을 권하고, 그레버가 요청하는 부모님의 소식을 알아봐 준다고 약속했다.

 

그레버는 자신이 겪은 모든 불행에 회의가 든다. 전쟁, 나치, 게슈타포, 파괴, 죽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일들에 누군가 답을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는 은사인 폴만을 찾아간다. 폴만은 게슈타포에 쫓기는 사람들을 돕느라고 늘 감시하에 있다. 

 

폴만도 젊은 제자에게 뽀족한 답을 하지 못한다. 다만, 세상은 변한다는 진리를 말해준다. 언젠가 이런 세상이 가고 평화의 시기가 올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을 믿으라고 말해준다.

 

그레버는 부모님을 찾으러 다니다가 다시 엘리자베트를 만난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저녁식사를 하자고 청한다. 그녀는 같이 사는 여자가 늘 자기를 감시하며 게슈타포에게 이를 구실을 찾는 것에 숨이 막혔다. 그래서 그레버의 요청을 허락한다. 

 

그레버는 그 지역에서  제일 좋은 식당을 찾는다. 그곳은 거의 장교들이나 상류층이 가는 호텔에 딸린 레스토랑이다. 그곳에 그녀를 데리고 가서 가장 좋은 술과 음식을 시킨다. 그녀는 그와 대화하는 것이 좋다. 그는 젠틀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 나치 치하에서 어쩔 수 없이 군인이 되었지만, 나치와 게슈타포를 싫어하는 사람이라 마음을 기댈 수 있었다. 

 

이렇게 낮에는 부모님의 소식을 찾아 돌아다니고, 저녁에는 그녀와 데이트를 했다. 그러다 그는 문득 그녀를 사랑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하자고 말한다. 

 

그녀를 게쉬타포와 노동에서 구원하려면 자기와 같은 군인과 결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면 국가에서 매달 200마르크의 돈을 군인의 아내에게 지급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게슈타포의 감시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결혼으로 보호하고 싶었다.

 

그녀도 그가 좋았다. 그들은 결혼을 하기로 하고 서류를 준비하는데, 여기서 그레버는 엘리자베트의 아버지가 수용소에 있는 이력이 발각되어 다시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까 봐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그레버는 자신의 친구 빈딩을 이용하고, 뇌물을 쓰고 해서 무사히 결혼을 하게 된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채  1주도 안남았다. 시간은 너무 빠르게 간다. 그녀와 함께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연합군의 폭격은 계속되고 남아있는 건물과 집들이 폭파된다. 그녀의 아파트마저 불이 붙어서 그레버는 급하게 그녀의 물건들을 싸서 나온다. 그녀는 지금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저녁에 만난 그들은 누울 곳이 없다. 그 레버가 낮에 잠잘 곳을 찾아봤는데, 겨우 성당의 한 귀퉁이를 얻었다. 

 

그레버는 먹을 것을 얻으러 빈딩의 집으로 갔다. 그런데 그렇게 안전하게 요동할 것 같지 않은 집이 폭파되었다. 너무 놀라 들어가 보니 아직 빈딩의 가정부가 있었다. 가정부는 빈딩이 어젯밤 폭파에 죽었다고 했다. 그와 그가 사랑했던 금발의 여자가 잠옷차림으로 방공호에서 죽었다는 것이다. 그 집은 직격탄을 맞아 방공호가 파괴되어 빈딩이 죽은 것이다. 

 

가정부는 평소 주인이 좋아했던 그레버에게 남아있는 음식을 마음껏 가져가라고 한다. 어차피 주인이 모르는 사람들이 가져가는 것보다 주인이 좋아했던 친구가 가져가는 것이 나을 거라고 말하면서. 그레버는 먹을 것과  술병을 챙겨 들고 그 집을 나왔다. 

