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꽃나무하고 여자 그림자하고(최정례) 그는 산벚꽃나무하고 여자 그림자 하나 데리고 살지요 그는 돈도 없고 처자도 없고 집도 없고 그는 늙었지요 바위 구멍 굴딱지 같은 곳에서 기어나와 한참을 앉아 있지요 서성거리지요 산벚꽂나무 기운없이 늘어진 걸 보니 봄이 왔지요 냄비를 부시다 말고 앓아 누운 여자 그림자를 안아다 양지쪽에 눕히고 햇빛을 깔고 햇빛을 덮어주고 종잇장같이 얇은 그녀도 하얗게 늙어가지요 산벚꽃나무 장님처녀 눈곱 달듯 한두 송이 꽃 매달지요 그녀의 이마가 그녀의 볼이 따뜻하지요 아니 차디차지요 이 봄은 믿을 수가 없지요 그녀를 눕혔던 자리 아지랭이 피어오르고 그녀가 천천히 날아가지요 산벚꽃나무 너무 늙어 겨우 꽃잎 두 장 매달았다 떨구지요 또 봄은 가지요 그녀는 세상에 없는 여자고 그래도 그는..
는 시몬 드 보브아르의 일기형식의 소설이다. 보브아르는 사르트르와 계약결혼으로 유명한 작가다. 그녀는 위기의 여자에서 결혼과 여성의 실존에 대해 말하려고 했다. 줄거리와 보부아르의 여성의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말해보겠다. 위기의 여자 줄거리 어느 날 남편 모리스는 애인이 생겼다고 고백한다. 모니크는 남편의 사랑에 추호의 의심이 없었다. 모리스는 언제나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항상 다정하고 상냥한 남편, 그 검은 눈으로 그윽이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했던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모리스는 의사일을 하면서 연구에 몰두해 있었다. 그가 늦게 들어오는 것은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새삼 다른 여자가 필요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모니크는 그들의 결혼생활..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 놓고 구름처럼 하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벚꽃나무 추리닝 입고 낡은 운동화 구겨 신고 마트에 갔다 온다 짧은 봄날이 이렇게 무단횡단으로 지나간다 까짓 도덕이라는 거, 뭐 별거 아니지 싶다 봄이 지나가는 아파트 단지 만개한 벚꽃나무를 보면 나는 발로 걷어차고 싶어진다 화르르 화르르 꽃잎들이 날린다 아름답다 무심한 발바닥도 더러는 죄 지을 때가 있다 머리끝 생각이 어떤 경로를 따라 발바닥까지 전달되는지...... 그런 거 관심 없다 굳이 알 필요 없다 그동안 내가 배운 것은 깡그리 다 엉터리, 그저 만개한 벚꽃나무를 보면 나는 걷어차고 싶어진다 세일로 파는 다섯개들이 라면 한 봉지를 사서 들고 허적허적 돌아가는 길, 내 한쪽 손잡은 딸아이가 재밌어서 즐거워서 자꾸만 한 번 더 걷어차 보라고 한다 아파트에 벚꽃이 활짝 폈다. 여기저기 꽃잎이 휘날리고..
황제펭귄의 허들링은 아름다운 공동체의 모습이다. 어제 교회주보에 목사님께서 쓰신 신앙에세이를 들려드릴게요. 라는 제목으로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 이야기입니다. 남극은 아시다시피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입니다. 그곳에 황제펭귄이 살고 있어요. 추위는 얼마나 혹독한지 보통 영하 50도 정도인데, 35도에서 70도 사이라고 합니다. 또한 강풍에 눈보라까지 친답니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황제펭귄은 서로서로 붙어서 온기를 나누는 허들링 Huddling을 한다고 합니다. 황제펭귄의 허들링은 둥그렇게 서로 몸을 기대어 온기를 나누다가, 안쪽의 펭귄이 맨 바깥쪽으로 나가고 바깥의 펭귄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반복한답니다. 이러한 허들링을 통해서 서로 따뜻함을 나누고, 어느 한 펭귄이 계속 바깥에 있어서 얼어 죽는 것을..
이외수의 장편소설 줄거리 박민식은 자신이 살고 있는 목도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잠시 후면 이 도시의 모든 것이 일제히 술렁거리며 눈을 뜨고 사람들은 저마다 생존의 톱니들을 무섭게 갈아대면서 외치고, 헐떡거리고, 쫓기고, 윽박지르고, 속고, 속이고, 부수고, 만들고, 차 던지고, 긁어모으면서 자정까지 영악스럽게 발버둥을 칠 것이다. p. 80 이런 도시에서 박민식의 아버지는 장미촌의 포주이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을 겨우 마치고,온갖 사기를 치다가 교도소까지 다녀와서 이제 여자들을 데려다 장사를 하고 있다. 큰형은 아버지의 사업을 같이 하며 아버지 이상으로 포학을 일삼으며 사는 타락한 인간이다. 이 집의 돌연변이 둘째형은 어릴 적부터 명석하고 귀티가 났다. 천성이 깨끗한 걸 좋아하고, 귀족적으로 생겼다...
레마르크의 소설 는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 소련전선의 참혹함과 연합군의 폭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독일도시에서 게슈타포의 공포 속에서도 사랑을 이루는 젊은 청춘을 그린 소설이다. 전쟁의 불행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 사랑했을까....?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줄거리 러시아에서의 주검은 아프리카에서와는 전혀 다른 냄새를 풍긴다. 이렇게 첫 문장이 시작된다. 그레버는 지금 독일병사로 러시아에서 싸우고 있다. 주위는 온통 시체뿐이다. 전쟁은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포함하고 있다. 쌓인 눈 속에서 팔이 하나 불쑥 튀어나와 있다. 그곳을 파 보면 여러 시체가 뒹굴고 있다. 팔이 떨어져 나간 것, 눈이 툭 튀어나와 있는 것, 목이 잘려 있는 것.... 무수한 형태의 주검이 있을 뿐이다. 러시아군인들도 있고, 때론 아군의 시체..