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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양귀자

건강한 하늘시내 2023. 3. 14. 13:03

원미동 사람들은 양귀자 작가가 부천의 원미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1980년대 서민들의 고군분투하는 삶의 모습을 마치 옆에서 같이 동변상련하는 느낌이다. 11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졌는데, 내용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연작소설이다. 

 

양귀자의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 줄거리

 

멀고 아름다운 동네 / 불씨 / 마지막 땅 / 원미동 시인 / 한 마리의 나그네 쥐 /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 방울새 / 찻집 여자 / 일용할 양식 / 지하 생활자 / 한계령

 

멀고 아름다운 동네

 

은혜네 집이 이사하는 날이다.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으로. 늙은 노모와 만삭의 아내와 어린 은헤를 데리고 다시 이사를 한다. 벌써 몇 번째 이사이런가. 정말 이골이 나게 자주 이사를 했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직장을 다니지만, 서울의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가 없다. 반지하에서 이곳저곳 싼 방을 전전하다가 이제 드디어 내 집을 장만했다. 

 

아내의 출산날이 가까와 크리스마스 전에 이사를 마치고 싶어  빨리 이삿날을 결정했다. 혼수로 가져온 농장은 오늘도 여기저기 흠집이 나며 애를 먹인다. 버릴 수도 없고 가지고 다니기도 힘든 농장이다. 이렇게 가난한 집인 줄 모르고 혼수로 가져온 농장은 매번 이사 때마다 겨우겨우 빼내서 트럭에 실는다. 그다음엔 옹졸한 살림살이, 몇 개의 박스와 가재도구.... 트럭에 올려놓고 그는 아내와 트럭안쪽에 올라탄다. 

 

추운 겨울, 노모와 은혜는 트럭 운전수 옆자리에 태우고, 택시비도 아깝다는 아내와 함께 트럭에 올라탔다. 그렇게도 헤메던 서울을 떠난다. 그의 형편으로는 다시 서울의 셋방으로 가야 했다. 너무 잦은 이사로 부장에게 한소리 듣고서 어떻게라도 이사를 다니지 않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원미동 18평 빌라를 모든 돈을 털고, 융자를 내서 장만했다.

 

그렇게 그는 서울에 붙박을 곳을 찾지 못하고 밀려난다. 찬 바람을 맞으며 트럭위에서 아내와 서울의 마지막 빌딩을 헤치고 도로를 달려 원미동에 도착했다. 

 

 

원미동지도
원미동 지도

 

 

불씨

 

다시 이력서를 작성한다. 대학졸업년도를 적고, M식품 물품관리부 6년의 경력을 적는다. 이걸로 끝이다. 하지만 그는 얼마나 많은 글자를 아래 공백에다 채울지 두려워진다. 이력서의 글자가 많을수록 그의 인생도 고단 해질 테니까.

 

대학 졸업 후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고, 그는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악화된 경제로 그에게 일자리 찾기는 쉽지 않다.

 

어린 진만이는 슈퍼맨놀이에 빠져서 늘 어딘가 다치고 있다. 아무리 아이를 말려도 자기는 슈퍼맨이 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높은 곳은 어디라도 올라가서 보자기를 둘러쓰고 뛰어내린다. TV에 나온 슈퍼맨이 되겠다고 기를 쓰고 연습이다.

 

철없는 아들과 아내, 그는 가장으로 날마다 어깨가 무겁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소식은 어둡기만 하다. 야간 경비원자리마저 경쟁이 심하다. 고정직이기에 대학졸업자도 수십 명 몰려든다. 매일 구직광고를 살피지만, 세일즈맨 광고뿐이다.  사기같은 다단계 판매가 많다. 그의 주변머리로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판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 몇 번 그런 업체에 속아서 허탕을 친 경험이 있다.

 

아파트를 처분하고 단칸방 전세로 이사를 했다. 실직이란 몇 년간 이뤄놓은 윤택한 삶을 빠르게 황폐하게 만들었다. 벌지 않고 쓰는 돈은 술술 빠져나가 이젠 뭐라도 안 하면 굶어 죽을 지경이다.

 

(전통문화연구회)에 합격했다. 이것은 그냥 보기엔 세일즈와 달라 보여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종로 2가에 있는 사무실엔 여러 명의 연구원을 어린 회장이란 자가 교육을 시키고 있다. 

