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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는 카롤린 필립스가 아동 성폭력에 대해 쓴 사회고발적 소설이다. 2011년 오스트리아 아동청소년도서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어떤 이야기이길래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인지 제목부터 어딘가 불편하고 무겁다.

 

 

 

 

슬프고두려운아이
슬프고 두려워하는 아이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 줄거리

 

크리스티안은 수업시간에 자주 복통으로 괴롭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한 번 복통이 일어나면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 먹은 것을 다 토해내야 멈춘다. 반 아이들은 이제 크리스티안의 그런 행동에 익숙해졌다. 툭하면 의자뒤로 나자빠지고,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로 뛰쳐나간다. 

 

크리스티안은 영어, 독일어, 과학, 수학... 모든 과목에서 거의 낙제 수준이다. 그래서 두 번이나 유급을 당해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것은 축구와 망가(일본식 만화) 그리기다.

 

축구는 수준급으로 잘 차서 친구들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망가는 크리스티안이 정말 좋아하고 스토리를 만들 정도 수준이 높다. 망가는 반 친구 사쿠라(벚꽃)의 엄마인 바르취가 선생님으로 있는데, 그는 유명한 망가카(만화가)였다.

 

크리스티안은 망가 그리기 시간엔 결코 복통을 일으키지 않고, 몇 시간이고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과목엔 이해도 느리고, 도저히 집중할 수 없다. 의사는 크리스티안을 예민한 신체, ADHD 등으로 말하는데, 도저히 뭐가 문제인지 의사도 제대로 모르는것 같다.

 

크리스티안은 엄마와 아빠, 누나와 살고 있다. 아빠는 목재공장을 하고 있고, 엄마는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다. 누나는 엄마가 아빠와 결혼하기 전에 남자친구와 낳은 아이인데, 이제 성인이 되어 남자친구와 따로 살고 있으면서 아이도 낳았다.

 

누나가 한집에 살 때, 아빠와 너무 싸워서 크리스티안은 차라리 지금 상태가 좋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아빠와 누나가 싸울 때, 옆에서 말리느라 힘들었고, 그 와중에 아빠가 불같은 분노를 일으키면 집안은 쑥대밭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누나가 나가고 지금은 그래도 집안이 조용해졌다.

 

크리스티안이 9살 때, 엄마가 슬로바키아에 있는 외할머니를 돌보러 간 날부터 일이 시작되었다. 엄마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계신 외할머니가 아플 때마다 돌봐주러 2주씩 집을 비웠다. 외할머니는 요양원은 죽어도 싫다고 하고, 외삼촌은 이런저런 핑계로 엄마에게만 할머니를 돌보게 했다.

 

그때부터였다. 어느 날 밤, 크리스티안은 엄마가 없는 외로움에 아빠의 침대로 가서 함께 자면서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아빠는 낮엔 정말 친절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다. 크리스티안이 사달라고 하는 고가의 학용품도 척척 사준다. 그리고 아빠는 늘 남자들끼리의 비밀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한다.

 

집안의 명예!

 

명예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작은 이야기를 크게 만들어서 한 집안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누누이 말한다. 그 어떤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엄마가 외할머니를 돌보려고 기차를 타고 떠나면, 다시 악몽이 시작된다. 그리고 크리스티안은 아침마다 자신의 요가 젖어있는 것을 본다. 지난밤에도 요에 오줌을 싼 것이다.

 

이런 사실을 학교 친구들이 알면 도저히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놀리고, 자신은 수치심으로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렇게 크리스티안은 비밀이 늘어난다. 아빠는 남자들 사이의 일을 비밀에 부치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크리스티안은 점점 더 학교에서 학업이 부진해지고, 집중할 수 없고, 복통에 시달린다. 

 

하지만, 망가시간만큼은 행복하다. 크리스티안이 여러 면에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지만, 사쿠라 만큼은 그의 망가를 이해하고 알아준다. 크리스티안은 그림의 수준도 높지만, 스토리도 아주 흥미롭다. 사쿠라는 크리스티안의 망가실력을 알아봐 주고 늘 칭찬해 준다.

 

크리스티안의 망가엔 흑기사가 나온다. 흑기사의 이름은 타쿠미이고 그의 집에 노예로 살고 있는 마사루(승리)가 있다. 흑기사는 낮엔 평범하고 친절한 사람인데, 밤만 되면 새카만 옷에 망토를 두르고 여기저기 사냥감을 찾는다.

 

흑기사의 온몸은 검은 가죽 갑옷에 감싸여 있다. 거기에는 단 여섯 개의 구멍만이 뚫려 있을 뿐이다. 머리와 두 발과 두 손 그리고 이글거리는 붉은 막대처럼 캄캄한 밤을 찌르고 나온 페니스를 위한 구멍이.
이글거리는 막대가 자신의 몸을 파고드는 순간 마사루가 겁에 질린 비명을 지른다. 흑기사의 손이 그 비명 소리를 틀어막는다......  p 152-153

 

마사루는 흑기사가 밤마다 밖에서 사냥감을 찾기를 빌고 또 빌었다. 타쿠미가 사냥감을 찾지 못하면 마사루는 안절부절 못하고 두려웠다. 사냥감을 집안에서 찾기 때문이다. 마사루는 흑기사가 어둠 속에서 하는 일을 증오했다. 가끔 마사루는 도망가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허사였다. 흑기사의 손아귀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

 

망가 선생님과 사쿠라는 크리스티안의 망가의 결말이 궁금하다. 망가의 결말은 반드시 해피앤딩이어야 한다. 이것은 망가의 규칙이다. 하지만, 크리스티안은 아직 결말을 생각할 수 없다. 흑기사는 천하무적이므로  어느 누구도 그를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쿠라는 크리스티안에게 마사루가 흑기사를 물리칠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자신의 망가에 나오는 세 요정을 투입시키라고 한다. 사쿠라는 크리스티안에게 마사루가 흑기사를 무찌르고, 마사루가 행복한 삶을 사는 해피앤딩을 원했다.

