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의 기쁨을 당신에게 보내니, 부디 사랑을 주세요...

 

염혜란 배우가 열연했던 강현남이 딸 선아를 유학에 보내며 쓴 편지다. 김은숙 작가는 편지도 잘 쓴다. 어쩜 이렇게 마음에 콕 박히도록 절절하게 썼을까.... 처음 이 장면을 보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지금도 자주 그 편지가 생각난다.

 

로라 사모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이 편지와 함께 도착했을 이선아의 엄마입니다. 선아는 박복했던 저한테 하나밖에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많은 거 부탁드리지 않겠습니다. 우리 선아는 알러지도 없고 건강하니 이것저것 다 먹여 주세요. 저의 '기쁨'을 당신께 보내드리니 부디 '사랑'을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강현남은 동은의 복수를 돕다가 딸 선아가 위험에 빠지자, 급히 딸을 미국으로 유학보내게 된다. 딸이 있을 홈스테이  주인에게 현남은 딸을 맡기는 편지를 한다. 딸을 보내면서 여느 엄마처럼 걱정이 많다. 먼 타국 땅에 가서 제대로 먹고 생활할 수 있을까?  선아의 엄마로 살면서, 포학한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는 모습만 보인 자신이 딸에게 항상 미안하다.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이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더글로리-강현남
더글로리-강현남

 

 

급하게 유학을 보내면서 편지 한 장을 동봉했다. 딸 선아는 현남에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이유였다. 선아가 아니면 더 이상 남편에게 그런 모진 매를 맞으며 살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딸을 지키기 위해서 현남은 고통의 날들을 참아왔다.

 

삶의 유일한 이유인 딸이 이제 멀리 가게 되어 현남은 너무 슬프고 걱정된다. 그런 딸을 염려하며 쓴 편지다. 김은숙 작가님은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쓸까, 편지 또한 명품이다. 편지의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모든 내용이 다 들어있는데, 읽어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부디 사랑을 주세요 

 

 

이 말이 제일 마음에 와닿았다. 그 무엇보다도 딸이 그곳에서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 나와있다. 박복한 자기에게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랑, 아니 사랑을 주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삶의 형편이 늘 엉망이었다. 힘들게 자란 딸이 그곳에선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살길 바랬을 것이다. 

 

더글로리에 보면 너무 엉망인 엄마가 많이 나온다. 동은의 엄마는 딸을 돈만 뜯어내는 기계로 취급하고, 전혀 자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또한 연진의 엄마는 어떤가? 그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돈을 모으고, 그 악행을 돈으로 막으려는 사람이지 않은가? 딸의 인성은 하나도 신경 안 쓰고 그저 부잣집에 결혼하고 화려하게 자기의 면을 세워주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좋은 엄마도 필요하다 드라마에는. 더글로리에는 주여정의 어머니가 아들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것 같고, 빌라 할머니가 아들을 잃어버리고 슬픔에 빠져서 죽으려고 한 걸 보면 그래도 좋은 엄마였던 것 같다. 

 

동은의 학폭친구들은 하나같이 좋은 부모를 만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잘못을 하나도 뉘우치지 않고, 어릴때처러 못된 짓만 여전히 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현남은 더글로리를 차가운 복수극 속에 따뜻한 구석을 채워주었다. 딸을 진심으로 생각하며 쓴 편지는 정말 마음 찡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저 그 편지의 대사만 읽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부디 사랑을 주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