 

빛나는 유산, 민족적 긍지, 아시안 게임, 올림픽.... 이런 말이 여러 번 나오는 교육은 말하자면, 전통을 판매하는 세일즈였다.  그는 그만둘까 여러 번 망설였다. 다음 날엔 네 명이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에겐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우후죽순 세워지는 아파트 거실에 도자기를 몰아내고, 청동으로 만든 장식품을 파는 일이다. 촉대, 향로, 소탑... 조잡한 기술로 모조해 놓고, 인간문화재의 이름을 팔아 비싼 값을 매겨놓은 모조 장식품....

 

회장이란 자는 고객을 호도할 화술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고 팸플릿을 준다. 작품마다 각각의 대본이 따로 있어서 그것을 외우라고 한다. 마치 전문가가 말하는 것처럼 해야 신뢰를 얻고 상품을 팔 수 있다고.

 

그는 누군가에게 판매를 해야 한다. 입이 안 떨어진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내 말을 들어준다면 좋겠다. 사람을 앉혀놓고 연습이라도 해야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 

 

머리를 쥐어짜서 아는 사람을 찾아가지만,  마음에 상처만 입는다. 모르는 사람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마침내 여러 날을 허탕치고, 어느 터미널 짐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그냥 들어달라고 청한다. 짐꾼을 앉혀놓고 그동안 연습한 것을 풀어놓는다.

 

말은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얼마나 간절히 해보고 싶었던 대사였나! 짐꾼 앞에서 그는 청산유수로 문화모조품을 풀어냈다. 짐꾼은 고맙게도 모든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너무 고맙다.

 

짐꾼은 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촛대를 하나 달라고 한다. 긴 이야기를 듣고 그냥 가는 것이 맘에 걸린듯하다. 형편이 별로지만, 그래도 제사할 때 쓸 수 있으니 이 정도는 팔아줘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젠 그가 주저리주저리 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마지막 땅

 

커다란 거구의 강노인은 팔뚝의 힘줄을 보면 70을 앞둔 사람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 있어 보인다. 그는 그 동네에 마지막 남은 텃밭을 매일 가꾼다. 그는 땅만이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랜 세월 억세게 일해서 땅을 한평 한평 장만해, 그 일대가 거의 강노인의 땅이었다. 

 

개발의 바람이 불어와 동네가 만들어지고, 집들이 새로 지어지는 통에 이젠 거의 마지막 농지를 붙들고 있다. 농사는 잘 지었지만, 자식농사를 잘못 지은 탓에 이젠 얼마 안 남은 농지를 목숨처럼 아끼고 있다.

 

자식들은 성실하게 일하려 하지 않고, 허세만 가득해서 곧 죽어도 사장이 되려고 한다. 하는 사업마다 말아먹고, 강노인은 그 치다꺼리로 땅을 팔아서 마무리를 진다. 이렇게 해서  이제 동네 옆자락에 남아있는 게  전부이다. 이것만은 지키리라 강노인은 결심한다.

 

강남부동산 박 씨는 매일 그 땅을 팔라고 설득한다. 구전을 챙기려고 박 씨의 아내 고흥댁도 허구한 날 땅을 팔라고 들락거린다. 하지만, 그는 요지부동이다. 강노인의 삶은 농사가 전부다. 얼마 안 남은 땅에 고추며, 감자, 상추, 파.... 이런 채소를 가꾸는 게 낙이다. 상가에서 나오는 세로 먹고살고, 자신의 집 주위에 큰 아들과 작은 아들집을 지어주었다. 

 

강노인의 밭농사 때문에 동네가 아우성이다.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 강노인은 거름을 만들려고 온갖 더러운 인분이며 썩고 냄새나는 것을 가져온다. 여름이면 냄새가 온 동네를 진동시켜 민원이 쇄도하지만, 강노인은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한다. 마지막 남은 희망의 땅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아들이 사업에 망하고, 아들의 뒤치다꺼리를 위해 강노인은 부동산으로 들어간다.

 

원미동 시인

 

몽달씨는 원미동 시인이다. 27살이나 먹었는데, 직장도 없다. 젊은 새어머니와 한 집에서 있기가 뭐 해 매일 형제슈퍼의 김반장의 일을 도와준다. 물론 돈도 받지 않고 그냥 허드렛일을 해준다. 

 

소녀는 태어난 것이 저주라도 되듯이 집안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없는 살림이라 유치원도 가지 못한다. 소녀는 기껏 친구라야 형제슈퍼 김반장이다. 김반장이 소녀의 언니를 짝사랑하기에, 소녀가 오면 상냥하게 대해주고, 알사탕이며 과자를 넌지시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몽달씨가 형제슈퍼 앞에 펼쳐놓은 의자에 앉아있다. 동네사람들은 모두 몽달씨를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으로 취급한다.  허름한 작업복차림에 날마다 시나 외우고 다니니 제대로 사람대접을 못 받는다. 

