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 김기택 할머니들이 아파트 앞에 모여 햇볕을 쪼이고 있다. 굵은 주름 잔주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햇볕을 채워 넣고 있다. 겨우내 얼었던 뼈와 관절들 다 녹도록 온몸을 노곤노곤하게 지지고 있다. 마른버짐 사이로 아지랑이 피어오를 것 같고 잘만 하며 한순간 뽀얀 젖살도 오를 것 같다. 할머니들은 마음을 저수지마냔 넓게 벌려 한철 폭우처럼 쏟아지는 빛을 양껏 받는다. 미처 몸에 스며들지 못한 빛이 흘러넘쳐 할머니들 모두 눈부시다. 아침부터 끈질기게 추근거리던 봄볕에 못 이겨 나무마다 푸른 망울들이 터지고 할머니들은 사방으로 바삐 눈을 흘긴다. 할머니 주름살들이 일제히 웃는다. 오오, 얼마 만에 환해져보는가. 일생에 이렇게 환한 날이 며칠이나 되겠는가. 눈앞에는 햇빛이 종일 반짝거리며 떠다니고 환한..

모든 것은 지나간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출의 장엄함이 아침 내내 계속되진 않으며 비가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몰의 아름다움이 한밤중까지 이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땅과 하늘과 천둥, 바람과 불, 호수와 산과 물, 이런 것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만일 그것들마저 사라진다면 인간의 꿈이 계속될 수 있을까. 인간의 환상이.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라. 모든 것은 지나가 버린다. 세실 프란시스 알렉산더 지음 출처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엮음 열림원 모든 것이 지나간다는 말은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 인생의 전 시간을 따지고 보면, 즐거운 시간보다 힘든 시간이 많기 때문입니다. 힘든 시간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얼마나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

천상병 시인 귀천하신지 30년이 되었네요. 그의 시 (귀천,새,그날은,아침) 다시 감상해 봅니다. 천상병 시인은 1930년 1월 29일에 태어나 1993년 4월 28일에 돌아가셨습니다. 오늘은 시인께서 하늘나라로 귀천하신지 30년이 됩니다. 그래서 그랬는가 어제 도서관에서 이 시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분이 가신지 30년이 되어 다시 한번 시인을 생각하며 그의 주옥같은 시 몇 편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I'll go back to heaven again. Hand in hand with the dew that melts at a touch of the dawning day,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일찍 일어나는 새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만일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 하지만 만일 당신이 벌레라면 아주 늦게 일어나야 하겠지. 쉘 실버스타인 출처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엮음 열림원 나는 새인가 벌레인가 나는 오늘도 늦게 일어났다. 9시가 지나서 겨우 일어났다. 그것도 남편이 출근하는 것을 보고 이젠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일어났다. 잠을 너무 오래 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주 고요했다면, 난 몇 시에나 일어났을까? 아마 10시가 훌쩍 넘어 일어났을 것이다. 매일 이러진 않는다. 가끔 이런 날이 있다. 꿈속에서 현실로 넘어오고 싶지 않다. 생생한 꿈을 꾸면서 그곳에서의 나가 더 좋다고 느..

자연주의자의 충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라.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 집, 식사, 옷차림을 간소하게 하고 번잡스러움을 피하라. 날마다 자연과 만나고 발밑에 땅을 느껴라. 농장일이나 산책, 힘든 일을 하면서 몸을 움직여라. 근심 걱정을 떨치고 그날그날을 살라. 날마다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나누라. 혼자인 경우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무엇인가 주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도우라. 삶과 세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 할 수 있는 한 생활에서 웃음을 찾으라. 모든 것 속에 들어 있는 하나의 생명을 관찰하라.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에 애정을 가지라. 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 (조화로운 삶을 실천한 유명한 자연주의자 부부) 출처 잠..

행복해진다는 것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는 까닭.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르지. 스스로 행복하고 마음속에서 조화를 찾는 한.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 사랑은 유일한 가르침 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단 하나의 교훈이지.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그렇게 가르쳤다네.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가장 깊은 곳 그의 영혼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