 

크리스티안의 학교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겨우 유급을 면했지만, 15살인데도 제대로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게 되는데, 그는 핸드폰을 2개를 가지고 가서 한 개만 선생에게 내고, 하나는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 학교에서 여학생들의 화장실을 찍어서 유포한 사건이 일어나 학교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그래서 수학여행에서 철저히 사고를 방지하고자 모든 핸드폰을 압수했다. 하지만, 크리스티안은 음악을 듣지 않고는 밤에 잠을 잘 수 없다. 밤의 악몽에서 구해주는 것은 비트있는 음악뿐이다.그래서 한 개의 핸드폰을 더 가져간 것이다.

 

이 핸드폰으로 동료가 여학생의 샤워모습을 찍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 모든 학생과 선생들은 크리스티안의 짓이라고 단정했다. 왜냐하면 크리스티안의 핸드폰이었고, 그 안에는 포르노 동영상도 한 편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은 절대로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동영상은 아빠가 새 핸드폰을 사주고 영상 찍는 방법을 가르쳐줬을 때, 찍힌 거라고 말한다. 이제 아빠가 절대로 말하지 말라는 남자끼리의 비밀이 조금 새나갔다. 

 

선생들은 어떻게 아이가 있을 때, 그런 포르노를 볼 수 있는지, 분개했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와 상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엄마는 다시 외할머니를 돌보러 떠나고, 아빠는 결코 상담에 응하지 않는다.

 

크리스티안의 복통이 나아지지 않자 상담교사인 비셔선생님은 크리스티안이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크리스티안에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말해보라고 하지만, 크리스티안은 자신이 입을 여는 순간 집안이 박살 난다고 느끼기에 말할 수 없었다.  엄마와 아빠, 누나와 친척들을 생각하면 자기 하나 입 다물고 있으면 평화가 유지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을 여는 순간 모든 것이 파괴될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사쿠라도 크리스티안이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그녀는 크리스티안의 흑기사가 그의 아빠이고 마사로는 크리스티안 자신인 것을 알게 된다. 사쿠라는 크리스티안이 그의 망가에서 흑기사를 마사루가 무찔러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크리스티안이 고통에서 해방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누나는  아들 토비아스를 크리스티안에게 일주일에 한 번 돌봐달라고 한다. 그녀가 하는 일 때문에 토비아스를 맡겨야 하는 데, 크리스티안은 토비아스의 대부이기도 하고 아이를 아주 좋아해서 기쁘게 돌봐준다.

 

그런데, 그날은 크리스티안이 학교에서 좀 늦게 돌아오게 되어 아빠에게 잠시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만 토비아스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크리스티안은 학교에서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만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아빠가 토비아스의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앞으로 재미를 많이 보자고 하는 말을 들었다. 

 

아빠가 일하러 나가자, 크리스티안은 토비아스를 유모차에 태우고 자신의 흑기사 망가를 가지고 비셔선생님 댁으로 갔다. 차마 말할 수 없으면 흑기사 망가라도 비셔선생님에게 보여주기로 용기를 낸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크리스티안이 가정이 파탄 나지 않도록 자신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발설하지 않지만, 자기가 너무 사랑하는 조카 토비아스가 또다시 자신처럼 망가지는 것은 차마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는 아빠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한 소년의 이야기다. 엄마가 부재한 시간에 어린 자식을 욕망의 도구로 사용했다.

 

보기 싫은 포르노를 보여주고, 같이 저런 것을 해보자고 한다. 절대적인 사람인 부모가 아이가 성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릴 적부터 아이를 성적도구로 착취했다. 그리고 아이가 복통을 일으키고 매일밤 요에다 오줌을 싸대도 그는 그칠 줄 모르고 아이를 성의 도구로 이용했다.

 

아이는 아빠의 가스라이팅으로 세뇌당해서 어떤 말도 발설할 수 없었다. 말을 하는 순간 엄마가 떠나버릴 거라고 협박하는 아빠의 말에 대항할 수 없으므로. 오래도록 이렇게 아이는 고통 속에서 지냈다. 

 

이 소설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카롤린 필립스는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사회에 고발하는 일을 주로 했다. 사연을 듣고 카롤린은 더 이상 아동이 성폭력에 희생당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영유아사망의 다수는 장파열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의 탈을 쓰고 그것도 자신의 친자에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아동성폭력은 가족과 친척, 교사, 주위 아는 사람에게 당한다. 

 

카롤린 필립스는 사회 고발적인 소설을 써서 한 명의 아이라도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랐다. 어릴 때 성폭력을 당하면 그 아이의 영혼은 평생 고통가운데 살게 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런 끔찍한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어젯밤 읽으며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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