 

소녀는 김반장이 유일한 친구였는데, 몽달씨와 친구가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시인친구가 하나쯤 있는 것도 멋지지 않겠는가.  그리고, 몽달씨는 김반장을 도와주는 착한 사람이니까.

 

어느 어스름한 저녁, 소녀는 형제슈퍼 한쪽에 있었는데, 누군가 슈퍼 안쪽으로 뛰어들어온다. 그리고 두어 명이 쫓아 들어와 먼저 온 사람을 패는 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맞는 사람은 몽달씨였다. 잠시 후, 김반장이 들어오는데, 김반장은 몽달씨를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 저렇게 매를 맞고 위험한 상황인데....

 

소녀는 실망했다. 김반장과 몽달씨는 친구처럼 지냈는데, 위험한 상황에서 친구를 도와주지 않다니. 그늘진 어둠 속에서 이것을 몰래 지켜봤던 소녀는 김반장의 비겁함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 뒤로 소녀는 왠지 김반장이 싫어졌다. 그래서 형제슈퍼에 가는 것도 뜸해지고, 김반장에게 말도 걸기 싫다.  하지만, 여전히 몽달씨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형제슈퍼에 나와 김반장을 도와준다.

 

 

한 마리의 나그네 쥐

 

그는 매일 산에 간다. 마을에서 머지않는 원미산으로. 산에 가면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매일 출퇴근 길에서 그는 소리 지르고 싶은 자신을 발견한다. 발 디딜 틈도 없는 전철을 타고 있을 때는 숨이 턱턱 막힌다. 인간이 아니라, 짐짝 같은 신세다. 매일 이렇게 사는 게 회의가 느껴진다.

 

세월이 흘러도 하나도 나아지지 않는 삶. 내년이 와도 똑같을 것 같다. 아내와 아이들은 자신만 쳐다보고 있을 터. 어깨가 무겁다.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하루를 버틴다.

 

언제부턴가 산에 올라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세상살이를 잊게 된다. 산에 올라가는 습관이 들고, 어느 날부터는 아예 산에서 며칠씩 자기도 한다. 약수터 물을 떠먹고, 가져간 빵을 뜯으면서....

 

아랫마을에선 그를 찾느라 난리다. 그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그의 아내는 산을 이 잡듯 뒤지고, 경찰과 군인까지 동원해서 그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그는 아무 데도 없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이사 온 집은 늘 말썽이다. 난방 파이프가 터지든가, 주방의 하수구가 막히든가 했다. 이사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어 힘겹게 서울 변두리에 장만한 빌라다. 

 

아래층에서 목욕탕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단다. 지물포 주 씨가 소개해준 임 씨가 어린 임부를 데리고 왔다. 전문 시공인이 아니라, 좀 걱정이 되지만, 주 씨의 말로는 아주 솜씨가 좋다고 한다.

 

임씨는 목욕탕을 요리조리 관찰하고, 밑의 타일을 다 뜯어내고 고쳐야한다며 20만원 정도의 견적을 냈다. 정말 부담스런 돈이 또 들어가게 생겼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임씨는 욕실을 고치는데, 아내는 임씨가 영 미심쩍어 남편에게 잘 감시하라고 한다. 대충 해놓고 돈만 받아갈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쉬는 날인데도, 쉬지도 못하고 임씨의 일을 감시하는데, 뺀질한 어린 보조는 일이 힘들다고 한 나절만 하고 가버린다. 그는 이제 보조의 일을 하며 임씨를 도운다.

 

저녁이 되어 일이 얼추 마무리가 되는데, 임씨가 재료도 남았으니 어디 때울 때나 손볼 데를 말하란다. 옥상에 수리가 필요하다고 하자 그는 성실히 옥상을 수리해 준다. 

 

옆의 아내는 계속, 견적 보다 재료가 덜 들어갔으니 돈을 덜 내도록 남편을 채근한다. 은근히 집주인으로 임씨를 깔보며 그를 의심한다.

 

일을 마치고 임씨는 먼저 말을 한다. 이러저러해서 7만 원만 내시라고... 옥상 공사로 몇 시간을 더 일했는데, 옥상은 써비스란다.  그를 의심의 눈으로 본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술을 한잔 하자고 먼저 제안한다.