 

엘리자베트의 짐을 성당에 맡기고, 그들은 성당의 한 귀퉁이에서 잠을 청한다. 그래도 그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사랑으로 충만했고, 함께 있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햇살에 깨어나 빈딩의 집에서 가져온 빵과 커피를 마시며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군으로 복귀하기 전에 사랑하는 엘리자베트를 위해 거처할 곳을 마련해야한다. 그레버는 이곳저곳 닥치는 대로 알아보지만, 이미 집을 잃은 사람은 너무 많고 지붕이 있는 집은 너무 적었다. 그러다 어느 귀퉁이를 돌아가는데, 멀쩡한 작은 집이 있다. 그곳은 식당이었다. 앞뜰의 정원엔 새싹이 돋아나고 나비가 날아다녔다. 전혀 전쟁의 상처를 입지 않은 곳이다.

 

들어가 보니, 안주인이 아직 있었다. 그는 저녁에 식사를 하러 와도 되냐고 물었다. 그는 음식이 거의 없어서 콩수프 밖에 팔 것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그거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다시 엘리자베트를 만나러 갔다.

 

그들은 이제 며칠 밖에 남지 않았다. 그레버는 엘리자베트를 남겨두고 돌아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고통이다. 이젠 그녀의 안전과 앞날이 그의 마음을 짓누른다. 

 

그레버는 저녁식사를 했던 안주인에게 엘리자베트가 세를 들 수 있도록 허락을 받는다. 그들은 그 집에서 며칠을 꿈결처럼 보낸다. 빈딩의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사랑을 나눴다.  하지만, 이제 그는 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는 엘리자베트에게 말한다. 절대로 기차역에서 이별하지 말자고 말한다. 처음 전장으로 가던 때, 어머니가 극구 기차역까지 따라온다는 것을 말리지 못한 것이 늘 후회로 남아있다. 전장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기차역에서 구부러진 허리로 슬퍼하는 모습만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 많은 어머니의 좋은 모습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말이다.

 

엘리자베트는 그러마고 한다. 그들은 그 식당 작은 집 앞에서 이별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그는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가 떠나가려는데, 저 멀리 창고 옆에 엘리자베트가 보인다. 그녀는 그를 그냥 보낼 수 없어 그와 이별한 다음 기차역으로 왔다. 그리고 차마 그 앞에 나타날 수 없어서  창고 옆에서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다시, 러시아 전장으로 복귀했다. 전쟁은 이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군의 공세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120명의 대원들은 이제 20명 밖에 남지 않았다. 폭격은 계속되고 여기저기 시체가 널부러져있고, 알던 전우들이 사라져 간다. 다시 소년병들로 채우지만, 그들도 겨울의 파리새끼들처럼 죽어가고 있다. 

 

그레버는 포로로 잡혀온 러시아 게릴라 4명을 감시하라고 명을 받는다. 그들을 아직 파괴되지 않은 헛간에 가두는데, 동료가 와서 후퇴를 해야 하니 죽이라고 한다. 그레버는 죄없는 사람을 더이상 죽일 수 없다. 그는 비정한 동료를 총으로 쏘고 그들을 해방시킨다. 

 

그런데, 그 중 젊은 남자가  도망가다가 총으로 그레버를 쏜다. 자신이 살려준 사람에게 그레버는 죽게 된다. 

 


 

너무 어의없게 그는 죽는다. 젊은 병사의 마지막이다. 그는 죽기 전 용기를 내어 신념을 지켰다. 무고한 사람을 더이상 죽이지 않고자 포로를 석방했다. 하지만, 신념의 대가를 치룬다. 죽음으로.

 

그래도 그의 인생에 아름다운 시간이 있었음에 위안이 된다. 전 인생을 보건데, 너무 짧은 시간이지만, 그에게 그런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았다면 너무 서글프지 않겠는가? 

 

사랑을 불태운 시간, 온전히 어떤 타인을 사랑했던 기억을 안고 그의 영혼은 지구를 떠나리라. 전쟁의 비참한 모습만으로 이생을 기억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엘리자베트를 만난 시간은 그레버에게 마지막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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