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죽음을 맞이할까? 나이가드니 어디에서 죽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다. 대부분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간간히 사회 저명인사가 집에서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병원사냐,재택사냐 이렇게 크게 두 가지 죽음을 맞이하는 장소가 있다. 병원 또는 집. 어디서 나는 죽게 될까? 병원사와 재택사 밤새 안녕이라 했던가, 지난주에 정정했던 시아버지가 아프시다. 지난 주말에 뵈었던 모습은 아주 건강해 보였다. 85세의 연세로 보아서 말씀도 잘하시고, 생활도 의욕적으로 하셨다. 며칠 전만 해도 그런 모습이었는데,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져서 입원 중이시다. 이런 것을 볼 때, 자연의 이치는 거스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님은 건강하게 끝까지 집에서 사시다가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재택..
상실의 시대를 읽다 갑자기 가을비가 내린다. 부엌에서 어제 사온 시래깃국이 너무 맹맹하여 된장과 두부와 파를 넣고 다시 끓이고 있는데, 갑자기 빗소리가 들린다. 창밖을 보니, 시커먼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시래깃국 맛을 보니, 너무 짜다. 된장을 너무 많이 넣었나 보다. 다시 작은 양파 두 개를 썰어서 넣었다. 이젠 좀 먹을만해지겠지.... 이것으로 점심준비는 끝이다. 어제 읽은 상실의 시대에 대해 뭔가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책상에 앉았다. 읽은 책에 대해 몇 글자라도 남기지 않으면, 나중엔 내용도 저자도 까마득해진다. 그래서 이젠 책을 읽으면 뭐라도 써서 남기려 한다. 난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이 떠올랐을까? 가을비는 벌써 끝났다. 아마도 소나기였나 보다. 벌써 해가 나고 집안이 환해졌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훌륭한 사람 어젯밤엔 남편과 얘기하다가 늦게 잤다. 평소엔 잠자리에 들고 불을 끄면 조용히 잠자는 것에 집중하는데, 어제는 왠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깜깜한 밤, 우리들의 이야기만 조곤조곤....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서 말했다. 인생 후반부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까?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간간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나쁜 사람도 있었다. 또한 훌륭한 사람은 누굴까 생각해 보았다. 좋은 사람 오은영의 화해를 보면서 좋은 사람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좋은 사람은 내게 잘 대해 주고, 친절하고, 좋은 말을 해주고, 뭔가 도움을 주는 그런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생..
목사님은 왜 그리 긴 연애편지를 썼을까? 오늘 일요일이라 교회를 갔다. 가는 도중 너무 길이 막혀서 웬일인가 봤더니,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 남편은 이런 일은 밤에 작업하면 좋겠다고 하는데, 나는 그들도 밤엔 잠을 자고 싶으니 지금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서 예배를 드리고,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우린 둘러앉아 커피와 사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설교시간에 목사님이 젊어서 연애할 때, 편지를 대여섯 장이나 썼다고 말씀하셨다. 목사님도 젊어서는 아주 로맨틱한 분이셨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둘러앉아 이야기할 때, 그때의 일을 물어보았다. 어떤 이야기를 쓰셨길래 그렇게 긴 편지를 쓰셨냐고. 목사님은 그 시절 지금말로 하면 장거리 연애를 하셨다. 매주 한 번 만나는데, 중간에도 보고..
(아는 건 별로 없지만)가족입니다 드라마 줄거리 진숙과 상식은 딸 은주와 은희 아들 지우를 둔 부부다. 이 가족은 5명이다. 어느 날 진숙은 졸혼을 선언한다. 남편 상식은 어이가 없어서 나가고, 트럭 운전사인 그는 밤에 산행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서 기억을 잃는다. 상식은 이제 22살이다. 22살까지만 기억을 한다. 50대에서 갑자기 청년이 되었다. 그의 모습은 늙었지만, 그는 지금 청년이다. 진숙을 바라보며, 젊었을 때 부르던 호칭으로 진숙 씨~라고 부른다. 진숙은 너무 어이없고, 어색하다. 기가 막힌 일이다. 그동안 그리 무뚝뚝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너무 다정한 사람이 된 것이다. 은희는 이 집의 둘째다. 출판사에서 팀장을 한다. 언제나 명랑하고 파이팅 넘친다. 일도 잘하고 남들을..
가을 모기 5마리 가을에 모기라니....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어제 가을 모기에게 된통 당했다. 어제 점심때, 청국장을 끓였다. 청국장 냄새 때문인가.... 어딘가에서 커다란 파리가 들어왔다. 워낙 큰 파리가 왔다 갔다 하니, 정신이 사나웠다. 저놈을 잡자니 한참 뛰어다녀야 할거 같아 베란다 문을 열어놨다. 스크린까지 활짝 열어놓고 점심을 먹었다. 어느새 파리는 나가버리고, 우린 점심을 먹고 넷플릭스로 수리남을 시청했다. 황정민과 하정우의 연기가 돋보인다. 어쩌면 그리도 능청스럽게 사이비 목사 역을 잘하는지 황정민을 보면서 연실 감탄.... 오랜만에 하정우도 반갑다. 역시 연기를 잘한다. 그럴듯한 사람이 수리남에서 무역을 하는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를 보는데, 어..
아름답게 나이든다는 것에 대해 지난주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말하길 "오늘 네가 아름다워...." 이 말을 들으니 빈 말인 줄 알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이 든다는 것은 어쩌면 아름다움에서 비켜난 것 같다. 그냥 못생기고, 보기 싫고, 추하고, 칙칙하고....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아름답기를 원한다. 나 또한 빈말이라도 이쁘다, 아름답다 라는 말이 좋다. 아름답다....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최고의 찬사인 것 같다. 아름답다 예쁘다 나이 들어가면서 이 말이 얼마다 좋은 말인지 실감한다. 젊어서는 이쁘다는 소리를 듣기 쉽지만, 나이 들으면 건강이 어떠냐, 오늘 왜 이리 힘이 없어 보이냐 이런 소리를 자주 듣는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아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