 

겨울엔 연탄배달하고, 여름엔 이렇게 다니면서 일하는데 비 오는 날엔 어떡하냐고 묻자, 그는 비오는 날엔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고 한다. 이유인즉, 예전 뼈빠지게 일해서 좀 모아논 돈을 아는 사람이 잠시 빌려달라고 했는데 값지를 않아서 돈 받으러 가야한다고 한다.

 

돈 빌린 사람은 그 돈으로 가리봉동에서 크게 가게를 하는 데, 가서 달라고 하면, 더 죽겠다는 소리만 하고 돈을 안 준다는 것이다. 그래도 끝끝내 돈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비 오는 날, 일을 못하는 날 가리봉동으로 간다는 것이다.

 

돈 받으러 갈 시간도 없는 사람, 겨우 비오는 날이나 돈 받으러 가야 한다. 일이 없는 날.... 그는 언제 쉴 수 있을까...?

 

 

일용할 양식

 

형제슈퍼 김반장은 젊은 나이에 성실하게 슈퍼를 꾸리고 있다. 그를 쳐다보는 식구들이 여럿 있으므로 그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래서 손님들에게도 싹싹하고, 동네일에도 발 벗고 나서며 나름 인정을 받고 있다. 

 

형제슈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쌀과 연탄을 파는 김포상회가 있다. 이들 부부는 열심히 일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가게를 조금 확장해서 김포슈퍼로 상호를 변경했다. 그들도 여러 생필품과 야채 등을 들여놓았다.

 

김포슈퍼가 가격세일을 하자, 동네 사람들은 김포슈퍼에 몰려갔다. 형제슈퍼의 김반장은 기가 막힌다. 그래서 그도 쌀과 연탄을 들여놓고, 슈퍼물건의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 

 

형제슈퍼와 김포슈퍼는 날마다 가격경쟁을 하며 싸운다. 동네사람들만 좋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날, 공터 앞 빈 상가에 싱싱 청과물이 들어섰다. 거기엔 각종 과일뿐 아니라 부식도 판매한다. 

 

이제, 형제슈퍼와 김포슈퍼는 경쟁자가 하나 더 늘어났다. 그래서 어느 날 밤, 둘이 만나 휴전을 하고 동맹관계로 가격 담합을 하기로 한다. 둘이 힘을 합쳐서 싱싱 청과물을 쫓아내자는 의도이다.

 

결국, 싱싱 청과물은 버티지 못하고 쫓겨났다. 자기네가 살기 위해 경쟁자를 몰아낸 것이다. 그리고 다시 형제슈퍼와 김포슈퍼는 경쟁을 할 것이다. 더 많이 뺏어야 살아남으니까.

 

지하생활자

 

방 한 칸을 얻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겨우겨우 있는 돈으로 얻은 것이 지하에 있는 방이다. 복덕방에선 이만하면 싼 방이라고 한다. 화장실이 없지만, 지하에 있는 사람들은 주인집 화장실을 쓴다고 한다. 

 

아무래도 화장실이 찝찝해서 주인집 여자에게 열쇠를 달라고 하니, 자기는 항상 집에 있다고 열쇠를 안 내놓는다. 

 

방은 항상 어둡고 눅눅하다. 벽지는 시커멓고 곰팡이 냄새는 온 공기에 가득하다. 그래도 한 몸 뉘울곳이 있다는 것에 안도한다. 하지만 새벽만 되면 배가 요동친다. 빨리 안에 것을 내보내라는 신호이다. 

 

위층에 올라가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는 배를 움켜쥐고 배설할 곳을 날마다 찾는다. 가끔 운이 좋을 때는 낮에 공장에서 해결을 하는 데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 애를 먹는다. 

 

자신의 신체 사이클을 낮에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주인집은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문을 열어주지 않고 그는 날마다 배설할 곳을 찾아 헤맨다. 인간의 기본욕구마저 해결하기 어려운 삶이다.

 

 


 

<원미동 사람들>은 여러 편의 단편이 이어진 연작소설이다. 각각의 이야기가 부분적으로 이어져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산업화로 인한 삶의 고단함이 소설 곳곳에 보인다. 

 

서울에서 밀려나 부천의 한 곳에 정착해서 사는 사람들의 애환이 그려있다. 그곳에서 살아보겠다고, 서로 싸우고, 경쟁하고, 다시 절망하고,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많이 갖지 못한 서민들의 삶이 처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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